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협을 쓰고 있습니다.
판타지나 현판보다 시장이 더 작기에 아마 더 현실성 있게 느낌이 전해질 것 같습니다.
우선 작가가 되시는 길은 아주 다양하고 쉽습니다.
문피아에 글을 적어 최소 중간 정도의 수준만 되도 연락이 오기 시작할 겁니다.
만약 여기서 걸리면 그건 글 쓰는 재주가 없으신 것이니 포기하세요.
정말 읽기 힘든 작품 아니면 매니지에서 우선 연락하고 보는 게 이 바닥이라 연락 온다고 좋아할 것도 없고 꿈꿀 필요도 없어요.
반대로 연락이 안 온다면 그건 그만큼 작품이 별로라는 뜻이에요.
연락이 오기 시작하면 한군데가 아니라 몇 군데서 오기 시작할 거에요.
보통 보는 눈들이 비슷해서 연락이 오면 달랑 한군데서 오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그곳들을 다 만나보고 이야기 나눠보세요.
어디 이상한 하꼬방 같은 곳이 아니면 계약 조건은 대부분 비슷할 겁니다.
대략 100원 중 플랫폼에 돈을 뗘주고 남은 돈을 가지고 7:3 혹은 8:2 정도로 나눌거에요.
간혹 총 매출 즉 100원에서 나누는 곳도 있는데 대부분은 플랫폼에 뗘주고 남은 돈을 가지고 나눕니다.
그렇게 되면 대략 본인 손에 들어오는 돈이 50원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해요.
선인세라고 25화 정도의 원고를 넘기면 권당 돈을 먼저 받고 나중에 나오는 매출에서 선인세를 까는 방식이 같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선인세의 경우에는 이게 선금 형태이기 때문에 작가가 안 받겠다 하면 안 받을 수도 있어요.
신인 작가의 경우 보통 100만 원부터 시작해서 뭐 5권 계약 혹은 8권 계약으로 진행이 됩니다.
이제 이렇게 계약을 마치고 나면 원고를 넘기고 플랫폼에 자신의 작품이 팔리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럼 요즘 말로 현타가 옵니다.
잘 팔리는 작가야 정신없이 돈이 들어오니까 월 천이라느니 연으로 억이라느니 같은 이야기 나오지만
안 팔리는 작가의 경우에는 달에 100 버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카카오나 네이버 원스토어 리디북스 뭐 듣도 보도 못한 별의별 플랫폼에 다 뿌리는거 같은데 정산 받는 돈은 100이 안됩니다.
이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작품을 내놔도 사람들이 이런 작품이 나온지도 모르면 그렇게 되거든요.
그래서 좋은 매니지가 어떤 매니지냐면 작품을 광고해주는 푸시를 잘하는 곳이 좋은 곳이에요.
배너에 걸어주고 이벤트 때려서 사람들에 무료권 풀어서 보게 만들어 주는 곳이 최고의 매니지지요.
물론 작품이 재밌다는 전제가 깔려야해요.
재미도 없는 작품은 아무리 천사같은 매니지라도 밀어주지도 않아요.
그렇게 이벤트 걸어서 사람들 끌어모으면 반짝 돈을 땡길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반짝일 뿐 대부분 작품은 이벤트가 끝나면 다시 수그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그러면 이제부터가 신인 작가들이 무너지는 대표적인 현상이 발생하게 돼요.
아직 내용으로는 한참 남았지만 정산 받는 돈은 자꾸 줄어만 들고... 이때 많은 신인 작가들이 작품을 접어요.
딱히 매니지들도 중간에 접었을 때 작가에게 불이익을 거는 것이 없기 때문에 선입금 받은 돈을 다 까고 현타오면 연중을 많이 때리죠.
이게 개인마다 다르지만 생각보다 잘 되던 작품인데도 지난달보다 돈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는 접는 작품도 많이 봐왔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작가들의 경우에는 현세대의 코드를 따라가지 못해 많이들 작품을 포기해요.
분명 20년 전에는 이런 흐름으로 가야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간다고 하면 고구마라며 악플이 달리고 악플이 달리면
이게 또 매출과 직결되는지라 나이 먹은 작가들의 경우에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욕먹느니 그냥 작품을 내놓지 않고 빠른 나이에 은퇴하죠.
그래도 써놓은 작품 숫자가 꽤 많아서 생각보다 많은 돈을 정산받아 생활하는데 불편한 것은 없어요.
제가 생각해도 지금은 작가로 먹고살기 어렵지 않은 시점이에요.
예전 한참 암흑기 때는 인세 받으러 사무실 가면 사무실이 사라졌던 적도 비일비재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만큼 나오는 작품 수도 어마무시해서 웬만한 작품 아니면 제대로 된 조명을 받기도 어려운 게 이 시장이에요.
그러다 보니 이름 있는 작가가 거의 독식하는 승자독시의 세계가 되고 있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네요.
월 천 버는 작가가 1명이면 월 백도 못 버는 작가가 100명 정도쯤 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일일 연재 시스템이 굳어 버려서 오히려 주 3회 연재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욕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매일 약 6천 자에 가까운 글을 적어야 하는데 이게 또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떤 사람은 두어 시간 만에 뚝딱 만들기도 하지만 저같이 무협 작가의 경우에는 제약이 많아서 글자 수 맞추기가 힘이 들거든요.
그러다 보니 문장이 과거보다 많이 가벼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거 같아요.
퇴고도 대충 한번 보고 넘기거나 맞춤법 확인도 안 하고 편집자에게 넘기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그래서 독자들이 보기에 수준 이하의 작품이 널린 게 그런 이유때문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어요.
작가 입장에서는 이런 핑계로 쉽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지금 상황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네요.
예전 같았으면 얼굴 화끈해졌을 문장도 눈 딱 감고 넘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매일매일 꼭 글을 적어야 하고 그러다보니 시간 할애가 쉽지 않아요.
안 팔리는 작가의 경우 투잡을 뛰어야 한다고 하지만 투잡 뛰며 일일 연재 할 수 있을 정도 되면
전업으로도 성공할만한 사람이라 생각해요.
일을 하고 돌아와 매일 6천 자를 쓴다는 것은 저도 해봤지만, 하루 이틀이야 어떻게 해도 그렇게 몇 달, 몇 년을 한다는 건 상상이 안 가네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요즘 작가가 되는 것은 일도 아니에요.
하지만, 어느 곳이든 잘 된 그 손가락 안에 들어가기는 매우 힘들고 들어가지 못하면 월 100 이하의 작가 생활을 해야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해요.
전업으로 월 100이 안되는 작가.
젊은 친구들이라 당장 돈을 안 벌어도 되고 도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괜찮지만 돈을 벌고 생활을 해야 한다면 쉽지가 않아요.
일일 연재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떨어져 가는 매출에도 마음을 굳게 먹어야 살아 남을 수 있어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대로 글을 안 쓰면 욕을 한 바가지 먹는다는 것도 각오해야 해요.
게임에서 나오는 패드립정도는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욕이 댓글에 평생 박혀 있어 볼 때마다 작가의 가슴을 후벼 판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저도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제 만족에 제멋대로 글 적어서 지금까지 쓰는 거지 과거같이 편집자가 글자 하나하나까지 태클 걸면서
고쳐 쓰라고 했으면 진작에 그만뒀을 거 같아요.
당시에는 그래도 작품에 대한 평가가 책을 내놓은 뒤에 나왔기 때문에 글을 쓰는 도중에는 잘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하나의 편을 올릴 때마다 즉각 즉각 나오니 그 스트레스가 상당해요.
게다가 과거와 확연히 다른 스타일에 그 스타일을 따르지 않으면 비주류에 쓰레기 작가가 되는 시점이라 마음대로 쓰는 것마저 없으면
완결까지 가기가 힘들었을 것 같네요.
원고 하나 내보내고 들어와 주저리주저리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다 보니 뭐라고 썼는지 앞의 부분이 기억도 나지 않네요.
여하튼 결론은 일이라 생각하고 돈을 벌어보겠다 생각한다면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한번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저도 여러 직업을 가져봤지만 이곳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곳이 없었네요.
재능이 아주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의 센스와 완결까지 달릴 수 있는 끈기 정도만 있으면 작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그다음에 돈에 관련된 것은 운도 필요하고 작전도 필요한 것이라 따로 따져야 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반대급부로 찾아오는 실망감도 다른 직업보다 더 빨리 찾아왔던 것 같아요. 그러니 좋은 선택 하셨으면 좋겠어요.
판이 잘 깔린 만큼 좋은 판에서 좋은 글들이 많이 나오길 작가이자 독자로서 기대하는 마음에 긴 글을 적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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