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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선수도 아니었죠.”

구승민(28·롯데 자이언츠)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구승민은 2018시즌 롯데 히트 상품 중 하나다. 청원고-홍익대를 졸업하고 2013년 롯데에 입단(6라운더)한 구승민은 상무 전역 후 복귀한 첫 시즌 64경기에 등판해 73⅔이닝을 던져 7승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하며, 롯데 필승조의 핵으로 떠올랐다.

구승민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미완의 대기에서 이제 확실한 전력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그러던 그도 한때 야구선수로 심각하게 진로를 고민했던 처지였다. 구승민은 “대학교 2학년 때까지 프로는 꿈도 못 꿨는데, 3학년 올라가면서 투수로 전향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리틀야구(도봉리틀)로 야구에 입문한 그는 대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투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리틀야구에서 외야수, 포수, 중학교(청원중) 때 유격수, 고교시절에는 3루수였다. 

대학 시절에도 3루수로 나섰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구승민은 “야구를 못했다. 3루에서 1루까지 공을 제대로 못던졌다. 송구 실책이 빈번했다. 타격도 별로였다. 입스는 아니었고, 실력 부족이었다. 그래서 외야로 전향했는데, 이번에는 타구 판단이 안됐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대학을 간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다. 부모님도 프로는 생각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당시 감독님(정병규 감독)이 투수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셨다. 내게 투수란 그냥 편하게 운동하는 존재였다. 운동도 일찍 끝나고, 손에 굳은살도 박이지 않았다. 18.44m(마운드 투구판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는 가까워 보였다”고 설명했다.

투수로는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어깨가 좋아서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렸다. 구승민은 “투수가 재밌었다. 물론 야수를 할 때 생각하던 것처럼 편하진 않았다. 투수들이 러닝을 많이 해야 하는 걸 그 때 알았다. 그래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까지 더해져, 연착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후 구승민은 기대주로 관심을 받았다. 2014시즌 1군 마운드에 데뷔했지만, 1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가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5시즌이다. 하지만 1군 마운드는 벽이 높았다. 11경기 29이닝 동안 승리 없이 2패에 평균자책점 10.24를 기록했다. 피홈런이 9개였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현 KBO홍보대사)에게 KBO리그 통산 400호 홈런을 내주며 불명예스럽게(?)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2015년 말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는 마무리 투수로 수업을 받았다. 구승민은 “나한테 맞는 옷을 찾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1군 풀타임 시즌을 보낸 올해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컨디션이 좋았지만, 시즌이 들어가고 나서 헤매기 시작했다. 구승민은 “의욕이 앞섰던 것 같았다. 나도 뭔가를 보여줘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내 공도 못 던지고, 생각만 많아졌다. 당연히 욕도 많이 먹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급기야 5월초에는 옆구리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구승민은 “전화위복이었다. 던지고 나서, 생애 처음 느끼는 통증을 만났다. 아픈 것보다는 전기가 흐르는 듯했다. 갈비뼈가 다 나간 줄 알았다. 다행히 정밀 검사를 받아보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 몸을 다시 추스르면서, 마음도 다잡았다. 오히려 도움이 됐다. 시즌 초반부터 잘 던지면, 후반에 탈이 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준비를 더 했다”고 설명했다.

1군에 돌아온 구승민은 롯데 불펜에서 없어서 안 될 존재가 됐다. 그러니 연투가 많았다. 2일 연속 등판한 경기는 17경기였고 3일 연속 등판도 4경기나 됐다. 특히 시즌 중반까지 하위권을 맴돌던 롯데가 뒤늦게 상승세를 타면서 5강 싸움에 합류하자 구승민은 출석은 잦았다. 9월부터 정규 시즌 종료 시점까지 18경기에 등판했는데 그 사이 2일 연투가 6회였다. 구승민은 “솔직히 마지막에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도 힘든지 모르고 경기에 나섰다. ‘으샤으샤’하는 분위기에 힘든 줄 몰랐다. 그리고 나는 연투보다는 1이닝 이상 던지는 게 더 힘든 것도 있었다. 물론 힘든 걸 나는 느끼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잘 들어왔던 것 같다. 다만 3연투는 힘들긴 하다. 나도 내 폼이 무너지는 걸 알면서도 제어가 안됐다”고 말했다.

시즌을 마친 뒤에도 구승민의 몸상태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구승민은 “아픈 곳도 없고, 피로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구승민은 시즌을 마친 뒤 부산 동의과학대에서 회복 훈련을 소화했고, 12월 중순 서울 상계동 본가로 올라와 개인 훈련에 한창이다. 삼성 이원석, 두산 이흥련과 함께 운동 중이다. 특히 이흥련과는 대학 동기로 홍익대 시절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구승민은 “동기지만, 흥련이 형이 한 살 많다. 오랜만에 같이 운동해서 옛날 생각도 나고 좋다. 생각해보면 투수로 빨리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게 흥련이 형 덕분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구승민은 1월 중순까지 서울에서 개인 훈련을 하다가, 부산으로 내려가 스프링캠프 준비에 나선다. 2019시즌 목표는 20홀드다. 구승민은 “20홀드는 아프지 않아야 맞출 수 있는 수치다.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한 시즌을 소화하겠다는 각오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론세이브는 절대 기록하고 싶지 않다. 경기 후반 뒤집히면, 팀에 미치는 데미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사직구장의 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이런 구승민의 꿈은 마무리 투수다. 그는 “아직 손승락 선배님이 계시고, 나는 주어진 임무만 다하면 된다”면서도 “마무리 투수로서의 꿈은 아직도 가슴 속에 품고 있다. 선배님께 많이 배우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