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dennis0203입니다.

새로운 계시물 계획을 기반으로 글을 쓰고 있으니, 여기도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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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옛 계열사들 중에 새턴(Saturn)이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1982년에 GM의 로저 스미스 회장이 일본 소형차와의 경쟁을 위해 세웠던 수입차 대항 브랜드였지요.

더 나아가 새턴은 회사 문화와 체계 자체가 GM과 완전 딴판이었고, GM과 독립되어 있는 별도의 회사로 설립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새턴이 만들 차들의 구성도 일부 소개되었는데, 알루미늄 엔진에다가 새턴 전용의 완전신형 플랫폼, 그리고 플라스틱 차체 패널+입체구조 강철 뼈대 차체(스페이스프레임)를 사용한다고 밝혔지요. 1980년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구성이었을테고, GM에서도 폰티악 피에로U-바디 미니밴 삼총사에다 같은 구성을 사용하기도 했지요. 더군다나 입체구조 뼈대는 주로 경기용 차에서 쓰던 구조였던만큼 지금 봐도 눈에 띄는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 1990년에 새턴의 첫 차들이 출시되었을 때, 그 결과물이 되는 차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 첫 결과물이 된 차는 바로 새턴 S-시리즈, 즉 새턴 SL(세단)과 SC(쿠페)였습니다.

처음에 약속했던 수준의 높은 연비를 달성한 건 아니지만, 로저 스미스 회장이 약속했던 왠만한 약속들은 다 지켜냈죠.

물론 그 와중에는 플라스틱 차체 패널과 입체구조 강철 뼈대로 구성된 차체도 있었습니다. 차를 홍보할 때도 열심해 자랑하던 부분 중 하나였고요.

 

그런데 플라스틱 차체 구성+입체구조 뼈대, 그동안 나왔던 장단점들을 한번 알아볼까요?

 

 * 장점: 흠집이나 우그러짐 적고 녹이 안 스는 편, 차체 패널만 바꾸면 되므로 디자인을 바꾸는 게 편리함, 잘 하면은 차량 무게를 줄일수도 있음.

 * 단점: 플라스틱의 부피변화가 금속보다 커서 만들기 까다로움(=따라서 뼈대와 패널 간 간격 커짐), 금속 차체가 여전히 주류.

 

결과적으로 따지자면 새턴 S-시리즈는 믿을만한 신뢰성과 서비스, 비교적 호감 가는 디자인으로 호흥을 달렸고, 이 차를 산 사람들은 플라스틱 차체를 좋아했습니다.

반면에 라인업 확장이 한동안 이루어지지 않은데다가 여전히 플라스틱 차체 패널을 선호하는 사람은 비주류였고, GM 내부에서도 새턴이 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내부에서 "로저 스미스가 우리 브랜드에 투자할 돈을 새턴한테만 몰빵해주었다"면서 수많은 반발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갈등을 걸쳐 새 라인업이 투입되었을 때...

 

1: 새턴 L-시리즈 -  제레미 클락슨이 가장 지루하다고 열심히 까 댔던 2세대 오펠 벡트라의 플랫폼과 차체 골격에 새턴의 플라스틱 패널과 디자인을 씌운 차입니다.

                           처음에는 잘 팔렸고 평도 좋았는데 신뢰성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금세 실패작이 되어버렸지요.

 

2: 1세대 새턴 뷰 - 새턴 최초의 SUV로, 이쪽은 쉐보레 에퀴녹스/폰티악 토렌트의 플랫폼에 입체구조 뼈대와 플라스틱 패널을 입힌 차입니다.

                          판매량을 보면 그럭저럭 팔린 것도 같지만, 그렇게까지 경쟁력 있는 차는 아니었다고 평가받는 모양입니다.

 

3: 새턴 이온 - S-시리즈의 후계차. 쉐보레 코발트/폰티악 G5의 플랫폼에다가 플라스틱 패널+입체구조 뼈대를 씌운 찹니다.

                   하지만 쿠페 버전과 고성능 레드라인을 제외하면, S-시리즈에 비해 여러 모로 어필할만한 게 별로 없다고 평가받고 묻혀버렸지요.

 

 

S-시리즈 이후에 나온 새턴차들도 플라스틱 차체 패널을 고수하곤 했지만, 많은 차들이 경쟁력이 상당히 달려서 새턴의 이미지에 먹을 칠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2002년부터 2010년까지 GM의 부회장을 지냈던 사람은 "내가 디자이너의 엄마였어도 저거 대신 일본차를 샀을 것"이라고 자서전에서 회고한 적이 있었고, '플라스틱 패널 때문에 뼈대와 패널 간 거리를 띄워놓느라 디자인이 엉망이 되었다'는 평가도 같이 실어 놓았었지요. (발언 출처: 밥 루츠의 "빈 카운터스")

 

그래서인지 2007년에 뷰와 이온이 단종된 이후, 모든 새턴차에서 플라스틱 차체 패널과 입체구조 뼈대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덕분에 새턴을 좋아했던 이들은 "새턴이 더이상 '남들과 다른 차'가 아니게 되었다"고 한 마디씩 했던 반면, 후속으로 등장한 차들은 전문가 및 소비자들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었지요. 어떻게 보면은 이상하지만 독특한 실험이자 개성이기도 했던 플라스틱 패널과 입체구조 뼈대 조합,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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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제 생각으론, 새턴은 그 GM을 말아먹었다고 온갖 욕을 들어막던 로저 스미스 회장의 행보들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필요한 브랜드는 아니었고 얼마 안가 정리되었지만, 적어도 GM 전반에 퍼뜨릴 가치가 있는 회사 문화와 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거든요.

       그나저나 플라스틱 차체 패널, 기존의 단점들을 최소화하면서 잘 써먹어볼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링크 - 1 / 2 / 3 (셋 다 영어입니다). 지금도 플라스틱 차체 패널은 BMW i시리즈나 스마트 경차 라인에서 볼 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