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채널

이런 식으로 글을 써보는 게 처음이라 시작을 어떡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 탓에 두서없을 수도 있지만 마냥 혼자 떠안고 있기 힘들어서 글 좀 쓸게.


일단 나는 남자야.

당연하게도 쭉 남자처럼 살아왔고 성격 자체가 워낙 소심하긴 해도 성별에 대해 의문을 가지진 않았어. 조금 유별난 점이라면 외가 친척들이 다들 2~4살 터울이어서 어렸을 때 함께 역할놀이하며 보냈다는 점? 성적 호기심이 있다거나 했던 건 아닌데 상상속에서 여자가 되어서 자주 놀이하곤 했어. 그때는 마냥 같이 노는 게 재미있었고 딱히 싫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있는 그대로 어울려 놀았지.


그러다 스스로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건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말했듯 내가 진짜 소심해서 학교생활도 굉장히 조용히 지나갔는데 딱 하나 활발했던 곳이 바로 게임. 좋아하는 게임속에서 여럿 친해지고 카페에서 활동하고, 블로그를 키워가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 근데 그 시기에 게임에서 어째선지 착하고 친절하면 여자같다, 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종종 그럼 오해를 사곤 했거든. 나는 그게 싫지 않았어. 오히려 좋았지. 인정받는 기분? 괜히 칭찬이라도 들은 것처럼 어깨가 올라가는 것 같아서 익명성의 특성을 이용해 굳이 해명하지 않고 언니, 오빠 부르면서 지냈었어. 물론 누군가는 나를 남자로 보기도 했고. 어느 쪽도 해명하지 않으며 지내다가 문뜩, 나는 여자가 되고 싶은걸까라는 고민이 떠오른거야. 그때부터 고민을 시작하면서 벌써 10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 아니, 나는 여자가 되고 싶은 게 확실하다고 생각하지만 나 혼자서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줄곧 머리만 싸매고 있었어.


지금의 나를 돌이켜보면 좋아하는 남자가 있고, 그 남자 곁에 그려지는 내 모습은 여성인데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렵고, 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들어 마지 못해 친분을 유지하며 살고 있어. 애시당초 돈이 있어야 수술도 하는데 이런 내 이야길 꺼내봐야 주위가 힘들어지기만 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하고 딱 한 번 어머니께 여자가 되고 싶단 말을 꺼냈다가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는 이야기만 듣고, 그 뒤로 남자답다, 잘생겼다, 멋있다 이런 소리가 잦아지니 힘들어져서 말을 더 못하겠더라. 아는 누나... 그나마 이런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줄지도 모를 사람한테 털어놓고 싶은데 그마저도 혹시나 이상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면 어쩌나 싶어서, 그대로 소중한 사람 한 명을 잃을까 용기가 나질 않아.


오늘 꿈속에서 남자인 내가 여장을 하고 좋아하는 남자를 만났어. 정말 기쁘고, 여장한 내 모습이 아름다워서 남자임을 들키고 싶지않았는데 그의 친구들에게 들켜서 불쾌한 시선을 마주하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고, 그런 날 옹호해주는 그를 보고 있으니 또 한 번 세상이 무너지더라. 그에게 옹호받는 것이 꿈이라는 사실과 꿈속에서도 진짜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오늘 처음 찾은 곳이고 고민 몇 개 읽다가 나도 울컥해져서 공감하고 이해되다보니 용기를 조금 얻어서 글을 써버렸네.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 손가는대로 써서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는데 읽어줬다면 너무 고마워. 요약하면... 여자로서 살고 싶은데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조차 쉽지않아서 이런 내가 수술을 받아도 되는 걸까 물어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