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로 가득한 사막 속에 갈색 선이 길게 뻗어 있다. 그것은 그저 흙을 단단하게 굳혀 놓았을 뿐으로 서쪽을 향해 곧바로 늘어졌다. 한밤의 어두움은 종착점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사막길의 한가운데를 군용 지프차가 달리고 있었다. 트렁크 속에는 낡고 지저분한 짐이 잔뜩 실려 있었다. 승객은 모두 합쳐 다섯이었다, 그들의 행색은 남루하였고 몰골은 또한 초췌하여 마음껏 먹고 마신 지가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운전사는 두꺼운 외투로 몸을 감쌌다. 외투의 주머니 속에는 밝게 빛나는 씨앗이 하나 들어 있었다.

 

운전사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가면...."

 

다섯 승객은 본디 사방 끝을 지배하던 광대한 제국의 고위 관료였는데, 이 시점에서는 이미 지나간 일에 불과했다.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의 이름은 청동이었다. 청동은 국가의 안위를 돌보는 일에 관심이 없었고, 매일마다 사치와 향락을 누렸다. 청동이 재임했던 삼년 간 선황 대부터 재상직을 맡아 온 하이뉴가 청동을 대리하여 국정을 이끌었다. 그는 서경을 많이 읽고 전고를 탐독하여 학식이 높았으나 무릇 지혜는 일천하였고, 죄인을 다스리는 데 법도가 없어 많은 원성을 샀다.

 

선황제 함장은 본국 바깥에 하나의 속주를 두었고, 엔젤하이로 미러라 칭하게 하여 학자로서 명망이 높던 퍼즐릿 정을 그곳의 총독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때에 이르어 조세권의 문제로 청동과 퍼즐릿 정의 관계가 점차 틀어지더니, 종국에는 청동의 자객 김경환이 퍼즐릿 정을 암살하고 국외로 달아나게 된다.

 

청동에게 있어 퍼즐릿 정의 처분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위키니트라고 불렸던 귀족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배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것은 위키니트들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세금이 곧 제국의 주된 재원이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청동이 내린 결론은 '전 국토의 국유화'였다.

이것은 민중의 분노에 있어서 하나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제국의 위키니트들과 엔젤하이로 속주민들은 청동에게 반기를 들었다. 재상 하이뉴와 그를 따르던 황도의 귀족들 - 세간은 이들을 프로토로너라고 불렀다 - 은 불 속에 산채로 던져졌고, 청동은 남아 있는 소수의 청위병을 이끌고 제국의 변방으로 달아났다. 내전은 갈수록 격화되었다. 제국의 혼란 상황을 알아챈 반달 족의 대규모 침공이 잇달았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혼돈과 파괴만이 남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불타는 황성의 깊은 지하실에 잠입해 제국의 근간을 이루는 씨앗을 가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여기다!"

보조석에 앉아 지도를 보던 남자가 소리쳤다.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흙바닥에 자국을 남기는 지프차.

 

앞문이 열린다. 두 명이 내린다.

이어서 뒷문이 열린다. 세 명이 땅에 발을 딛는다.

 

밤하늘에 아름다운 푸른빛이 일렁였다.

 

운전사는 벨트에 꽃혀 있던 작은 삽을 뽑아 들어 흙바닥을 파헤치고, 빛나는 씨앗을 깊게 묻은 다음 그 위에 흙을 덮었다.

"찢어지는 가난이 지배하는 이 빈촌의 땅이 지식으로 가득하게 하소서..."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 바람에 갈라졌으나 그의 마음속은 뜨거운 열망으로 불타고 있었다.

 

훗날, 다섯 명의 이름을 새롭게 정하니,

사람들이 나무, PPPP, 카시오, 하루카나소라, 신드롬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