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뜨겁기만 하던 열탕에
어른들이 말해대던 시원하다로 나는 처음으로 역설을 배웠고
이해할 수 없는 외딴 영역이었다
뜨겁게 끓어오른 투명한 탕에
손가락으로 포옹하는 것은 부족하고
발끝으로 키스하는 것은 짤막하니
그대로 뛰어들어 잠겼다네
살갗을 태울 듯 퍼지는 열기가 몸을 타고 퍼지고 나면
쿵쿵대고 떨리며 부푸는 혈관에
온몸이 짜릿거리며 척추부터 피어난 전율에 싸이는데
그러다 갑자기 열기에 질리고 만다
빠져나와 불어난 때를 한꺼풀 벗기고
비누거품으로 온 몸을 덮고
차가운 샤워기의 물방울로 씻어내면서
며칠 지나 또 더러워질 테지만 당분간 찾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