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들어올린다. 불안하게 떨리는 듯한 손은, 이내 오른편의 초읽기 기계를 누른다. 


돌을 거둔다고 표현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급적인 표현이다. 돌을 거둘 때 기분이 좋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문득 그는 그 기억을 떠올린다. 3년 전이었던가. 바둑으로 컴퓨터와 지독한 싸움을 해야 했고, 성적은 좋지 않았다. 만일 그 때 승리했더라면 과연 지금도 달라졌을까. 그랬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역사에는 가정이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때의 회상으로 잠시 빠져든다. 78수. 묘수를 터뜨렸고, 앞의 컴퓨터는 몇 수 되지 않아 기권을 선언했다. 이때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자신보다 10살은 어린 상대에게 졌다. 그것도 무참히. 10년 전이었다면 그 승부는 확실히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해는 져버렸고, 그는 왕좌에서 물러나야 했다. 실수가 되었던 흑돌을 살짝 두드린다. 상대도 살짝 얼굴을 끄덕인다. 65수. 실착이다. 이내 반상의 돌은 옆으로 치워지고, 다른 장면이 나온다. 이랬다면 어떠하겠느냐. 여기가 더 좋지 않았느냐. 


그는 고개를 떨군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바둑돌은 모두 정리된다. 그는 그 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는 무엇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더니 이내 잠에 든다.


한 날은 지나가고, 다음 날이 되었다. 그는 은퇴 의사를 표명했다. 잠잠하던 카메라는 이내 불꽃놀이라도 하는 양 빛을 잔뜩 터뜨린다. 당연할 것이다. 절대 은퇴할 것 같지 않던 그가, 그런 선언을 하다니. 다시 질문이 쏟아진다.


그 수많은 질문을 받는 그의 이름은, 이세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