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오래전, 세상 사람들이 청동과 강철을 같이 벼리고 현실이 신화와 전설에게 양해를 구하던 시절


모든 것을 세상에서 제일 단단하게 만드는 장인이 모루에서 또 새로운 검을 벼려냈다.


그러나 이 난쟁이가 만든 무기들은 전부 날이 뭉툭해 아무것도 벨 수가 없었지.


그건 그의 솜씨가 모자라서도, 그가 평화를 사랑해서도 아니라네.


그는 항상 베이고도 며칠은 살아있을 매서운 칼날을 달지만


자고 일어나면 늘 칼날은 잘 가꾼 포장도로보다 평평해져 있었어.


그가 며칠을 일어나 지켜봐도 그의 눈꺼풀이 닫히면 칼날은 사라졌기에 그는 동족에게서 가장 별난 장인으로 손꼽히게 되었는데 


어느 날 유일한 용 사냥꾼이 찾아와 난쟁이들에게 의뢰를 했지.


용을 제일 잘 잡을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난쟁이들은 코끼리 크기에 백명이 당겨야 발사가 가능한 쇠뇌, 강철을 한뼘 반이나 뚫는 창 등 별의별 창의적인 무기를 만들어 주었다네


그러나 용 사냥꾼은 그 무기들로 사냥을 성공할때마다 고개를 흔들었지 "이것들은 강력하긴 하나 용을 잡기에 최고는 아니다"


난쟁이들은 화가 나 용 사냥꾼을 골탕 먹일 작정으로 늘 칼날이 뭉툭해지는 장인을 추천해줬어.


용 사냥꾼이 그를 찾아가자 그는 작고 튼튼한 망치를 만들어 용 사냥꾼에게 주었다.


용 사냥꾼은 그 망치를 몇 번 휘둘러 보더니 미소를 짓고 말했지 "최고의 무기군"


다음 날 용 사냥꾼은 머리에 하얀 대못이 박힌 용의 시체를 가지고 와 난쟁이들에게 팔았더니


난쟁이들은 용 사냥꾼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이딴 식으로 사냥하면서 어찌 저 작은 망치가 용을 잡기에 최고의 무기냐고 따졌네.


저 작은 망치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면서 말이야.


그러자 용 사냥꾼은 말했네. "진정하고 내 말을 듣게 저 무기가 왜 용을 잡기에 최고인지 설명해 줄테니.


첫번째 이유는 효율성의 문제였다네. 자네들은 설마 작은 망치와 용의 이빨로 용을 사냥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한 채 용을 잡을 무기는 이리 강해야 잡겠다, 저리 강해야 잡겠다는 식으로 무조건 늘리기만 했지. 


그 결과 자네들의 무기는 잠에서 깨어난 용과 싸워야 했고 꽤 고생했어. 그러나 난 저 작은 망치와 용의 이빨 한개를 들고 아주 가볍고 조용하게 잠든 용에게 다가갈 수 있었네.


두번째 이유는 견고함에 있었네. 자네들은 위력을 높이기 위해 무게를 더했고 그 결과 크기가 훨씬 커져 견고함이 흐려졌다네. 용을 사냥하는 이가 나밖에 없으니 말해주지. 세상에서 세번째로 튼튼한 것이 용이고 두번째가 용의 이빨이라네. 난 자네들의 무기로 용을 거의 때려 죽였어. 수십톤의 파충류를 때려 죽이기가 얼마나 힘든지 자네들은 모를거야. 하지만 세상에서 첫번째로 튼튼한 망치를 들고 두번째로 튼튼한 날카로운 이빨을 내려치자 잠든 용은 깨어나지 못했지. 


자네들의 망치로 용의 이빨을 내려치면 용의 이마와 이빨은 멀쩡하고 망치는 산산조각이 났겠지. 솔직히 자네들이 이 친구만큼 튼튼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자네들도 알잖나."


그 말을 들은 난쟁이들은 부끄러워졌네. 그의 말을 존중하거나 이해하기 때문이 아닌, 자신들이 이 장인처럼 견고한 쇠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였지.


게다가 용 사냥꾼이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케이스이긴 해도 그가 작은 망치로 더 쉽게 용을 잡은 것은 사실이였으니 말이야.


그들은 그 장인에게 가서 견고함을 배웠고, 장인은 그들에게서 예리함을 얻었지.


그렇게 해서 옛날 옛적 그 모루에선 더 훌륭한 물건들이 나오게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