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보드카가 술잔을 매끄럽게 내려온다

들이킨다

싸구려라 그런지 역겨운 알코올의 뒷맛이 입안을 맴돈다

빨리 취하고 싶었으나 정신은 아직도 멀쩡하기만 하다

더 들이킨다

한잔, 두잔, 어느새 한병을 다마셨다

어느새 해가 졌다만 아직 취하지 않았다

술이 다 떨어졌다 결국 술만 버렸다

공원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쓸모없는 몽상을 한다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다


꿈을 꿨나보다

어딘가로 떨어지는 꿈

그런데, 너무 생생하다

어쩌면 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불편한 침대에 누워 눈만 뻐끔거리며 익숙치 않은 천장만을 응시한다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싶다

아직 취하지 않았다

한잔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