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더운 여름 날, 민가의 등불이 얇은 문풍지를 타고 새어나왔다. 은은하고도 희미한 그 불빛은 어두운 밤에 한층 더 그 존재감을 드러내니, 선연한 불빛 아래 그림자는 더욱 더 뚜렷하고 짙게 흔들리고 있었다. 


두 그림자는 서로 섞이고 섞인 채로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포개어 깔아 뭉개 듯이 정을 나누었다. 서로 마주 안은 채로 포개어진 그림자는 하반신 쪽이 먼저 흔들린다. 그렇게 서로를 응시하던 두 그림자의 머리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오랫동안 겹쳐졌다.  한참을 그러다가 위에 있던 그림자는 한참을 겹쳐있던 머리를 살짝 아랫 쪽으로 내린 채 이번엔 게걸스럽게 가슴을 희롱한다.


한 눈에 봐도 수십년은 되었을 오래된 집은 그림자의 격렬한 몸부림에 따라 삐걱삐걱 비명을 질러댔으니, 그의 정력은 가히 집안의 대들보를 휘어버리고 비루한 바닥까지 뚫어 버릴 기세였다. 거기에 참지 못하고 아낙네는 이내 비명을 질러대었다. 


"에그머니나! 저러다 돌쇠네 잡는거 아닌가 몰러!"


종종 지나가던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듯한 말투로 한마디씩 던졌다. 고통의 수반으로 시작된 날카로운 비명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자 이제는 비명을 질러대는 것도 지쳤는지 숨도 제대로 못쉬고 체력이 버텨 나오지 못하는 괴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의 초주검이 되어 질질 늘어진 그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야릇해서 제자는 목구멍으로 침을 삼키고 어느샌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고... 돌쇠네가 아주... 죽어나가는구만..."


기본적으로 걱정하는 말들은 처음과 비슷했지만, 그 행위를 보던 사람들의 분위기는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사타구니를 베베 꼬아가며 오줌 마려운 어린아이처럼 안절부절 못한 채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뒷집 처녀. 대놓고 저고리 자락에 손을 넣으며 가슴을 애무하는 앞 집의 개똥이네 아낙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낙네의 손을 잡고 끌고 가는 개똥이네 아저씨. 건넛집의 총각은 어둠을 틈타서 구석을 마주 보고 서있었다. 거기에선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모두가 본능 아래에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집중하는 사이에 자세가 바뀌어간다. 


조신하게 엎드린 그림자의 엉덩이를 타고 거침없이 사타구니를 부딪혀 온다. 끝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섞여 질척거리는 물건이 스쳐지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마치 무언가를 넘기기 쉽게 하도록 물같은 것이 듬뿍 묻어나오는 촉촉한 소리였다. 


그리고 나오는 여인의 목소리는 더이상 고통스러운 비명도 체념에 찬 헐떡거림도 아닌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에 찬 탄성이었다. 그것은 더 이상 사람의 말이라곤 나올 것 같지 않을 짐승과도 같은 기묘한 신음소리였다.




그것을 보며 제자는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남자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여자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르키는 것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저들이 아니고, 너의 눈으로 빗대어서 이루어 낸 상상일 뿐이니라."            


날이 저물어도 서늘해 지지 않는 무더위의 아지랑이가 아득히 눈 앞을 희롱하며 기묘한 열기를 내는 자신을 느낀 제자는 의아한 듯이 스승을 바라볼 뿐이었다.


열기를 품은 사타구니는 강렬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어느 깊은 여름밤 제자가 성이 난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열대야에 잠을 설쳤느냐?"


"아닙니다."


"모기한테 물린 곳이 가려워 잠에서 깨어났느냐?"


"...아닙니다."


제자는 꼿꼿히 부풀어 오른 국부를 쳐다보며 팬티를 내렸다. 팬티 속은 이미 희멀건 체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는 초연히 스승의 질문에 답을 내렸다.


"야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기쁜 기색도 없이 성이 난 채로 그러고 있느냐?"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타구니에 묻은 탁한 체액을 닦으며 제자는 나지막이 흐느꼈다. 흘러내리는 그의 눈물은 걸쭉하고 짙은 체액과는 달리 티없이 맑고 투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