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공작님, 당신은 여자의 마음을 모르셔도 너무 모르시네요. 당신께 여자는 마치 진열해놓은 화려한 장신구를 보는 듯한 시선부터 당연히 당신을 좋아하실 것이란 그 오만함까지요. 예, 이건 저만 느낀 것이 아니라 당신께 이용 당했다고 하는 영애들 모두가 느낀 것입니다. 당연하지요, 그런 애정도 없이 무관심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죠. 걱정마십시오, 이제 당신도 앞으로는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니까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그 유명한 제국의 영웅이 있던 겨울공작가의 집사인 코너스라고 합니다. 저희 공작 님께선 누가 봐도 찬란한 금발에 벽안을 가지신 멋지신 남성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공작 님을 질투를 하는 이는 그만큼 이나 많았고,그저 표현이 서투른 점을 모함 당하셔서 어느 마녀에게 저주를 받게 되셨습니다. 무슨 저주냐구요? 그건..

"코너스. 따뜻한 물과 수건을 가지고 들어오도록."

"예. 공작님 금방 들라하겠습니다."

"코너스, 밖에서 대기 하지 말고 안에서 수발이라도 들어주겠나?"

이런 경우는 공작 님이 저주를 받기 전 마지막 마녀로 추정되던 그녀와의 일을 꿈을 꾼 경우 뿐입니다. 이러실 땐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으신 편이니 어서 들어가서 기분이라도 풀어드려야겠지요.

"그래, 들어왔으면 일단 이 거추장스러운 옷부터 벗겨주도록."

"공작님, 매번 말씀드리지만 슬슬 저주에 적응하시고 하녀장께 이런 수발을 부탁해주십시오.."

"그 이야기도 이제 몇 번이나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녀장은 나를 커다란 인형처럼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지 않았나."

확실히 현재 공작 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새하얀 피부, 기다란 속눈썹, 가련한 얼굴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연한 금발을 가지고 들어갈 곳, 나올 곳이 확실히 자기 주장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분이 되셨지요. 저주를 받고 소리 지르시는 공작님의 목소리가 굉장히 얇아지셨기에 깜짝 놀라며 들어간 첫 날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주를 받고 얼마 안됐을 때는 분명 하녀장님께 부탁하여 온갖 옷수발 들게 하셨지만, 어느새 이런저런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는 것에 질려버리시고는 남자셨던 시절처럼 제게 수발 들게하셨습니다.

"하지만 공작님.. 의식은 하고 계시겠지만, 그 몸으로 나체가 되신다는 것 자체가 남성인 제게는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후후.. 미안하구나. 하지만 내게 가족처럼 믿고 몸을 맡길 수 있는 남잔 코너스 자네 뿐이다만?"

간혹 이런 대화를 나누면 아무리 평생을 공작 님께 충성을 받친 나라고 해도 민망함을 가릴 순 없어 얼굴이 붉어지는 걸 막을 수는 없네요. 그것도 나체의 미녀인 공작 님의 말씀이니까요.

"그런 태도가 저와의 염문설이 계속 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가? 그 소문은 그대로 부풀리는 쪽이 더욱 좋겠군. 난 이 나라의 귀족들에게 내 몸을 내줄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말이야."

공작 님의 저주를 막을 수 있던 유일한 방법은 공작님의 다음 생일이 다가오기 전, 여성분과 진실한 연애를 하는 것 이였기에 다른 가문의 귀족 분들께 만남을 요구하였고, 또한 그 요청을 대부분은 무시하는 것으로 일관하였죠. 결국 공작 님께서는 저주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황제 폐하께 새로운 이름을 하사받으며 현재의 삶을 살고 계십니다.

"공작님, 저는 결국 이렇게 평생 홀몸으로 살아가는 운명입니까..?"

"이런 미인과 함께 늙어가는 삶이라니 나름대로 성공한 삶이로구나, 코너스."

저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건 제가 굳이 읽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반복된 이야기 패턴이네요. 덕분에 저는 남자의 몸으로 모시는 공작님의 여체를 보며 매번 곤혹스러운 시간을 반복하게 되었고, 알고 싶지 않았던 여성복을 입는 방법을 제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언젠가 견실한 부인을 얻어 결혼하는 게 꿈입니다."

"그렇구나, 다른 이를 찾지 못하면 부디 내게 청혼해주도록 하거라."

"그러니까.. 그런 농담이 다른 이들에게 염문설을 퍼트리는 주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다른 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능력이 있지만, 저주를 받고 난 뒤부터는 공작 님의 생각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집사로써 처음 일할 때만 공작 님의 생각을 미리 읽어 업무를 편하게 봐드리려 했었고,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공작 님께선 표현이 서툰 것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한 그렇기에 저주를 막기 위해서 여기저기 요청을 많이 드린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생긴 남성이실 때 생긴 부하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내게 저런 농담을 하는 공작 님을 보며 가끔은 다시 진심이신지 읽어 보고 싶다는 충동감을 일으키십니다.

"그런가? 하지만 자네가 제일 잘 아는 여자라고 해봐야 나 말고는 하녀장뿐 아닌가."

"공작 님께서 제 휴가를 받아주신다면 다음번엔 약혼자라도 만들어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휴가는 앞으로도 계속 받아 들여주면 안된다는 소리군."

땀을 흘리신 공작 님의 몸을 다 닦아내고는 평소 자주 입으시는 검은 계열의 드레스를 입혀 드린 뒤, 저는  고개를 숙이고 문 밖으로 다시 나가려 하였습니다.

"아니면 오늘 나와 함께 바깥이라도 돌아다니겠는가?"

"예? 그건 시찰 준비를 하란 말씀이신지..?"

"시찰인가. 뭐 그걸로 좋다면 그 쪽으로도 괜찮겠지."

별 일이군요. 여성이 되신 뒤로 공작 님께서는 시찰을 잘 나서시지 않으셨습니다만, 오래 만에 나가실 기분이 드신 것 같습니다.

"호위는 2명 정도면 되겠습니까?"

"아니. 코너스, 그대와 나 둘이서 가는 쪽으로 해주거라."

"예. 그럼 아침 식사를 마치시고 1시간 뒤 출발하는 쪽으로 준비하겠습니다."

호위도 없이 나가는 시찰이면 가볍게 큰 길가 쪽의 시찰을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시켜 급히 공작 님의 외출을 알리고는 저 또한 가벼운 마법 무구를 품에 챙겨 놔야겠네요.

그리고 시찰을 시작한 지 20분 만에 저는 약간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시민들이 여성이 되신 공작 님의 미소를 보며,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째서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걸까요.

"코너스, 좀 더 가까이 붙어야겠구나."

"예. 확실히 백성 분들이 많으니 위험을 예방해야겠습니다."

"확실히 그렇군. 이리 오거라."

어째서 제 팔에 팔짱을 끼우시는 건지 공작 님께 따지고 싶지만 이러면 공작 님이 미아는 되시지는 않겠지요. 이리저리 다니며 기분이 좋아지신 건지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으셔서 저도 또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가끔 이런 시찰을 도시는 건 좋아하시는 편이셨죠.

"저기 코너스여 살짝 배고프지 않은가?"

"식당이라도 들어가시겠습니까? 여기 주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식당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이럴 땐 저런 백성들의 주전부리가 먹어보고 싶구나."

그러고 보니 여성이 되신 이후로 달콤한 간식을 좋아하게 되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공작 님을 혼자 내버려두는 것은 조금.. 아, 이미 벤치에 앉아서 제가 다녀오기를 기다리며 손을 흔들고 계셨군요.. 어쩔 수 없지만 금방 다녀오도록 하죠.

"공작 님이 여성 되신 후부터 생각보다 뵙기가 힘들어 지셨군요."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덕분에 저는 성에서 많이 바빠졌습니다만."

"흐.. 그건 좀 부럽구만요. 자 여기 과일을 듬뿍 얹은 크레프입니다."

'미인이 되신 공작 님과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인가 보군. 그것 참 부럽구만 그래. 평민으로써 최고의 신분 상승 아닌가.'

무엇이 부러운 건지 혹시나 해서 읽어보았지만, 크레프 상인의 머리 속은 완전히 꽃밭이라는 건 알 수 있었네요. 이런 곳까지 소문이 날 정도라니 확실히 공작 님의 기행은 퍼질 대로 이미 퍼져버린 소문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크레프는 확실히 공작 님의 취향에 잘 맞을 것 같군요. 어서 벤치에 앉아있을 공작 님께...?

"공..작님..?"

없습니다. 제가 착각할 리가 없는데.. 분명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계셨었는데.. 어디.. 화장실이라도 가신 건가 하였지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공작 님이 저를 버리고 어디론가 이동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 짧은 시간 정도에 그런 이유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럼..

"제기랄, 너무 안일했다. 이건.."

이건 위험합니다. 공작성에도 전부 마법으로 신호를 날리고 추적 해야겠네요. 여기 주변에 있던 인물들의 생각을 전부 읽어 봐야겠습니다.

'얼마 전 황제 폐하께서 새 부인을..'

'요즘 경기가 좋아서..'

'공작 님이 밖으로 다시 나오시다니 경사로군.'

'공작이 밖으로 나와줄 줄은 몰랐는데 작전이 대부분 불필요하게 됐네. 그나저나 나만 재미 못 보는 건가. 나도 공작 담당을 하고 싶었는데, 왜 내가 감시 담당일까.'

찾았네요. 당황하여 멈춘 저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성인 남성, 벨트에는 검이 걸려있는 것을 보니 검술은 배운 것 같습니다.

'저 녀석 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냐. 나도 빨리 돌아가서 그 육체를 맛보고 싶단 말이지.'

제 생각보다 더욱 악질인 녀석들이 걸린 것 같습니다. 빠르게 제압하고 이 쓰레기같은 놈 머리에 기록되어 있는 기지로 기사분들을 호출해야겠네요. 제발.. 부디 시간만 끌어주시길 바랍니다.


이 녀석들은 누구길래 감히 나와 코너스의 데이트를 강제로 끊어내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는구나.

아무래도 이 흉흉한 눈빛들을 보면 남성 시절의 원한이 이어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지만, 내 머릿속에는 들어있지 않은 얼굴들을 보아하니 누군가의 사주가 있었나. 영애들? 아니면 청혼을 거절한 귀족들인가.

"정말 대단하시군요. 이리 남성들에게 둘러 쌓이고도 그 무표정이 깨지질 않는 걸 보면 확실히 겨울공작님이란 명칭은 잘 붙이신 것 같습니다."

"겨울공작이란 명칭은 그저 우리 가문의 가문명에 의한 별명이다만. 나만 겨울공작이였던 것이 아니라 선대 공작분께서도 겨울공작이셨지."

"그렇습니까? 이런 무지한 쇤네를 용서해주시지요."

"그렇다면 이 밧줄을 풀고 내보내주는 건 어떤가? 그렇다면 이번 한번은 용서해주겠다만."

쿡쿡 거리며 웃어 대는 이 녀석들을 보니 전혀 놔줄 생각은 없어 보이는구나, 당연한 것이겠지만.이 몸이 되고서 첫 시찰부터 이런 녀석들에게 걸린 것도 억울하지만 남자던 시절에 단련한 내 육체였다면 여기 있는 대부분이 덤벼도 해결할 문제를 2명도 못 이겨내고 끌려왔다는 점에서 굉장히 화가 나는 부분이군. 이 녀석들이 원하는 건 몸값인가? 아니면 다른 귀족들에 의한 명령..?

"돈이라면 금방 내줄 수 있다. 너희들을 고용한 그 금액보다 더 많이 얹어줄테니, 나를 풀어주는 건 어떤가?"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희들은 지금 금액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쪽에서 걸어준 조건을 공작 님께서는 만족 시켜주시지 않을 것 같기에."

"조건 말인가? 진지하게 한번 고려해보지. 말해보게."

대부분의 조건이라면 이쪽에서도 수용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나가고 싶구나. 굴욕적이지만 지금은 본녀가 확실히 을의 상황이니 해결할 수 있다면 당장 해결하는 편이 신변에도 더 좋겠지.

"이야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공작 님이 그 몸으로 저희 쇤네들을 만족 시켜주신다면 기쁘게 저희도 한번 고려 하겠습니다만?"

이 녀석들은 처음부터 본녀와 협상할 생각이 없었구나. 흉흉한 시선의 끝에는 본녀의 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애초에 사주받은 이야기가 그 쪽이라고는 생각을 못 해보았었다. 여성이 되고 생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본녀의 여성을 망가트리려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구나. 어쩌지 코너스여.. 본녀의 순결은 자네에게 주려 하였거늘.

"그건 조금 무리가 아닌가 생각은 하지 않느냐?"

"전혀요. 이미 잡혀 오신 순간부터 쇤네들은 의욕이 가득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꽤나 정중한 대우구나."

"그렇습니까? 흩어져 있는 동료들이 전부 모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뿐입니다."

어쩐지 아까보다 사람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았다 하였지만 그저 보안의 문제라고 생각했거늘. 이 정도의 숫자라면 코너스 혼자선 뚫고 들어오기는 힘들겠지. 이럴거라면 진작 성내에서 코너스와 기정사실이라도 만들고 결혼을 했어야 했다.. 그런 생각은 이미 늦어버린 건가.

"무섭지는 않으신 겁니까? 지금 귀족으로써 이런 부랑배 집단들의 비밀기지의 제일 깊숙한 곳이라구요? 이것 참 일부로 뜸 들이며 분위기를 올리는 보람이 없으신 분이시군요."

"그것 참 미안하게 됐구나. 원래부터 그런 성정이였는지라."

"괜찮습니다. 당신이 그 물고 빠는 애인 분께서는 저희 아랫것들이 잘 주시하고 있으니까 천천히 시간 들여서 그 무표정이 부숴지는 그 순간까지 잘 즐겨보죠."

"딱히 물고 빨아보지는 못했다만?"

"거기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아무래도 본인의 상황을 잘 파악하시지 못 하시나 봅니다. 슬슬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 몸으로 한번 체험해보시죠."

시간벌이도 끝이구나.. 저 녀석이 본녀의 옷을 찢어내자 가만히 있던 주변 녀석들 또한 본녀에게 슬슬 다가오는 걸 보니까 말이다.. 코너스여.. 미안하다..

"시작은 저부터 입니다. 정말 남성이였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음란한 몸을 가지셨군요."

"그렇구나. 딱히 이런 몸은 흔하다고 생각한다만."

"그런 여유도 이제 끝입니다."

"아니. 너희들도 이제 여유가 없을 건데."

목소리와 함께 내 앞에 있던 녀석을 걷어내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코너스였다. 이 숫자는 아무리 마법무구 몇개를 가지고 있더라도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나를 위해서 내려온 것이냐.

"늦었습니다. 공작님. 부디 용서를."

"그럼 물론 용서하고 말고. 이왕이면 그대가 다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만."

"그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코너스가 이 곳을 발견했다는 것은 곧 기사단이 들이닥친다는 뜻이기에, 내심 본녀는 안심할 수 있겠구나. 아아.. 네게는 언제나 도움만 받고 말아버리는 구나. 그렇기에 여성이 되고 그대가 옆에 있으면 늘 안심이 되었지.

"이건 예상 외군요. 하지만 저희가 아직 유리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시끄럽군. 공작 님을 조사해서 납치했다면 나에 대한 것도 알 거면서 허세를 아직 부리는 건가?"

"이미 처형할 생각이 가득한 표정이시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몇 개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말로 앞에선 싸움을 선동하고 너만 지금 뒤쪽의 문으로 도망갈 생각이군? 근데 이미 그쪽은 내가 손을 좀 써놨거든."

"그.. 그게 무슨 소리신지 이 싸움에서 저희가 질 리가 없는데 굳이 도망을 가겠습니까?"

저 녀석 진심으로 도망갈 생각이였나. 어쩐지 코너스가 등장하고 부터는 옆쪽을 흘깃흘깃 쳐다보고는 하였지. 다른 녀석들도 이미 저 녀석은 믿지 못하는 것 같고.

"그리고 저기 대머리 녀석이랑 팔에 문신한 녀석도 전투가 시작하면 앞에 녀석을 뒤통수치고 도망가려는 태도인데? 너희들 이런 팀워크라면 여기저기서 급조된 용병집단이겠군."

코너스가 한명 지목하자 변명과 함께 저 녀석들의 사이에 불신의 시선이 늘어나고 있구나. 마치 코너스가 생각을 읽고 말하는 듯하다. 하긴 그럴 리는 없지만, 그랬다면 본녀의 생각을 읽고는 진심으로 결혼해주었음을 눈치채주었을 것 아니냐. 왠지 코너스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긴하지만.

"저자는 한 명 뿐이다. 다들 저런 거짓말에 선동 당하기라도 한 거냐? 저 녀석만 죽이면 해결될 문제잖아!"

"그렇다면 너 먼저 들어가라고! 난 지금 무기도 들고 있지 않단 말이야!"

"근데 저 녀석 주머니에 블링크 주문서는 들고 들어왔는데?"

그 말을 시작으로 불신과 불신의 얇은 긴장의 실은 끊어지고 어리석게도 자기들끼리의 내전으로 이어졌구나. 한 명씩 제정신을 가지고 우리에게 덤벼드는 녀석도 있었지만, 코너스를 이겨낼 만큼 강해보이는 자들은 없고.. 다행이구나. 코너스여.


"그래. 나를 구해낸 대가로 코너스. 그대에게 내 몸을 맡기려 하는데 찬성하겠느냐?"

"그.. 그.. 아닙니다. 공작님 제가 미숙했기에 그런 봉변을 당하게 된 것이므로 오히려 제게 벌을 내리셔야합니다."

네.. 코너스입니다.. 공작 님을 구해내는 과정에서 주변의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 모든 이들의 생각을 계속 받아들이며 전투를 했기에 정신이 나갈 거같이 힘들었지만 그 상황에서 가장 힘든 건 공작 님께서 제게 평소에 하시던 농담이 대부분 진심이였다는 사실도 함께 흘러 들어왔기에 하마터면 눈 먼 칼을 맞을 뻔 하였습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그대에게는 청혼 준비를 하라는 벌을 내려야겠구나? 물론 대상은 나이다."

이것도 진심이시겠죠. 읽어보고 싶지만 참겠습니다. 전투의 상황을 지켜보시며 이상함을 느낀 공작 님께 상황이 끝나고 제 능력을 고백한 뒤로 잠시 조용히 붉어진 얼굴을 가지시며 창피해 하시던 공작 님이 제게 능력은 쓰지 말아달라고 하셨기 때문에.

"그.. 그것은 오히려 포상이지 않습니까?"

"이것도 포상이라면 강제로 그대가 나를 평생 옆자리에서 모시도록 명령을 내려야겠군."

"결국 이야기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능력을 고백한 뒤로 공작 님의 애정 공세가 더 강력해진 건 마냥 기분 탓은 아닐 겁니다.

"나의 몸과 속을 모두 보고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냐..?"

"예..? 어찌 그게 그렇게.."

"그렇구나.. 코너스, 그대는 나를 여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구나."

"죄송합니다! 공작님! 이 코너스 공작 님의 명령을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 본녀 나르키스에게 그대의 마음을 고백하도록 하거라."

어째서 공작 님은 내가 공작 님을 염모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 일까. 혹시나 공작 님도 마음을 읽어 내시는걸까?

"마치 본녀가 그대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 생각하는 표정이구나? 그대는 표정에서 단순히 하고 싶은 말이 보이는 것이다. 물론 본녀가 그대를 좋아하기에 아는 것이다?"

"으.."

"아이의 이름은 카멜리아가 어떠한가?"

"벌써 아이의 이름부터 지으시는 겁니까?!"

"그대가 받아들인 것 같기에 미래를 보고 있었다만."

공작 님의 숨 쉴 틈 없는 애정 공세에는 엄청난 진심이 느껴지기에 나 또한 더 이상 평민이라는 이유로 돌아가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해피앤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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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자존감 높은 틋녀가 주제인 걸 보고는 굉장히 높은 귀족이면 어울리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바로 이런 저런 망상을 해보다가 바로 적어 내보았습니다. 이게 암타가 이미 진행되어있는 상태라 사실 꼴?루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찌 됐건 생각난 글을 써보는 것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이 들기에 바로 써보았습니다.

후담이지만 공작은 여성으로써 굉장히 아름다운 외모가 되었기에 황제가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 때 첩으로 들이려 했지만, 이를 거절함으로써 마지막에 나온 나르키스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전부 꽃말에서 따온 것이기에 공작은 자존심, 고결, 외로움을 가진 수선화에서 따오게 되었네요. 특히 한겨울에 피는 꽃이기에 겨울공작이라는 명칭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주의 이름은 산수유에서 따오게 되었는데 결국 공작에게 영원한 불변의 사랑을 받칠 것이라는 뜻을 담아서 지어주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한번 찾아보시면 공작의 마음을 한번 더 알 수 있겠네요. :)


난잡한 이야기이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