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졸업식이었다. 내 인생 마지막 초등학교 등교는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심정만은 달랐다. 아, 이제 이게 마지막이구나. 이제 더 이상 이렇게 하교를 할 수 없구나.


 3교시에 강당으로 갔다. 애국가를 불러야 하는...데 부모님이 오신댔는데 아직 안오셨다. 다른 애들은 다 왔는데. 애국가 다 부르고 공연 두개 보고 나서야 아무튼 오시긴 오셨다.


 싱거운 졸업식이었다. 졸업장 받을때는 좀 쪽팔리긴 했다. 그래도 졸업 노래 부를때는 여자애들이 울긴 하더라. 나도 울 뻔 했는데 내 친구중에는 아무도 우는 애가 없어서 참았다. 교가 제창하고 재미없는 교장 선생님의 긴 축사와 재미있는 무슨 위원회장? 이라는 분의 짧은 축사 듣고 6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달랑 1시간만에 6년이 끝나니 꽤나 싱거웠다.


 끝나고 꽃다발 받고 친구들하고 사진을 찍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내가 2번째로 살쪘더라. 밖으로 나왔더니 아빠가 계셨다. 가족사진 한장 찍었다. 그리고 바로 고기먹으러 갔다.


 고기는 맛있었다. 뭐 어느 고기가 맛없겠냐만은 차돌박이는 정말 맛있었다. 고소하고 고소하고 쫄깃하고. 다른 부위도 맛있기는 했다. 역시 고기는 맛있어.


 그리고 이 뒤로는 별 일 없다. 그냥 그렇게 나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어 갈 것이다. 똑같이 고등학생이 되겠지. 그렇게 대학생(갈 수 있다면)이 되고, 군인이 되고, 어영부영 살다 죽는 건가? 설마 그럴려고, 인생에 재밌는 일이 한번쯤은 있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선생님 말씀 잘 들을걸, 친구하고 싸우지 말 걸 같은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 내게 자식이 생긴다면 내 과거를 곱씹으며 추억을 회상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