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의 위대한 도망
흰 눈으로 뒤덮인 것 같은
도화지 속 세상에 태어나 가진 것이라곤
연필로 얆게 그린 몸뚱아리와
얆은 몸에 품고 있는
낙서인 난 그릴 수 없는 그저 그런 꿈일 뿐이다
주위에도 나 같은 놈들이 많은데
그 놈들은 매일 정신없이 움직일 뿐이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눈에 띄려고 하듯이
나는 그것에 동조해 계속 같이 움직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움직이면
항상 위에서 지우개가 나타난다
지우개는 내 주위에 있는
낙서들을 전부 다 지워버린다
그 충격적인 광경에 몇몇은 타의로
아니면 자의로 지워지고 지워지게 하였다
그 광경은 어떤 낙서의 즐거운 축제이고
어떤 낙서의 따분한 일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젠 지우개가 내 위에 있다
무심함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어쩌면 마음 편히 받아들여야
강제로 그리 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옳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결심했다 도망가야 한다
저 빌어먹을 지우개로부터
내가 그렇게 할려는 이유는
지우개를 통해 그저 그러한
내 꿈의 존재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난 별 같은 꿈을 향해 도망가 안아주고
내 눈에 띄게 할 것이다
도망갈 때 보이는 다른 낙서들의
지우개 가루를 힘껏 품고 말이다
따라서 이 도망은 결코 위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