하늘 전구가 낡았는지
하늘이 또 깜빡이오.

앞길은 흐리어
보이지도 않고

저 내리는 세찬 기둥에
들리지도 아니하오.

이렇게 부서지는 비에
우산도 부서질까 걱정이오만

내 우산은 매우 큰 우산이오.
내가 쓰기엔 크고,
같이 쓰기엔 작은
그런 우산이오.

허나,
이 세차게 내리는 비 앞에서는
이러한 우산도 아무 의미가 없소.

또,
저 달리는 기계들 옆에선
인간의 온정이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소.

흐르는 물들이
수심을 가지고 날 적심은
유쾌하오.

흐르는 물들이
흐르면 고여버린 것은
서글프오.

저 물들을 수용하는 수용소가
울화에 휩싸여 폭발하진 않을까
또 걱정이오.

번개도 그치고
비도 덜한데
구름은 여전히 흐리오.

나는 이 연무속에서
잊혀지진 않을까
잃어버리진 않을까
또 걱정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