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멋대로 하는 삼국지 모음집

관우(?~219)

자는 운장, 하동군 해현 출신.

대적할 자가 없던 당대 최강의 무신(武神)

하지만 묘하게 오만한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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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은 네 명의 장수를 거느리고 곧바로 호뢰관 앞에 이르렀다. * 첫 번째 장수는 우북평 토은현 사람으로 성이 정(程)이고 이름이 보(普), 자가 덕모(徳謀)이며 칠척 창을 사용했다. 두 번째 장수는 성이 황(黃)이고 이름이 개(蓋), 자가 공복(黃蓋)이며 영릉 천릉현 사람으로 철편을 썼다. 세 번째 장수는 성이 한(韓)이고 이름이 당(當), 자가 의공(義公)이며 요서 영지현 사람으로 대도를 사용했다. 마지막 장수는 성이 조(祖)이고 이름이 무(茂), 자가 대영(大榮)이며 오군 부춘 사람으로 쌍도를 사용했다. 손견은 은처럼 눈부신 갑옷을 입고 붉은 두건을 썼으며 칼을 비껴차고 화종마를 탄 채 호뢰관 위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악행을 돕는 필부는 어찌 일찌감치 항복하지 않느냐!"


화웅의 부장 호진이 병사 5000명을 거느리고 호뢰관을 나와 맞섰다. 정보가 나는 듯이 말을 몰고 나와 창을 잡고는 곧장 호진에게 달려들었다. 5000의 군세가 정보와 병사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호진은 정보의 창에 목구멍 한가운데를 찔려 말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손견이 군사들을 휘몰아 곧바로 호뢰관 앞까지 밀고 들어갔으나 관 위에서 화살과 돌이 비 오듯 쏟아졌다. 손견은 군사를 이끌어 양동현으로 돌아가 주둔하고 원소가 있는 곳으로 사람을 보내 승전보를 알리는 한편 원술에게는 군량을 재촉했다. 그때 누군가가 원술에게 말했다.


"손견은 누군가의 밑에 안주할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그대로 두어 낙양을 격파하고 동탁을 죽이는 것은 이리를 없앴더니 호랑이를 얻게 되는 격입니다. 지난날 손견이 형주자사 왕예와 남양태수 장자를 죽인 것을 떠올려보십시오. 지금 군량을 보내지 않으면 군사들은 반드시 흩어질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원술은 군량과 마초를 보내지 않았다. 손견의 군사는 양식이 떨어지자 혼란스러워졌다. 이를 본 정탐꾼이 호뢰관으로 올라가 이 사실을 보고했다. 이숙이 화웅에게 계책을 말했다.


"오늘 밤 내가 한 부대를 이끌고 오솔길로 호뢰관을 내려가 손견의 군영 뒤쪽을 기습할 테니 장군이 앞쪽 군영을 공격하면 손견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오."


화웅은 그 계책을 따르기로 하고 명을 전하여 군사들을 배불리 먹인 다음 밤을 타 호뢰관을 내려갔다. 이날 밤은 달빛이 희고 바람도 선선했다. 손견의 군영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한밤중으로 화웅의 군사는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며 곧바로 진격했다. 손견이 황급히 갑옷을 걸치고 말에 올랐는데 마침 화웅과 마주쳤다. 두 말이 서로 어우러져 몇 합 못 싸웠는데 뒤쪽으로 이숙의 군대가 치고 들어오면서 불을 지르는 바람에 머리부터 꼬리까지 맹렬한 불길이 치솟았다. 손견의 군사들은 어지럽게 뛰어다니며 달아났다. 장수들은 제각기 혼전을 벌였고 조무만이 손견을 따라 대열을 진정시키며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 화웅이 그 뒤를 추격해오자 손견이 화살을 뽑아 연달아 두 대를 쏘았으나 모두 화웅을 빗나갔다. 다시 세 번째 화살을 쏘았지만 힘을 너무 준 나머지 작화궁(까치 형상으로 장식한 활)이 부러지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활을 버리고 말고삐를 놓은 채 달아났다. 손견은 자신의 두건을 조무에게 씌웠다.


"붉은 두건이 눈에 띄어 적들이 알아보니 이걸로 적들을 유인하게!"


손견은 오솔길로 달아났다. 화웅의 군사들이 붉은 두건만 바라보며 뒤를 쫓으니 손견은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조무는 칼을 들어 길을 막고 화웅의 군사들과 싸우니 어둠 속에서 붉은 두건만 보여 군사들이 두려움에 떨며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마침내 화웅이 손수 활을 쏴 조무의 팔을 꿰뚫자 군사들이 다시 조무와 싸웠다. 이내 화웅이 크게 고함치며 조무를 한칼에 베어 말 아래로 떨어뜨렸다. 날이 밝을 때까지 싸우고 죽인 후에야 화웅은 군사를 이끌고 호뢰관으로 올라갔다. **


정보, 황개, 한당이 모두 손견을 찾아왔고 다시 군마를 수습해 주둔했다. 손견은 조무가 죽은 것을 알고 슬픔을 감추지 못하다가 밤사이 사람을 보내 원소에게 보고했다. 원소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손문대가 화웅의 손에 패할 줄은 생각도 못했노라!"


즉시 모든 제후를 모아놓고 상의했다. 원소가 말했다.


"손문대가 화웅에게 패하여 우리의 예리한 기세만 손상되고 흔들리게 되었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제후들이 입을 다물었다. 원소가 눈을 들어 두루 살펴보다가 조조 뒤에 세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용모가 예사롭지 않았고 모두 냉소하는 듯했다. 원소가 물었다.


"조맹덕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은 누구요?"


조조가 유비를 앞으로 불러내 말했다.


"이 사람은 고당현령 유비라 하오. 이전에 황건을 격파하였을 때 연으로 이 조와 같이 다니고 있소."


조조는 바로 유비에게 인사를 올리라고 시켰다. 조조는 유비의 공로와 아울러 출신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원소가 말했다.


"한실의 종친이니 자리를 마련하여라."


앉기를 명하자, 유비가 공손하게 사양했다. 원소가 말했다.


"내가 그대의 명성과 작위를 공경해서가 아니라 그대가 한나라 황실의 후손이라 공경할 따름이오."


유비가 이에 말석에 앉았고 관우, 장비가 뒤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서서 모셨다.

그때 갑자기 정탐꾼이 와서 보고했다.


"화웅이 철기를 이끌고 호뢰관을 내려와 긴 장대에 손태수의 붉은 두건을 매달고 군영 앞으로 와서 크게 욕하며 싸움을 걸고 있습니다."


원소가 말했다.


"누가 감히 나가서 싸우겠소?"


원술 뒤에서 장수 유섭이 나오며 말했다.


"소장이 나가겠습니다."


원소가 기뻐하며 즉시 유섭에게 출전하라 했다. 그러나 곧바로 보고가 들어왔다.


"유섭이 화웅과 싸웠지만 3합도 못 되어 화웅에게 졌습니다."


모두 크게 놀랐다. 태수 한복이 말했다.


"내게 상장 반봉이 있는데 화웅을 벨 수 있을 것이오."


원소가 급히 출전을 명했다. 반봉이 큰 도끼를 들고 말에 올랐다. 그러나 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보고가 들어왔다.


"반봉도 화웅에게 죽었습니다."


모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원소가 말했다.


"나의 상장 안량과 문추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애석하구나! 한 사람만이라도 여기에 있었으면 어찌 화웅 따위를 두려워하겠느냐!"


말을 마치기도 전에 계단 아래에서 한 사람이 크게 소리치며 나왔다.


"소장이 원컨대 나가서 화웅의 머리를 베어 휘하에 바치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보니 그 사람은 키가 9척에 수염은 2척 길이로 붉은 봉황의 눈에 눈썹은 누워 있는 누에와 같고 얼굴을 짙붉은 대추색으로 목소리는 커다란 종소리처럼 우렁찼다. 원소가 누구냐고 묻자 조조가 말했다.


"이 사람은 유현덕의 아우 관우올시다."


원소가 현재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 묻자 관우가 말했다.


"유현덕을 따르며 마궁수를 맡고 있습니다."


군막 위에 있던 원술이 크게 소리 질렀다.


"너는 우리 제후들한테 대장이 없다고 업신여기는 것이냐? 한낱 궁수 따위가 어찌 감히 그런 말로 어지럽히느냐! 저놈을 두들겨서 끌어내거라!"


조조가 급히 말리며 말했다.


"공로(원술의 자)께서는 노여워 마시오. 이 사람이 큰소리치는 것은 틀림없는 용맹과 지략이 있기 때문이오. 시험 삼아 출전시켰다가 이기지 못하면 그때 문책해도 늦지 않을 것이오."


원소가 말했다.


"일개 궁수를 출전시키면 틀림없이 화웅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이오."


조조가 말했다.


"이 사람의 기품이 속되지 않으니 화웅이 어찌 그가 궁수임을 알겠소?"


관우가 말했다.


"이기지 못하면 저의 머리를 베어도 됩니다."


조조는 따뜻한 술 한 잔을 따라 관우에게 주어 마시고 말에 오르도록 했다. 관우는 술잔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술은 잠시 거두시지요. 곧 오겠습니다."


군막을 나와 창을 들고 몸을 날려 말에 올랐다. 제후들이 관 밖에서 북소리가 요란하게 진동하고 함성이 크게 일어나는 것을 들었는데 마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며 산이 뒤흔들리는 듯하여 모두 아연실색했다. 마침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하는데 말방울이 울리면서 말이 중군에 이르더니 관우가 화웅의 머리를 들고 땅에 내던졌다. 술은 아직도 따뜻했다. ***


조조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크게 기뻐했다. 유비 뒤에서 장비가 나오며 크게 소리 질렀다.


"내 햄이 화웅을 죽였으니 인자 호뢰관으로 쳐들어가가 동탁을 사로잡읍시다!"


원술이 크게 성내며 소리 질렀다.


"우리 대신들도 오히려 겸양한데 한낱 현령의 수하 졸개가 어찌 감히 무용을 뽐내고 위엄을 과시하는가! 저놈들을 모두 군막 밖으로 쫓아내거라!"


조조가 말했다.


"공이 있는 자에게는 상을 줘야지 어찌 신분의 귀천만 따지시오?"


원술이 말했다.


"맹덕이 일개 현령 따위를 그토록 중하게 여긴다면 나는 당장 물러나겠소."


조조가 말했다.


"어찌 말 한마디 때문에 큰일을 그르칠 수 있겠소?"


유비에게 잠시 관우, 장비를 데리고 군영으로 돌아가라 했다. 관원들이 흩어졌다. 조조는 몰래 사람을 시켜 고기와 술을 보내 세 사람을 위로했다.


한편 화웅 수하의 패한 군사들이 호뢰관에 올라와 보고했다. 이숙이 황급히 위급함을 알리는 문서를 작성하여 동탁에게 올렸다.


전투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사수관과 호뢰관: 흔히 사수관과 호뢰관을 따로 인식하지만 둘은 같은 지명이다. 수나라 이전까진 호뢰관, 당나라 이후로는 사수관이라 불렸다.


** 조무의 죽음: 조무는 이때 죽지 않았다. 정사 삼국지에선 그의 죽음이 나와 있지 않다. 연의와 달리 실제론 손견이 그에게 붉은 두건을 씌웠고, 그는 어찌어찌 죽지 않았지만 다신 역사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 주온참화웅: 관우가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을 베었다는 것은 연의의 창작이다. 유섭과 반봉 역시 가공인물. 실제론 손견이 동탁군의 맹장 서영에게 대패한 후 간신히 군사를 추스려 다시 공격해 화웅을 베고 호뢰관을 함락시키고 낙양을 탈환했다(양인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