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그대 얼굴 떠올리지 못합니다.

 멀어지는 선박에 타서 손 흔드는 그대 모습도

 걸상에 눌러앉아 시인처럼 생각해도

 무엇 하나 떠올릴 줄을 모릅니다.


 눈 먼 시인입니다.

 글 속의 저는 앞을 보지만

 저는 제가 너무 낯선가 봅니다.


 눈 먼 시인입니다.

 떨어지는 꽃잎에 추락하는 마음 담아낼 줄 모르고

 그저 뜬눈으로 눈꺼풀 바라볼 뿐입니다.


 메마른 감정은 사랑할 줄 모르고

 굳어버린 머리는 흉내내지도 못합니다.

 표현할 줄 모르고 느낄 줄 모르는 슬픔만이

 안으로 굽어 마음을 찌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