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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 동안 잘 지내셨길 바라겠습니다.


지난 달 초 대학병원에서 MMPI 검사를 다시 실시했고 1개월 전 결과가 나오기는 했는데 원하는 시기에 맞춰 병무용진단서를 써 주겠다고만 하시고 결과지를 직접 받아보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병원에서는 F64.0을 만족하는 소견이 확인되지는 않지만 우울삽화가 나타난다고 해서 가벼운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입니다. 논바이너리로 재정체화한 이후로는 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인 분들만큼 디스포리아 자체가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고(디스포리아의 총량이 줄은 듯한 기분입니다) 목소리나 얼굴형을 제외하고는 신체적 부분에 대한 위화감보다는 정신적이고 비물질적인 영역(현재 사용 중인 이름, 여러 사회적 맥락에서의 일방적인 시스젠더 남성 취급 등)에서의 불쾌감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인 것 같긴 한데, 병역 문제로 인해,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 중 일부가 될 수 있는 호르몬 치료를 위해 명백히 시스젠더가 아닌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상당히 골치 아픈 일 같습니다.


대학원 진학은 확정되었으니 얼마 동안은 더 버틸 수 있겠지만, 졸업 예정으로 재학생 입영연기가 해소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으니 그렇게 거슬릴 수가 없네요... 그래서 현 상태에서 호르몬 처방이 가능한지, 필요하다면 여성화가 외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을 정도만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하고 가능한 천천히 진행하려 합니다. 외형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추구할 경우 학부생보다는 눈에 덜 띄더라도 음악계가 워낙 좁기 때문에 아웃팅에 준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꽤 높지만, 그런 부분은 스스로가 나 자신으로써 살아가는 게 중요하니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적당히 일코를 하기야 하겠지만 음악 활동을 하면서 지금의 제가 아닌 외적으로나마 트랜지션이 진행된 후의 저로써 알려지고 싶은 거고, 그 부분을 오해한 부모님이 현 상태에서 커리어를 착실히 쌓은 후 커밍아웃하면 경력은 물론 정체성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지금 상태에서 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와중에 급수를 내려 공익으로 근무하는 것조차 안 좋게(심지어 병역의무가 없는 엄마 쪽이 더) 보면서도 어떤 모습이든 응원한다는 가스라이팅과 다름없는 궤변을 늘어놓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얼굴 골격 자체가 패싱에 매우 불리하다 보니 지금 당장은 체중을 줄이고 머리를 기르는 것 정도가 한계인데, 좀 더 용기를 내서 여러 수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해야만 병원에서도 확실하게 진단을 받을 수 있을까요...?


벌써 2022년이 끝나갑니다.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고, 내년에도 각자 원하시는 바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