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상권들 보면 너무 외국 음식에만 치중하는 거 같아서 아쉬움. 특히 청년 창업가나 청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메뉴가 외국 음식들인지라 점점 이런 상권으로 테라포밍될 거 같늠. 그리고 외국 음식 중에서도 '일본 가정식'이라는 부류가 대약진을 하고 계시는데, 이것도 사실 비주얼이 너무 출중하고 가격대도 높게 형성돼 있는지라 과연 이게 '가정'식인가에 대한 의문이 듦. 그래서 청년들도 한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여긴 한국이니까 되도록이면 한식이 가장 발전하는 게 좀 더 한국적인 한국, 매력있는 한국이 될 거 같음.

물론 같은 한식이라 해도 다 먹지도 못할 오조오억 가지 반찬을 한 곳에 차려놓고 가격도 한 끼 식사라고 하기에는 비싼 그런 고급형 한식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든든한 한 끼를 즐기고 깊은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음식점 입장에서도 경제적인 형태의 한식이 더 폭넓고 대중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음. 그래서 주목했으면 좋겠는 한식의 종류와 함께, 왜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있는가, 영업 효율을 더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같이 논해 보기로 함.

 

주목했으면 좋겠는 음식 중 하나는 시장국밥임. 여기서 시장국밥이란 전통적으로 재래시장에서 시장 상인들이나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했으며, 돼지나 소의 육수로 국을 끓이고 돼지나 소의 특수부위를 건더기로 쓴 국밥을 말함. 순대국밥, 내장국밥, 선지국밥, 머리국밥 등이 시장국밥의 부류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음. 전국 어디에든 있고, 은근히 지역화가 많이 이루어진 음식이기도 해서 도지챈에서 거론하기 더욱 어울리는 음식이기도 함. 일단 육수는 가게 문을 열고 나면 계속 끓이고 있는 게 보통이고, 건더기도 가게 문을 열면서 한 번 조리해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조리된 육수와 조리된 건더기를 뚝배기에 넣고 다시 끓여서 내놓는 식이기 때문에, 주문을 받으면 빨리 만들어서 내갈 수 있음. 또한 국과 밥을 한 번에 같이 먹기 때문에 취식 속도가 비교적 빨라서 회전율이 높음. 그리고 이미 국밥 자체만 있어도 따로 반찬 없이 한 끼를 먹을 수 있기에 반찬을 많이 준비할 필요 없이 배추김치, 깍두기 정도만 내가도 아무도 뭐라 안 함. 반찬이 적다는 건 그릇을 덜 낭비한단 거니까 설거지도 별로 안 해도 된다. 우왕ㅋ굳. 그리고 살코기 부위는 주로 구이용, 불고기용 등으로 나가는데 시장국밥은 특수부위를 쓰니까 재료값도 싸고, 동물 1마리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그만큼 동물 생명이 덜 낭비된단 소리이니 동물권 보호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을 듯하다(...). 거기다가 순대를 공장제 당면순대를 쓰는 게 아니라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서 내가면 비주얼마저 압도할 수 있다. 가격이 한 끼 식사로 적절한 가격대라는 것도 장점이다. 매우 경제적이지 않은가??? 단점은 특수부위를 가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

주목했으면 좋겠는 또다른 음식은 돼지국밥임. 돼지국밥은 관서 지방에서 시작되어 실향민들을 통해 부산으로 전래되었으며 돼지 육수로 국을 끓이고 돼지 살코기를 건더기로 쓴 국밥을 말함. 전국 어디에나 있는 시장국밥에 비해 부산 지역에서만 널리 퍼져있지만, 돼지국밥 음식점을 본 적은 없어도 그 이름만큼은 전국민이 다 알고 있기에 시장국밥과 더불어 국밥계의 양대산맥. 시장국밥과 재료가 다르다는 거 이외에 속성은 같음. 오히려 특수부위가 들어가는 시장국밥보다 더 빨리 먹고 나갈 수 있고, 특수부위가 들어가는 시장국밥보다 사람들이 덜 가린다.

뼈해장국도 꽤 괜찮은 음식임. 뼈해장국도 속성은 국밥류와 동일한데, 국밥류와 다르게 가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임. 그리고 등뼈를 통째로 넣기 때문에 비주얼도 푸짐하고 좋음. 그리고 외국인한테 어필하기도 굉장히 좋은 음식인데, 옛날에 누가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뼈해장국이라고 하면서 푸짐하고 든든하고, 시뻘개서 뭔가 포스가 강한데 정작 맵지는 않아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남. 다만 손으로 뼈를 들고 발라 먹기 때문에 손에 묻고 옷에도 튀기 쉬우므로, 손을 간편하게 씻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거나 앞치마를 내주는 등의 센스를 가미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다만 이건 명색이 '해장국'이라 우거지, 콩나물 같은 채소를 넣어서 시원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에 만드는 난이도가 좀 더 높을 지도 모른다.

 

'한 그릇 음식'에 속하는 국밥류는 한식 가운데서 영업 효율이 좋은 축에 속하는 음식임. 이에 비해 일반적인 백반류 한식은 영업 효율은 좀 낮지만 비주얼, 다양성 면에서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음. 불고기, 떡갈비, 부침개, 찌개, 두부김치, 생선구이, 닭도리탕 등 아무 음식이나 밥이랑 결합하면 그냥 식당에서 팔 법한 메뉴가 된다. 메인 요리가 엄연히 존재하는만큼 반찬을 쓸데없이 많이 준비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짐. 반찬을 많이 준비한다고 해도 음식을 가리는 손님도 있고, 메인 요리를 먹느라 반찬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다 버린다면 재료가 낭비되고, 만약 반찬이 맛이 없다면 구색 맞추려고 일부러 맛없는 반찬이나 내온다는 악평을 들을 수 있음. 재사용을 한다면 당장 효율은 증가하겠지만 음식이 맛이 가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고, 만약 들킨다면 손님 떨어지는 건 예사고 철컹철컹도 당할 수 있음. 밑반찬으로는 김치와 특별히 잘하는 반찬 한두 개 정도만 내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함. 한편, 한 사람이 하나의 요리를 시켜서 먹는 일본 요식업과 달리 한국에서는 '메인 요리를 크게 준비해서 여럿이 나눠 먹는다'라는 발상이 요식업에도 그대로 전파되어 있기 때문에 김치찌개나 닭도리탕 같은 경우는 큰 냄비에 내오는 경우가 보통이고, 조리 효율성을 위해 1인분 주문을 금지하는 경우도 많음. 요새는 혼밥족도 많거니와, 굳이 일부러 혼밥을 하지 않아도 개인적인 일로 인해 혼자 이동하면서 밥을 먹게 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함. 한식도 편하게 혼밥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함. 일본 식당에서 주방 앞에 흔히 있는 길쭉한 그것과 같이 독석도 만들고, 1인분이라도 엄연히 그 식당의 그 메뉴를 소비할 생각으로 찾아와준 손님인만큼 놓쳐서는 안 됨. 특히 요새는 경기가 안 좋아서 손님이 와준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인데 손님을 내쫓는다? 장사 안 하고 싶다는 거랑 뭐가 다르냐?

 

한식은 분명 우리가 살려 가야 할 우리의 고유 문화이며, 청년 창업 트렌드가 외국 음식 위주라 사대주의적인 면이 느껴져서 한식도 청년 창업 아이템으로서 분명히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전하고자 함. 이와 동시에 창업 아이템으로서의 한식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그만큼 영업상 특징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을 향하는 수요에 확실하게 대응하여 사업의 질적 상승을 이뤄야 한다는 것도 전하고 싶음. 좀 글이 두서가 없을 뿐더러 내가 뿌종원 같은 요식업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소비자 입장에서 느끼는 점을 적은 것에 불과한데, 글에 대해 비판이나 첨언할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적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