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죽었다. 접근 가능한 모든 경로를 차단하고 모든 기록을 말소했다. 그녀는 앞으로 나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고, 나는 그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녀를 죽여버린 것이다. 본래 달을 보기 전에는 달이란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잔인한 달을 나의 밤하늘에서 지워 버렸다. 


방은 좁다. 수기를 작성하는 와중에도 벽 속의 물줄기 소리가 방을 서늘하게 훑고, 등 뒤의 창문에서는 도시가 반사하는 빛이 침투하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녀는 죽었다. 슬픔 뒤에는 묘한 해방감과 더불어 파충류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도마뱀이 된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을 꾸려 나가려는 노력은 이제 필요하지 않다. 경제 지수도, 취업률도 굴속에 웅크린 초록색 도마뱀에게는 아무런 걱정이 아니다. 부디 나에게는 사육사가 존재하지 않기를.




피드백 대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