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나는 이날 김대중 당선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두환.노태우와 12.12 및 5.18 관련자들을 사면하겠다고 밝혔다.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은 이제 구속된 지 만 2년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을 내 임기를 마치기 전에는 석방할 생각을 갖고 있었고, 또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이야기 한 바 있었다. 이미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모두 검토를 마친 상태였다. 시기는 대통령 선거를 끝난 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계획대로 추진할 생각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12월 11일 나는 김종구 법무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단 둘이 오찬을 함께 하며 전두환.노태우 씨 등의 사면 방안을 검토했다. 나는 사면은 하되, 부정축재에 대한 추징금에 대해서는 반드시 환수해야 된다고 결정했다. 이들이 부정축재한 돈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돈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감옥에서 석방하더라도 부정축재한 돈은 환수해야 했다. 나는 김종구 장관에게 최종적인 사면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사면 검토 사실을 일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선거가 끝난 다음날인 12월 19일 오전 10시 나는 예정대로 김종구 법무장관으로부터 최종 보고를 받았다. 다음날인 12월 20일에는 이를 김대중씨에게 알려주었고 22일 국무회의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김대중씨는 전두환.노태우 등을 사면하겠다는 내 말에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그저 "좋습니다"라고 한 마디만 했다. 사면복권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당선자가 관여할 입장이 아니었다. 

12월 22일 오전 국무회의는 12.12, 5.18 및 비자금 사건 관련자 25명에 대한 사면안을 의결했고, 전두환.노태우씨는 구속 수감 2년여만에 감옥에서 석방되었다.

김영삼,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 하, 조선일보사(2001), 375~37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