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더라”

“네?”

“거래처에서 말이야”

“......., 네......., 감사합니다”

“대답이 늦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

열등감을 인식하고 나니 나의 열등감을 수빈씨에게 전달하고 싶지 않아 최대한 부드럽게 말이 나온다.

“아뇨! 대리님께 칭찬 받으니 좋아서요.”

방긋 웃으며 말한다. 싫다는 마음을 없애고 보니 참 좋은 웃음을 가졌다고 느껴진다. 저 얼굴로 말하면 욕을 해도 기분이 좋을 만큼 보는 사람이 기분 좋게 만드는 웃음이다.

“조금 농땡이나 피울까?”

“네?”

“어차피 지금 사무실에 가도 할 일 없잖아? 20분정도 남는데, 오늘 거래처 일은 이번 주 안으로 끝내주면 되고, 20분만에 끝낼 수 있진 않겠지만, 뭐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으니까.”

“네?”

“어디 카페나 들어가자고.”

“네. 네?”

회식장소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주차를 한다. 어디보자. 과장님껜 바로 회식 장소로 가겠다고 연락 드리면 되고. 뭐, 옆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얼떨떨하게 앉아 있는 애한테만 잘 얘기하면 문제는 없겠지.

“왜 그렇게 얼을 타? 커피, 싫어하는 것도 아니잖아?”

“네, 네!”

“들어가자.”

“네.”

상태가 이상해 보이긴 했지만 문제는 없다. 직장 상사라서 그냥 둘이 있는게 좀 불편하긴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엔제리너스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수빈씨는?”

“저는 녹차라떼에 샷 하나 추가요.”

결재 후, 자리에 앉는다. 다시 잠시의 침묵. 나는 카페에 온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일념을 가지고 입을 열기 시작한다.

“술은 잘 마셔?”

“잘은 못 마셔요.”

“주량은?”

“소주 1병 정도에요”

“그럼, 시작할 때 과장님께 술 잘 못 마신다고 말씀 드려. 아마 먼저 물어보실 꺼야. 괜히 회식자리에서 무리하지 말고.”

“네.”

“건배사는 준비해 놓은 것 있어?”

“네? 아뇨.”

“준비할 필요 없어 어차피 그런거 안시켜. 그리고 괜히 분위기 막내가 띄워야 한다고 부담 갖지도 말고. 그냥 적당히 친한 선배랑 밥 먹는, 적당히 불편한 자리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네.”

“너도 얼마간 봐 와서 알겠지만, 합리적이고 깔끔하신 분이야. 괜한 트집 잡거나 이상한 회식 문화같은 거 안 좋아하셔. 그래서 편한 기분에 까딱 잘못하면 예의에 어긋나게 핼동할 수 있는데 그건 좀 조심해.”

“네”

“가까워 지면 조금씩 장난을 해도 괜찮지만, 그 전까지는 예의나 범절 분야에는 꽤나 엄격하신 분이니까....., 절대 말로는 표현 하지 않으시지만, 마음 속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수 있어.”

“네. 알겠습니다”

내가 말하는 사이 커피가 나왔다. 나는 수빈씨의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커피를 가지고 온다.

“감사합니다.”

“어? 응.”

“아뇨. 그, 이렇게 회식 자리 조언도 일부러 해주신 거.....”

굳이 말할 필요 없는 이유를 말한 덕분에 얼굴이 또 달아오른다. 그리고 괜한 어색한 분위기 재현 때문에 아까의 그 질문도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다. ‘여자친구는 있으신가요?’ 별것 아닐 수 있는 질문이지만, 질문자의 감정에 따라 엄청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는 질문. 자의식 과잉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걸 알아도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자의식 과잉인 것이다.

“좀 쉬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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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문명의 이기 덕분에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시간을 보낸 후. 적당한 시간에 연락을 하여 회식장소에 가니, 근처 다른 카페에 있던 과장님과 후배가 저쪽에서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항상 이 고기집이네요”

“더 나은 곳 있어? 들어가자구.”

회식이 생기면 항상 오는 고기집. 회식이 적은 편이라 그리 자주 오진 않지만, 그래도 한 두 군데 정도의 회식장소가 더 있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한 감상과 함께 테이블에 앉는다. 주문은 과장님이 스스로 해버리신다. 항상 수고가 많다는 격려와 함께 회사일에 대한 농담. 고기는 상혁이가 잘 굽는다고 일방적으로 시키는 과장님과 자신이 굽지 못해 난처해하는 수빈씨. 고기가 익어갈 때 즈음에 맞추어 술이 나오고, 수빈씨가 술잔을 채운다. 내 술잔이 찬 후, 이 타이밍이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질문을 한다.

“그런데, 과장님. 아까 말씀하신 좋은 일은 어떤 일이십니까?”

“크하하. 그렇지. 그렇지. 오늘 이 자리는 그걸 위한자리지.”

술 한잔도 들어가기 전인데 이미 과장님의 분위기는 혼자 최고조 들떠있다. 좋은 일이란 게 예삿일은 아님을 직감함과 동시에 이어 나오는 말.

“나......, 애 아빠된다?”

지나가다 듣던 주인 아주머니의 서비스. 신난 과장님의 목소리와 이어지는 축하의 목소리들. 분위기 띄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상혁이의 입담과 옆에서 조용히 분위기 맞추며 있는 나. 그리고 시종일과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상혁이가 놔버린 고기 집게를 빠르게 들어 고기를 이어 구우며 술잔이 비워지는 상황을 계속 흘끔흘끔 주시하고 있는 수빈씨. 모든 것이 나쁘지 않다.

“그래 그래. 다들 고맙다들. 으하하. 나 잠시만 나갔다 올게?”

“어디 가세요?”

“담배 한 대 태우게.”

“저도 같이 나가겠습니다.”

평소 담배를 피지 않는 내가 같이 나간다는 소리에 의외라는 표정은 짓지만 되묻진 않으신다.

“뭣 하러 나와?”

“축하드린다는 말을 한번 더 드리고 싶었습니다.”

“뭘, 그걸 또 따로 하고 그래. 쑥스럽게.”

과장님은 대답과 함께 담배를 꺼내 무신다.

“신입은 좀 어때?”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일 잘하지?”

“네.”

“그래. 잘할 거야. 너보다는 모르겠지만, 곧 업무 능력만으론 상혁이보다도 잘 할걸?”

“저보다도 금방 잘 해 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웃으면서 농담조로 대답한다. 그 말에 함빡웃음을 지으며 가벼운 말을 하는 듯한 얼굴 표정을 지으시곤 대답하신다.

“그렇다구 너무 견제하진 말어. 좀 다정하게도 대해주고. 상혁이한테 해주는 것처럼 말이야~ 쟤도 이리저리 치여서 우리 회사가 세 번째 일자리라더라. 마, 다른 곳에서 일 하다 왔으니 실력도 금방 느는 거고 말이야. 응? 너 괜히 수빈씨한테만 틱틱거리는거, 수빈씨도 은근 신경 많이 쓰고 있을거야. 아님, 뭐 좋아하기라도 하는거야? 하하.”

“어이쿠 이런, 들켜버렸네요. 하하.”

“으이그, 5년정도 봤다고 엄청 능글능글해진거 봐 이거,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거에 얼굴 벌게지고 귀여웠는데 말야.”

“하하하”

다시 자리로 돌아간 지 얼마 있지 않아 회식은 끝이 났다. 각자의 주말을 잘 보내야 한다며 2차 이상은 절대 가지 않으시는 과장님. 이러한 깔끔한 부분으로 인해 아랫사람들에게 존경을 많이 받고 있지만, 승진은 점점 늦어지는 분이시다. 주말은 집에서 푹 쉬는 날을 가지자고 생각하고 씻고 나와 핸드폰을 확인 한 순간, 그 한 순간 주말의 복잡함이 시작되었다.

‘혹시 내일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이번주 월요일부터 몸이 많이 아파져

월요일날 올린다고 한게 지금에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보시는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죄송합니다.

https://arca.live/b/writingnovel/409723?p=1   - 1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