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 가로등이 둥그런 눈을 끔뻑이며 묻는다

밤보다 어두운 얼굴로 무얼하냐고

네 얼굴의 그림자가 깊어 나조차도 비출 수 없다고


내가 말하길 내 꿈이 이보나 어둡다 했다

내 미래가 저 밤바다보다도 깊다고 말했다


귀갓길 가로등이 둥그런 눈을 명멸하며 묻는다

네 목까지 흘러내린 검은 자욱은 무엇이냐고

계곡보다 깊은 골은 무엇을 흘려 깎아내었냐고


내 잠을 묻고 삼킨 달콤한 괴물에서 나온 것이 

내 두 눈 아래에 검고 깊은 골을 만들었다 했다


그럼에도 내가 밑바닥에 있어 

내 얼굴은 밤보다 어둡다고 말했다


부르튼 입술 사이의 그림자도

우묵하게 파인 두 눈두덩이도

곯아 말라버린 두 손목마저도


내 살점을 쌓아 올렸음에도 

내가 이리 바닥에 있으므로

내 설움이 밤처럼 깊어졌다


나는 그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