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하다
방 안에 있는 책들은 얇고 날카로웠다
더이상 장작이 되지 못하고 그저 굳게 만들기만 하였다
밖에 저 불빛들은 따뜻해 보였지만, 내 눈물은 차거웠다
그렇기에 따듯하게 보였을까 아님 굴절된 허상일까
나는 많은 빛을 등지고 걸어갔다
바람이 불었다, 이윽고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종이의 소리보다 더 가늘었지만
그것은 서로 마주하여 스치는 소리며 정적을 부수는 두터운 포옹이었다
그곳은 시원하지만, 서럽지 않았다
나는 위를 보았다
그곳에도 수많은 불빛이 있었다 허나 이어져있었다
밤하늘에 뜬 저 각자의 소망과 슬픔들은 누구에게 온기를 주는가
누구나 볼 수 있으니 어느 누구도 이어질 수 있는구나
그래도 그들은 거리를 잃지 않는다
그래야 슬픔을 옮기지 않으리,
그래야 소망을 가리지 않으리,
그래야 내가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나는 공허하지 않다
빛은 나의 눈이고, 바람이 나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