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보다, 석유보다 

검은 죽음의 신이 그의 검은 망토로 

세계를 가릴 적에, 


백마는 한차례 울음과 함께, 허공을 박차고

흑색 망토 위에 펼쳐진 빛의 세계를 향해

네 개의 편자에서 내뿜는 정열의 불꽃과 빚들 너머로

백마는 그 몽환적 카오스, 심연으로 뛰어든다.

심연이여, 죽음이라고도 하는 그대의 위에 펼쳐진 은하라는 이름의 빛의 바다여,

신들과 영웅들의 전설과 이름을 지닌 광명성들의 거처여.

백마는 외치며, 은하의 궤도에 몸을 맡긴다.


사라진 은하의 옛 길들은 석양의 무게에 

무릎 꿇고.

해는 빛을 잃고, 죽음의 세계로 들어선다.


그러나 해가 죽어가는 시점에,

하이얀 신부 의상을 차려입은 아르테미스가

그 발꿈치에 빛이란 이름의 백색구두를 신고 나타나고

해가 죽은 그 시점, 다시 한번 어두워진 세상에 빛을 밝혀주는구나


로제가 별자리 사이로, 분홍빛의 관능미를 보이며 흐른다.

관능과 쾌락의 별이 있다면 한번 찾아보자

그대 상파뉴 하늘 속에서

조물주의 오묘하신 능력이 만들어 낸 삼라만상을 


포도주를 마시며 우린 몽환 속에서 토성과 목성과 카시오페이아와

북두칠성을 불러낸다네 

와인잔에는 정열의 불꽃이 어른거리건만 

태양은 아직 죽음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대, 자정이여, 전설들이 그대를 감싸고 도는데

그대는 아직도 정욕의 왈츠 속으로 한 쌍을 끌어들이는구나

그러다간 주정꾼이 추억의 붉은 피로 잔을 채워 달라고 또 부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