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챈러스 채널

얼마 전에 K7 YG형과 스포티지 QL형의 1/38스케일 모형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은 PINO B&D를 통해 판매하는 제품이다.

 

그런데 한 가지 떠오른 게 있었다.

 

"우리나라 차들은 왜 1/30대 스케일의 풀백 미니카만 발매할까?"

 

일단 한국 자동차의 다이캐스트 모형의 역사는 1/30대 스케일의 풀백 미니카로부터 시작했다. 사실 아카데미과학에서 1980년대 차를 1/24스케일로 축소한 프라모델을 발매하긴 했는데, 여기서는 다이캐스트 모형을 다루는 글이니 논외로 하자. 

 

내가 알기로는 1980년대 혹은 1990년대부터 크로바, 세창 등에서 한국차를 축소한 다이캐스트 모형을 찍어냈고, 당시 한국의 경제 수준을 감안하면, 1/18스케일 등의 컬렉션 모형보다는 뒤로 당기면 앞으로 가는, 일명 풀백 미니카를 만들어서 어린이층을 공략하는 게 더 현실성이 있어보였다. 그래서 한국 다이캐스트 모형의 시작은 1/30대 풀백 미니카였고, 이런 스케일의 어린이용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풀백 미니카 말고도 플라스틱제 변신로봇을 찍어낸 적은 있다. 이 글을 쓴 필자도 뒤에 1994가 적힌 빨간색 포텐샤 변신로봇을 갖고논 적이 있는데, 비록 A필러가 없는 형태였지만 변신로봇 치고는 실차의 특징을 잘 재현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또봇에 구형 기아차 변신로봇이 나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전에 그랜버드부터......

 

변신로봇 얘기는 거기까지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1990년대 당시 한국의 미니카 시장은 길이 7cm 정도의 중국산 미니카 세트와 크로바, 세창, 창명 등에서 만든 1/30대 스케일 풀백 미니카가 전부였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세창이라는 회사가 사라진 이후 창명과 크로바, 미카월드(언제부터 미니카를 만들었는지는 불명)만 남았고, 이들 회사는 2000년대에도 풀백 미니카의 생산을 계속했다. 창명은 씨엠토이스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강조했으나, 디테일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단점이었고, 나머지 두 회사는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되 디테일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크로바의 제품들은 금형이 약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현대기아차의 컬렉션 브랜드 PINO B&D가 경쟁에 참여했다. 당시 미카월드와 창명이 시장에서 힘이 그렇게 세지 않았던 탓에 크로바가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는데, 경쟁에 참여한 것. 피노비앤디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생산은 웰리 등 외국 브랜드에 맡겼다. 디테일은 웰리의 힘을 빌린 덕분에 괜찮게 뽑아냈고, 크로바 제품의 품질도 2000년대에 비해 나아졌다......인 것 같다. 필자가 크로바의 최근 제품을 거의 안 접해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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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는, 2017년이 된 현재까지도 풀백미니카 위주로 찍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2010년대에 들어서 국산 미니카도 1/18스케일 등 컬렉션용 스케일 모형을 찍어내고는 있다. 주로 지그마리나 미니크래프트 같은 곳에서 찍어내는데, 미니크래프트는 1/18을 위주로 발매하고, 지그마리는 1/18 제네시스 BH(전기형, 후기형 모두)를 발매한 이후 1/32스케일의 컬렉션 모형을 발매했다.(K9, 마이티) 그 외에도 1/43스케일의 스피라 레진모형을 발매하는가 하면, 2016년에는 티볼리를 1/43스케일로 발매하기도 했다. 특히 2016년 5월에 발매한 마이티 1/32스케일은 국내에 전무하다시피했던 상용차 다이캐스트 모형을 발매했다는 점으로 보아 다양성 증가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여전히 1/38스케일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 나온 현대기아차 모형들은 모두 1/38스케일이다. 그나마 크로바월드도 2012년 이후 모형 발매가 끊겼는지 기존 라인업에 있던 제품들을 계속 찍어내고 있다. 다이캐스트 모형 시장이 어린이용 장난감 시장에 밀리고 있어서 그렇다는 점에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뭔가 아쉽다. 차라리 지그마리 티볼리처럼 1/43스케일에 문열림 기능을 없애고 찍어내되,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저가형과 컬렉터들을 위한 중~고가형으로 이원화하면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마침 1/43은 유명 제조사 대다수가 취급하는 스케일이기도 하고.

 

따라서 1/38보다는 1/43으로 차를 발매했으면 좋겠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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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4스케일의 경우 웰리제 현대 i30 1세대를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다. H350(쏠라티)도 나왔긴 하지만, 가격이 높아서.... 1/24로 하나 나온다면 필자는 쌍수 들고 환영이다. 근데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없어서 아무도 안 하려고 할 것이다. 당장 1/24스케일이 대한민국 시장에서의 비중이 몇 %인지 생각해보자. 5%는 나올까?
  • 부라고에서 벨로스타와 투싼 ix를 1/43스케일로 발매한 적이 있다. 5대짜리 세트 상품에 들어있는 걸 목격했다. 아쉽게도 투싼과 벨로스터가 같이 들어있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