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만일 된다면, 북한 정권이 자폭에 가까운 형태(진짜로 외부에 도발을 하거나 중국이 혼란스러워서 뒷배를 봐주지 못하는 상황이거나)로 망하거나 중국이 북한을 합병하려는 일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북한을 떠맡는 형태로 통일이 이루어질 것임. 


실제로 독일 통일은 동독 체제의 급격한 붕괴와 동독 시민들의 급진적인 통일 요구에 의한 것이었음. 동독 체제는 그런 요구를 막을 힘이 없었고 소련은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음. 만일 비슷한 일이 북한에서 생기면 통일이 우리에게 이득이 되니 마니 한가한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중국군이 들어와서 수백만을 학살하거나 내전으로 생지옥이  펼쳐질지도 모르는데 그걸 방관한다면 그건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독립을 누릴 자격조차 없다는 소리밖에 안됨. 물론 이때 미국이 우리를 지지하고 중국군의 개입과 학살을 막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전제가 필요함. 


즉, 통일은 애초에 우리 민족에게 축복이 아니라 최악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일 것임. 차라리 우리가 대만처럼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있었다면 북한에 어떤 지옥도가 펼쳐지든 눈감고 귀막아서 우리끼리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음. 우리가 북한을 맡지 않으면 북한에 펼쳐진 지옥의 블랙홀이 남한까지 끌고 들어갈 미래를 막기 위해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북한과 통일해야 할 일이 언젠가는 있을 것이라는 게 평소의 내 생각임. 


현상유지? 그게 가능한다고 믿는다면 바보임. 북한부터가 현상유지를 바라지 않아. 공산당의 중국도 마찬가지고. 현상 유지를 바라는 건 배부른 서방 진영이고 외부의 적 없이 체제를 정당화할 수 없는 전체주의 진영은 현상 유지에 만족할 수 없음. 우리가 무엇을 바라든 결단이 필요한 날은 반드시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