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나간 얼룩말이었다.

 

떠오르는 세렝게티의 아침을 맞이하는 무리의 발길질 소리가 머릿속을 울린다. 앞 녀석의 엉덩이줄에는 어젯밤의 어둠이 내리앉았다. 모두가 왼쪽으로 돌 때, 내 몸은 오른쪽으로 꺾였고 나를 바라보는 수 많은 눈들을 비껴 넘어 기어코 혼자가 되었다.

 

나는 정신나간 얼룩말이었다.

 

세상을 향해 울려퍼지는 맹수의 포효소리가 가까이 왔음을 직감하면서, 그들의 목구덩이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쳐박고 키스를 할 것처럼 평온하다.

 

우리는 우리를 버린 저 얼룩말을 뭐라 불러야 속이 편하단말인가. 그들은 단지 흥분한 군중에 지나지 않았다. 신이 있다면 어서 날 평온한 개인으로 있게 해주시길. 함께는 외롭고 혼자는 불안하다. 목숨을 끊기엔 오늘은 최고의 날이었기에 타인의 손에 내 목을 맡겨본다. 그가 춤을 추는대로 난 영원한 안녕과 사랑을 노래할 테다. 

 

나는 정신나간 얼룩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