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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자살시도를 한채 실려왔다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는 몰라도 손목을 그은건지 날붙이로 강하게 내려친건지는 알수 없었다. 손목에선 피가 물 새듯 흐르고 차라리 죽이라며 발버둥치는탓에 인원 부족으로 나까지 에이프런을 입은 채 촬영에 투입됐다.

썩 불쾌한 경험이였다. 죽길 바라는 누군가를 강제로 짓누르고 결박한채로 무언가를 진행한다는건 결코 잊을수 없는 일이였다.

한바탕 소란이 이어졌고 배움이 부족한 나로서는 모를 행위들이 양 옆에서 계속되었다. 아마 주사를 놓건 짓누르건 무엇이든 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환자가 힘이 빠져 소란이 잦아들었을때 그때가 되어서야 검사를 진행 할수 있었고 피에 젖은 가운을 벗던 중. 나를 담당하던 선생님은 날 불러세웠다.

나가서 머리를 식히고 오라는 말. 그렇게 난 카페로 향했다. 자살한 아버지가 겹쳐보였었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떨쳐내지 못했던것 같다.

마음을 추스린 후 다시 응급실로 향했을 땐 일하는 선생님들의 얼굴엔 언제 그랬냐는듯 감정이 죽어있었다.

방금의 일을 아무도 끄집어내지 않은 채. 눈 앞의 검사에 치중하는 모습들이였다.

그렇게 의료진이 살리려고 했던 환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에게 고마움을 느낄까 원망을 느낄까.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감정일까.


내가 싫다고 이머전시에 발을 들이지 않을수는 없겠지만 익숙해기 전까지는 이 날을 잊지 못할것이다.

아니 잊혀지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