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네 친구! 그 동안 잘 지냈는지 모르겠네. 자네나 나나 좀 바빠야지. 보내 준 편지는 잘 받았네. 바스커빌 별장에서 잠시 묵고싶다고. 물론 환영일세. 그간 내가 별장에 가 관리할 틈이 나지 않았었는데 자네같이 꼼꼼한 사람이 봐준다니 마침 잘 된 일이지 뭔가. 여하튼 머무는 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몇 가지 팁을 적어봤네. 


1. 아침에 일어나 침대 옆에 있는 설렁줄이 두 개가 보이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다시 자리에 눕게. 그 뒤에 들려오는 노크 소리는 무시하게. 저택의 모든 침실의 설렁줄은 하나네.


2. 아침 식사에 곁들이는 티는 얼 그레이로 하게. 명심하게. 나는 절대로 검붉고 쓴 브렉퍼스트를 마시지 않네.


3. 하녀가 가져온 신문의 기사에 런던에서 대규모 연쇄살인이 일어났다는 내용이 있거든 신문지를 바로 벽난로에 던져넣게. 종이가 완전히 태워지기 전 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고개를 돌리지 말게. 잭 더 리퍼는 48년 전 일이네.


4. 자네 부인이 복통을 호소하면 하인에게 의사를 호출하라고 하게. 하녀가 가져오는 어떠한 약도 먹지 말게.


5. 자네 아이들이 하녀가 주었다는 사탕을 먹고 있으면 바로 뱉어내게 하고 꼼꼼히 양치질을 시키게.


6. 4층 복도 안쪽의 초상화의 모델이 여성이라면 보는 즉시 집 밖으로 나가게. 


7. 서재에 있는 책장 중 두 번째 책장에 가죽으로 된 책이 보이면 창문 밖으로 던지고 서재 문을 닫고 나가게. 잠시 후 정원사가 소리지르는 것은 무시하게.


8.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이 편지를 꼭 태우게.


9. 지하실에 갔을 때 말소리가 들리면 문을 닫고 걸쇠를 채우게. 그리고 아무 하인이나 불러 지하실에 쥐가 있는 것 같다고 하게. 그러면 알아서 처리할 걸세.


10. 혹 편지 내용 중 이상한 내용이 있거든, 자네 곁에 있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말게. 그들이 어떤 일을 할 지 모르네.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빠져나오게.


그럼 즐거운 휴일 되게나! 


친애하는 자네의 친구가.



p.s. 자네 대체 결혼은 언제할텐가? 조금 있으면 20대도 끝나는데 말이야. 자네 부모님 생각 해서라도 손주들 보여드려야지 않겠나? 자네만 괜찮다면 좋은 숙녀 분을 소개시켜 주겠네. 아이들을 좋아해 항상 주전부리를 챙겨다니는 심성이 고운 분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