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 - 2 

 ——————-  

영등포시장역. 

그곳은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우리가 가본 뒤에는 이미 늦었었다.  

터널도 막혔다. 

새로운 길은 더 이상 없다. 

“살려 줘!”

 아무것도 생존할 것 같지 않았던 그곳에서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가봅시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수빈 기관사는 달려갔다. 그는 60대로 보이는 노인이였다. 

무너진 돌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끼여 있었다. 

 “돌을 들어야 해요! 누가 와서 도와주세요!” 

장의민 기관사를 포함한 수십 명의 사람들이 힘을 모았다.

 비교적 가벼운 돌이라 쉽게 들렸다. 

하지만 노인의 상태는 심각했다. 

노인의 앙상한 다리는 살갖이 다 찢어져서 피가 멈추질 않았다.

 “누구 붕대 없어요?”

 그때 한 다리를 붕대로 감고 있는 여성이 말했다.

 “저 있어요! 다리에 붕대를 감았긴 했지만 어차피 다 나았어요. 이거라도 쓰세요.” 

그녀는 자신의 다리에 감긴 붕대를 풀어서 김수빈 기관사에게 전달하였다.

 그녀는 비상용 손전등을 입에 물고, 지혈을 시작하였다. 

“으으아아악!”

 “좀만 참으세요!”

 “으으.. 고맙네.” 

그녀는 능숙한 실력으로 붕대를 묶었고, 우리는 그 모든 과정들을 지켜만 보았다. 

“이제 걸을 수 있갔어.”

 “무리하시면 안 돼요.” 

거짓말처럼 그는 일어났다.

 하지만 몇 초 못가 곧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무리하시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업히세요.”

 “정말 고맙네, 젊은이. 생명의 은인이여.” 

“별말씀을요.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오첨성이라고 하네. 지하철 안에서 별의별 물건을 팔았지.”

 “이동상인이세요?”

 “그래 그거. 근데 이게 무슨 일이다냐..이거..” 

“저도 잘 ㅁ..” 

콰콰쾅!

 천장이 흔들린다. 

우리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천장에 거대한 금이 간다. 

바로 내 위였다.

 장의민 기관사가 소리쳤다.

 “거기 학생!!”

 “네?” 

“피해!!” 

나는 가까스로 몸을 날렸다.

  그러더니 천장이 무너졌다. 

조금이라도 느리게 뛰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헉..!” 

무너진 자리에는 새로운 길이 열려 있었다.

 또다른 승강장이였다.  

무너진 돌은 자연스럽게 계단 모양을 만들었다. 마치 올라가라는 듯.

  “유령 승강장이여.”

 뒤에 있던 할아버지가 말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해졌다.

 “혹시..10호선 유령 승강장?” 

그렇다. 유령 승강장, 즉 만들어 놓고 안 쓰는 정류장이였다. 

10호선 계획은 무산되었다고 들었는데, 승강장은 어느 정도 만들어 놓았나 보다.

 “올라가 볼까요?”

 기관사들이 토의를 시작했다.

 “환승통로가 연결되어 있다면.. 탈출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요.” 

“10호선 승강장에서 5호선 대합실로 가는 환승통로는 지어지지 않았을 텐데..” 

“지금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 가 봅시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