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을 하고 그 학교에 입학하겠다니 제정신이야?"


“하지만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 이게 최선이야.”


“안 들킬 자신 있어?”


“당연하지.”


“네가 그렇게까지 장담하니까 믿을 수밖에 없네. 이름은 뭐야?”


“이름이라니? 너 내 이름도 몰라?”


“그게 아니라, 가짜 이름이 있을 거 아냐.”


“아 그런 얘기였어?”


“그래서 뭔데?”


“......카린.”


============================================================



“다음은 카린 양, 앞으로 나오세요.”


시간은 흘러 입학식. 갑작스럽겠지만 이 학교는...


“카린 양의 신입생 등급 추첨 결과는... F, 최하위 등급입니다. 입학식 이후 F 담당 선생님께서 별도 교육이 있을 예정이니 반드시 참석하시길 바랍니다.”


미쳤다.


“야, 들었냐? 쟤 F래. 어떻게 신입생 추첨에서 F가 나오냐. 이 정도면 운이 지지리도 없나 본데? 앞으로 한 달간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 보여.”


“F한테 동정심 품어서 뭐하게? 네 등급이나 신경 써. 그러다 네가 F된다.”


그것도 단단히.


대외적으로 이 학교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학교다.


돈 한 푼 없는 나를 받아주었다는 점에선 약간 다르지만 오히려 이 점에 있어서 다른 학교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뭐, 밖에서 봤을 땐 이런 느낌의 학교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먼저 이 학교엔 절대적인 하나의 규칙이 존재한다. ‘재학생 등급제’


말 그대로 학생들에게 등급을 매겨 나눈다는 뜻이다.


등급은 다섯 개가 있다. A, B, C, D, 그리고 F.


비율은 순서대로 5명, 20명, 50명, 20명, 5명으로 학년당 총 100명이다.


등급별로 받는 대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아직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F가 된다면 상당히 힘들다는 것만은 알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시스템이 있는데, 2주에 한 번씩 등급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인 ‘동급생 평가’이다. 


동급생 평가는 쉽게 말해 투표인데, 다른 투표와는 달리 특별한 점은 자신의 등급에 따라 가지는 표의 수가 다르다는 것이다.


자기 투표는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표의 개수를 많이 가지고 있기만 해도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등급은 굉장히 유리하게 된다.


참고로 A는 20표, B는 8표, C는 4표, D는 2표, F는 1표씩으로 총 505표가 100명에게 분배된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F가 걸렸으니 나는 지지리도 운이 없는 게 사실이다.


 




입학식은 등급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신입생들의 추첨 등급을 발표 후에 금방 끝났다.


이후 일정은 각자 반으로 이동 및 가벼운 HR 시간 후 종료이지만, 이는 보통의 경우.


최하위 등급인 F를 받은 나는 그런 거 일절 없이 험악하게 생긴 선생님의 통솔 아래 어딘가로 이동 중이다.


그나저나 이 선생님, 아니, 사실 선생님인지도 잘 모르겠다. 생긴 걸 봤을 땐 험악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앳된 얼굴이다. 어쩌면 3학년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분, 강당에서 F 다섯 명을 모으고선 “따라와라.”라고만 하고 갑자기 밖으로 걸어 나가서는 아직까지 한 마디도 없다.


조용히 뒤꽁무니만 따라 걸어가기엔 심심해서 다른 F등급 애들을 살펴봤다.


일단 나만 빼고 전부 남자인듯하다. 아니지, 실제로는 나도 남자다. 지금은 누가 봐도 여자처럼 보이겠지만.


근데 등급에 따라 기숙사 방도 다르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되면 나는 혼자 방을 쓰게 되는 건가?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잠자면서까지 여장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묵묵히 걷고 있었는데 앞장 서던 험악한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학교 뒤편으로 어지간히도 걸어왔다. 이런 식으로 걸어보니 새삼 이 학교가 얼마나 큰지 체감이 된다.


근데 여기서 뭘 하려는 걸까? 주위에 있는 거라곤 꽃밭과 테니스장, 작은 창고 하나뿐이다. 


정신 교육이라도 하려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폭력은 쓰지 않아줬으면 하는데.


에이, 아무리 이상한 학교라고 해도 명색이 엘리트 학교라는 곳인데 폭력을 쓰겠어? 


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을까. 그 남자는 곧 폭력보다 더한 짓을 벌이려 하고 있었다.



============================================================



제목 어떤가요? 별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