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인은 닳아빠져 번들거리는 놋쇠젓가락을 집는다.

한끼의 식사 하루의 행복.

젓가락으로 들어올린 국에 김이 모락 피어오른다.

그 위에 잘 익은 김치한포기를 얹어준다.

그저 한마리의 플랑크톤 이었던 그것은 젓가락 위에서 진수성찬으로 탈바꿈 한다.

그렇게 대여섯번의 젓가락질로 김노인의  식사는 끝을맺는다.

요즘들어 유달리 줄어든 위장

나이탓을 하고싶진 않지만 세월의 무성함을 하반신으로 느낀다.


금새 굳어버린 관절을 두드려가며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것은 자식녀석이 달아준 비데.

단아한 형광색에 야광기능은 김노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화장실 문을 열때마다 즐거움이 쌓인다.

버튼을 누르자 살그머니 튀어나오는 노즐.

즐겁게 세수와 양치질을 마친 후 김영감은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서 뛰놀고있는 닭들에게 발길질을 한번 한 후 닭장으로 가보니 녀석들이 밤새 알을 까놨다.

수탉 한마리에 암탉 세마리가 까놓은 알들을 보자 김영감은 문뜩 이런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하고싶다"


나이탓을 하고싶진 않지만 세월의 무성함을 하반신으로 느낀다.

다시 굳어버린 관절을 두드려가며 일어나 밭으로 향한다.

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고있는 배추들을 보니 한층 풍요로워지는 마음.

오늘은 반찬으로 쓰일 김치를 담구기로 한 날이다.

김노인은 준비운동을 한 다음 옆집 담을 넘는다.

그리고 그집의 밭을 유유히 걸으며 김장에 필요한 재료들을 선별하기 시작한다.

윤기나는 빛깔과 적당한 단단함.

최적의 재료들이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잘 여문 까나리를 따 주머니에 찔러넣는다.

그 후 주변에 누가 없는지 신중히 살펴본다.


흐르는것은 고요와 적막

긴장감에 식은땀이 기울어져가는 사타구니를 타고 흘러내린다.

오랜기간 옆집을 관음한 결과 이 시간대에는 자식농사에 열중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 나도 하고싶다"


마른침을 꿀꺽삼키며 언제나 처럼 관음을 하기로 한다.

날쌘발로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와 티비를 켰다.

외부입력 버튼을 누르고 비밀번호 '0000'을 누르자 화면에 비추어지는것은 옆집의 집안풍경.

채널버튼을 누를때마다 집안 곳곳의 풍경이 비추어진다.

수십번의 손가락질 끝에 드디어 원하던 장면이 비추어졌다.

침대위에서 끈적하게 뒹굴고 있는 두 사람.

음소거 버튼을 두번 눌러주자 7.1채널로 거친 숨소리와 살덩이끼리 찰싹이는 울려퍼진다.


"혀...형님 저엇...더이상...은!"


"하으...ㅅ...사, 살살해...엣...이...래선 디스크가 또 터져버려엇"


옆집의 박영감은 지난달에 디스크 수술을 했었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였지만 의료보험과 때마침 적당한 타이밍에 의문사한 마누라의 사망보험덕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파출소의 최순경은 그녀의 죽음이 단순한 자연사가 아닌 박영감에 의한 살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친절한 마을의 순경인 최씨였지만 사실 그는 박영감의 부인과 누나동생 하던 내연관계였기에 그녀의 죽음을 더더욱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최씨도 같은 파출소에서 근무하고있는 정순경이 자신의 후장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최씨가 순찰을 나갈 때 마다 캐비넷에서 최씨의 옷을 몰래꺼내 그의 향기를 맡으며 자위행위에 열중하는것이 정씨의 하루 일과다.

최씨가 부임해 온 후로 줄곳 계속해 왔기에 보안에 있어선 자신감 넘치던 정시였지만 그날은 국밥에 다데기를 너무 많이 넣었던 탓인지 그만 방심을 하고말았다.

그것은 박영감의 부인이 죽기 바로 전날.

박영감의 부인의 2개월 하고도 3시간 차이나는 여동생이 우.연.히 파출소로 주민등본을 발급받으러 왔다가 정씨의 행위를 목격해 버린 것이다.

젊은 남자의 싱싱한 하초를 보자 무등신녀의 정욕에 불길이 당겨진다.

신묘한 보법으로 그의 뒤에 다가서자 이를 느낀 정씨는 외친다.


"무어냐!"


정씨의 물음에도 무등신녀는 비릿한 웃음만 흘릴뿐 대답이 없자 정씨는 빠르게 수도를 날린다.


"놈!"


그러나 매서운 정씨의 수도를 가볍게 쳐내는 무등신녀.

그녀의 수법을 보자 정씨의 안광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서린다.

정체를 알 수 없으나 분명한것은 무공은 그녀가 한수 위


"서...선배께선 뉘시기에 이러시는 것이오?"


정씨가 조심히 물어오자 무등신녀는 혀로 입술을 핱으며 대답했다.


"오늘 본좌는 네놈과 음양합일하여 보신을 할것이다!".


"놈! 더러운 음마였구나!"


"흥! 반항해봤자 소용없다!"


외침과 함께 무등신녀의 손이 뱀이 아가리를 벌리며 튀어오르듯 정씨의 하초를 향해 뻗어나갔다.


'아뿔싸!'


파출신권을 쓰기위해 기마자세를 취했던 정씨는 그녀의 손을 피하기 위해 보법을 쓰려 했지만 엉거추춤 했던 자세때문에 발이 꼬여 볼썽사납게 굴러넘어진다.


"귀여운놈!"


이때를 놓치지 않은 무등신녀가 궁신탄영으로 거리를 좁혀오자 정씨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끝이로구나!'


그 순간 정씨가 킁카킁카 하던 최씨의 옷을 밟고 미끄러진 무등신녀가 정씨의 위로 쓰러진다.

맡닿은 두사람의 입술 그리고 정적

새빨갛게 변한 얼굴로 두사람은 황급히 떨어진다.


"이...이건 사고야! 사고라고!"


두근 두근


'할매쨩...정말 사고일까?'


점점 더 진해지는 두근거림에 정씨는 그녀를 곁눈으로 바라본다.

그저 사고였다고 말하는 그녀.

하지만 그동안 그녀가 했던 행동을 곰곰히 되짚어보자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간다.


'혹시...?'


떨리는 입술로 말문을 여는 정씨


"하...할매... 사실은 할매ㄷ..."


"그만!"


그녀의 외침이 두사람뿐인 파출소를 채워나간다.


"오늘일은 잊어줘"


"왜, 대체 왜"


"안돼. 이건 아니야. 이래선 안돼"


"할매 방금전까진 이렇지 아나짜나?"


"아니라능!"


"할매쨩 츤츤은 싫엉! 데레데레 해줭!"


"무, 무슨...! //////"


화끈


"츤데레는 수요가 있지만 데레츤은 그냥 쓰레기일 뿐이라능!"


"어맛"


"하응"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할매쨩 보내지 않겠어"


"안돼 접골원 예약해놨단 말이야 가봐야해"


"그...그런...! 치사해 할매쨩 그러면 보내줄 수 밖에 없잖아"


"집주소 알려줄게 라면먹으러 와"


"우왕 나 라면좋아함 꼭 감요"


"ㅇㅇ 푹 퍼지게 끓이면 잇몸에 부담없고 존맛탱"


그녀는 집 주소를 적어놓은 쪽지를 남긴채 파출소를 떠나갔다.

그리고 며칠 후.


떨리는 마음으로 정씨는 그녀가 남긴 주소로 찾아와 문앞에 서있다.


"그녀가 벌써 날 잊었으면 어쩌지?"


터질듯한 맹장을 부여잡고 노크를 한다.

똑 똑똑 똑 똑


"나랑 눈사람 만들래~?"


그러자 문을 열고 나오는것은 그녀가 아닌 모르는 남자


"뉘슈?"


그녀의 집에서 다른남자가 나온것을 보자 정씨는 뱃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심장이 땅속으로 꺼져 내려가는듯한 참을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분노를 씹어삼키며 정씨는 묻는다.


"이 집에 할매 있어? 없어?"


"있지"


아아

배신감 불쾌함 슬픔 고통 분노 등등

수만가지 감정의 폭풍이 정씨를 감싼다.

이를 악물며 정씨는 다시 묻는다.


"할매랑 했으어? 안했으어?"


"했지"


폭풍은 2배가 되었다.

이성의 끈이 끊어져버린 정씨는 영감의 멱살을 쥐어잡아 당긴다.


"이 시발 NTR!!!!!"


가까워진 두사람의 얼굴

영감의 눈을 바라보자 브라운색의 눈동자에 자신의 얼굴이 비추어진다

빨려들어갈것 같은 그의 눈

조금씩 흔들리는 그의 눈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분명 지금 자신의 눈도...


두사람은 현관에서 격렬하게 입맞춤을 나누었다.

장시간의 입맞춤에 힘들어지는 호흡

입을 조금 더 벌려 공기가 들어올 공간을 억지로 만들어 낸다.


"하-아 흡"


하지만 금새 혀의 얽힘에 막혀버리는 숨길

줄어드는 호흡에 몽롱해 지는 머릿속

그럴수록 거칠어지는 두사람의 행위


"자....ㅁ...깐"


양손으로 영감의 얼굴을 부여잡아 억지로 행위를 멈춘 정씨

짜증섞인 영감의 눈빛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체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인채 묻는다.


"이름이...뭐에요?"


"박이라 불러"


"박형...하읏!"


다시 격렬해 지는 두사람의 체위

아직 젊은 정씨였기에 두 사람의 공수는 점점 역전되어 간다.


"아 나도 하고싶다"


영상을 티비로 보고있던 김노인은 더이상 참을 수 없이 바지를 내렸다.

그러나 불러도 대답없는 노인의 그곳.

나이탓을 하고싶진 않지만 세월의 무성함을 하반신으로 느낀다.

급 우울해진 김노인은 티비를 끄고 1588-9191로 전화를 건다.


"죽고싶어요"


"김치담궈야죠"


"아 그롷네욬"


전화를 끝냈다.

김노인은 옆집에서 뽑아온 멸치액젓으로 흥겹게 김치를 담구기 시작한다.

김노인의 하루는 오늘도 이렇게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약을 먹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