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막의 왕.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혹독한 땅의 주인. 모든 낙타들의 고향이며, 베두인들의 터전. 

두려워는 말지어라.

날아오는 화살과 쏟아지는 함성은 모두 내가 막을테니.

내 땅의 생명들아, 너희는 번성하고 자라고, 단단해져서, 언젠가 빗방울이 미친듯이 쏟아지는 날, 약속의 날에 나를 품어라. 

모래바람이 너희를 옳은 길로 이끌고, 붉은 태양이 너희를 바라볼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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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모래 바람이 오아시스를 메울 듯 불어온다.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달궈진 모래를 융단 삼아 낙타들은 무릎을 꿇고 쉬고 있다. 이들에게 모래 바람 따위 풍경의 변화일 뿐이다. 열 명 즈음 되어보이는 사람의 무리가 모래 능선을 등지고 낙타가 만들어낸 그림자를 피난처 삼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고여버린 물에 발을 담그고 발을 식히는 이도 있고, 떠나올 때 가져온 말린 대추야자를 하나씩 먹는 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막 아래서 천천히 숨을 쉬고 있을 뿐이다.

피아트 무스타마 쿠쟈트는 이러한 이들 중 한 사람으로, 대략 열흘 전 떠나온 마을을 회상하고 있었다. 땅에서부터 시작된 것들로 만든 집들, 그것들로 이루어진 마을, 그 가운데의 광장에서 불을 피운다.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불과 같이 사람들은 둘씩 짝지어 흥겹게 춤을 춘다. 그 곁에는 이방의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준비한 음식들이 잔뜩 있다.

사막의 밤은 낮과는 다르다. 태양을 피해 숨어있던 별들은 검은 융단 사이에 흩뿌려져 있고, 저 멀리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이러한 것들이 쿠쟈트의 마음에서 괜한 그리움을 만들어 냈다.


"앞으로 며칠이나 남았지?"


그의 옆에서 늘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이름은 티파 무스타마 바스라, 쿠쟈트의 몇 안되는 친구 중 한명이다. 태양서부터 잰 키가 가장 큰 사람으로, 언젠가 마음씨 고약한 이들이 그것에 대해 왈가부하면, 바스라는 오히려 그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되려 큰소리쳤다.


"한 사나흘?"


쿠쟈트는 이미 젖어버린 그때의 기억을 던져버리려 애쓰며 답했다. 이전 마을이 있으면, 다음 마을도 있듯이, 곧 새로운 기억들이 사막의 지형처럼, 모래바람에 사구가 깎이고 다시 덮히며 매 순간 변화하듯, 다가올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금방이겠네. 금방. 슬슬 출발할 듯 싶어. 알고 있으라고."


그림자에 가려 식어버린 모래 위를 희안하게 앉아있던 바스라는 이내 툭툭 손을 털며 일어났다. 군데군데 헤진듯 보이는 그의 의복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 보였다. 사막 가운데 서있는 태양이 그의 머리칼을 이따금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황금. 먼 이방의 민족이 그토록 찾아 헤메던 것.

쿠쟈트와 바스라, 그리고 희망이자 꿈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