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번 이상 제주도 여행을 꼭 가는데, 올해는 다른 여행 스케쥴에 밀려 11월 하순에 와서야 잠깐이나마 제주도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음. 원래 제주도는 일주일은 잡고 돌아봐야 하지만, 이젠 내공이 쌓였는지 단 3일이었음에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된 것 같다.


USN-CJU / 대한항공 A220-300 (KE1821)


내리자마자 보이는 야자수.
11월임에도 최고 19도까지 오른 기온과 이국적인 풍경이 역시 제주도 답다.

호텔이 중문에 있었기 때문에, 일단 그쪽에서 놀자하고 렌트카 인수후 1시간동안 달렸다. 참고로 이번 여행을 3일 전에 마음먹고 호텔/렌트카만 예약한 상황에서 아무 계획없이 돌아다녔다. 컨디션이나 날씨에 따라 유동적으로 일정을 바꾸는 편이 낫지 싶어서..


한시간을 달려 서귀포에 왔다.


숙소 근처에 있어서 찾아온 방주교회.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한번쯤 들릴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이 설계한 방주교회. 그는 말년에 제주도를 고향처럼 삼았고, 포도호텔, 방주교회, 두손미술관같은 걸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아쉽게도 내부는 들어가 볼 수 없었다.


꽤 고지대에 있는데, 산방산과 바다가 다 보였다.


그 다음으로 갔던 본태박물관.
방주교회-본태박물관은 근처에 있어 무조건 묶어서 관광하게 된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본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 제주도 섭지코지의 글라스하우스와 본태박물관 역시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알고 있는 곳. 주변 지형과 빛의 조화를 엄청나게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미 세 번째 방문이지만, 올때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일본인임에도 한국적인 미를 현대적으로 가장 잘 승화시킨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노출 콘크리트+통유리 양식을 가장 잘 활용하는 건축가가 아닐까..


사진 촬영이 가능한 작품들이 몇 없었는데, 본태박물관의 심볼인 쿠사마야요이 호박도 좋았으나


거울의 방이 하이라이트였다.


전체적인 전시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아쉬웠으나, 날이 시원할 때 와서 이 곳을 거니는 것 만으로도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다.


중문관광단지의 호텔로 돌아왔다. 5성급임에도 1박 15만원 특가로 풀려서 스위트호텔에 왔는데, 하필 전기차 충전소가 없어 옆 롯데호텔에 주차하고 뚜벅뚜벅 걸어왔다.


전반적인 룸 컨디션은 항상 묵었던 근처의 더쇼어호텔(구 하얏트 리젠시)보다 월등히 좋았다. 중문쪽 숙소들은 대체로 연식이 오래돼서 리모델링 유무로 인한 차이가 심한 편.


다음 날, 조식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일단 둘쨋날은 맑았기 때문에, 첫날과는 다른 컨셉으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국내에서 신라호텔만큼 조경을 신경쓰는 메이저 호텔은 없는 것 같은.


사진으로만 보면 참 삐까번쩍한데, 실제로는 날림공사로 엉성한 롯데호텔 산책로(안쪽에 딱봐도 콘크리트로 보이는 인공석을 가져다가 폭포를 만들어놨다).


아름다운 중문 해변가를 산책하고 둘쨋날 일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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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온 짧은 제주여행은 하루하루가 소중한 경험이 된 것 같았다.
나머지는 낼모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