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널 죽이지 않았다.
내가 널 죽이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지켜보는 너는 너무나 아름다워 마치 달처럼 연한 빛을 내뿜었다. 그런 너를 바라볼 수밖에 없던 나는 나를 달맞이꽃이라 불렀다.

너는 항상 나를 싫어했지만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이 좋았다. 네가 혼자있을 때면 널 찾아가 나의 사랑을 표현했다.

나는 그저 너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같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밤하늘을 바라보는 게 마냥 행복할 뿐이었다. 너와 함께 있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너와 나의 색이 섞여 짙어졌다.

그런 네가 죽었다.

내가 죽인 게 아니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분명 그랬는데 내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창문 앞에 놓여있는 너의 신발은 나를 원망하듯 지켜보고 있었다.

분명 돌이킬 수 있을 것이다. 내 잘못이 아니니까. 그저 의도치 않은 실수였을 뿐이니까. 나는 너를 꼭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의 색은 섞이고 섞여 알아볼 수 없었다.

꽃잎으로 지우려한 피는 온몸에 번졌고,
애꿎은 너의 향기만 꽃내음 속으로 사라졌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