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방패의 전설 모음집(계속 업데이트) - 창작문학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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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날, 트리움피한의 대성당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성당과 그 앞 광장에 꽃들이 장식되고,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성당 안과, 밖과, 광장 전체를 메우고 축제처럼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성당 안에서는 황궁의 음악대가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대주교가 선 단상 앞으로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백발의 엘프 여인, 잔이 걸어왔다. 곧이어 그녀의 뒤를 따라 초록색 긴 머리를 묶은 엘프 남자 킬리안이 걸어와 잔 옆에 섰다. 동시에 정오가 되자 태양이 성당 바로 위로 뜨며, 원래는 이맘때 즈음 닫아 놓는 창이지만, 신랑과 신부의 요청으로 닫히지 않은 천장의 창문으로 찬란한 태양빛이 두 사람을 비췄다. 대주교의 짧은 설교가 끝나자, 다시 음악대의 웅장한 연주와 사람들의 우례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성당 밖으로 나왔다. 그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던 마법사들이 소리쳤다.


“대마법사님!”


“예쁘십니다!”


“행복하세요!”


잔은 손을 들어 그들에게 화답했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서로 팔짱을 끼고 광장으로 향하며, 킬리안이 조용히 말했다.


“기분이 어때?”


“아주 좋지. 마리만 있었어도…”


킬리안은 팔짱을 더 세게 꼈다.


“슬퍼하지 마, 마리도 저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네가 그랬잖아?”


“…그랬지.”


마침내 두 사람이 광장 한가운데에 도착하자 잔은 오른팔을 하늘 높이 뻗었다. 손 끝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하늘로 올라가자, 그것은 태양보다 밝고 아름다운 불꽃이 되어 하늘을 수놓았다. 모두가 박수를 치는 가운데, 잔과 킬리안은 군중 사이의 아인 가족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이 똑같이 손을 흔들자, 둘은 서로를 마주보고 미소를 짓더니 이내 입을 맞췄다. 긴 시간 끝에 찾아온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졌다.


결혼식과 피로연이 끝나고, 잔과 킬리안, 그리고 아인을 카이저가 따로 불렀다. 왕궁까지 찾아온 그들에게 카이저가 친히 말했다.


“진심으로, 결혼 축하하네. 자네들의 가정에 축복이 있기를.”


킬리안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카이저님. 허나… 이것 때문에 저희 모두를 부르셨을 리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네, 그날로부터 1년 반이나 지났지… 황실의 화가들이 드디어 완성했기 때문이지.”


아인이 물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어느새 황궁의 어느 벽 앞에 도착하자, 카이저가 그 벽을 가린 장막을 걷으며 소리쳤다.


“바로 이것일세!”


장막이 걷히자, 셋 모두 감탄했다. 아인이 말했다.


“프레스코화…”


잔이 중얼거렸다.


“그날 전투군요…”


킬리안이 조심스럽게 그림을 살폈다.


“우리 모두가 담겨 있어.”


아인도 가까이 다가가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푸른 검을 든 아인과 카이저, 지팡이를 든 잔, 킬리안, 솔리스를 불러낸 마리, 그리고…


“토트…”


카이저가 말했다.


“제국 제일의 화가들이 달라붙어 만든 그림일세. 자네들이 좋아했으면 좋겠군. 그리고 아인 경, 걱정하지 말게. 토트는… 치명상을 입었지 않았나, 적어도 몇 십년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못할 거야. 어쩌면 평생일지도 모르지.”


아인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네, 그렇겠지요.”


잠시 후, 황궁에서 나온 아인 일행은 작별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아인은 먼저 기다리던 프레야와 아들 볼프강을 데리고 두 번째 고향으로 돌아갔다.


-아인은 정식으로 풀링스블룸의 영주가 되었고, 오랜 시간 성군으로 칭송받으며 그곳을 다스렸다. 그리힌리즈에 살던 외조모는 아인의 부름을 거부하고 그곳에 남았다.


-아인의 부모, 칼과 이자벨의 시신은 다시 정식으로 수습되어 풀링스블룸 묘지에 묻혔다.


-잔은 대마법사로서 여러 마법을 새로 정리하거나 현대적인 술식으로 변환시키는 것에 힘썼다.


-킬리안은 자신의 아내를 위해 트리움피한에 정착했다. 고향을 떠나는 것보다 힘든 것은 엘프군에서 제대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기나긴 싸움 끝에 오크 부족과 드워프 제국은 정식으로 평화 협정을 맺었다. 레드암스도, 오크 종족도 조금 더 평화적인 방식으로 곡물을 얻게 되었다.


-마리는 성대한 장례식 후 고향 그리힌리즈에서 잠들었다. 오래지 않아 그녀의 무덤가에는 누가 심지도 않은 여러 색깔의 제비꽃이 가득 피었다고 한다.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공식적으로 시성식 후 성인이 되었다.


-서쪽으로 도망친 토트는… 아마 또다시 무언가를 꾸미고 있을 것이다…


-푸른 방패의 전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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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이 났으니 Q&A라도 받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