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사회 채널


1. 먼저, 혐오 기제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종교에 대한 얘기부터.

엄밀히 말하면, 한국은 아직 성 인식이 열등한 편이어서 LGBT에 대한 담론은 늘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것도 아닌듯해서 뭔가.. 필터링이 된 곳인듯하다. 한국이 중공이나 러시아처럼 대놓고 인권을 유린하는 나라는 아니더라도, 소수자들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형국이기에 인간 존중을 외칠 때마다 돌이 날아들지. 동학농민항쟁 때의 석전본능, 갑신정변 때의 석전본능은 대의를 위해 민중이 그야말로 들고 일어난 거룩한 혁명이었는데, 지금의 돌팔매질은 혐오의 집대성이자 상징이 돼 버렸다.


사실, 종교적 색채가 옅은 나라들일수록 LGBT들에 대한 억압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는 중동의 아랍국가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 특히 한국도 기독교가 대세를 이루는 종교 중 하나기 때문에, 이 종교에 빌어 차별의 기제를 더욱 굳건히 하는 양상이 보이고 있지.(내 언제 한번 퀴어신학하는 년놈들 욕하는 글 올릴 거다) 물론, 유교 성리학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 부분도 크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약 500년 동안 정교일치가 완전히 구현된 종교국가였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영남에 내려가면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씹선비 망령든 노친네들이 공자 왈, 맹자 왈을 부르짖고 있다. 그래도 한국 불교만큼은 다르다. 유일하게 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에 힘쓰는 게 한국 불교계니까.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언젠가 자신의 저서에서, 기독교를 비롯한 아브라함계 종교는 22세기 중엽 안에 소멸될 거라고 한바 있다. 고등학교 논술 준비하던 애들 중에서 기든스로 시험 대비한 애들은 봤을 거다. 신만이 해낼 수 있다는 대표적 현상 - 마취, 비행, 외과수술 등이 이제는 인간의 주특기가 된 판국에 신이 지닌 절대성이 근대에 와 깨졌다는 거지. 그런데 나는 21세기 안에, 적어도 아시아 국가에서 기독교가 소멸할 거라 본다. 다른 건 몰라도, 부동산에 올라온 교회 매물들 보면 권리금을 너무 많이 받아먹는다. 어쨌든.


2. 이번엔 오랜만에 일본 얘기.

일본은 아시아에서 LGBT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성숙된 나라 중 하나다.(흔히 우리가 '성진국'이라 일컫는 그런 뜻이 아니다) 왜 그런지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 설명할 수 있는 건 종교다. 일본은 16세기부터 천주교가 침투해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공한 고니시 유키나가가 아주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훗날 처형당할 때 마리아를 부르짖으며 죽었고. 당시엔 워낙 확산 속도가 빠르다보니 막부에서도 대대적으로 천주교를 박해했지. 조선은 인조 때 청나라에서 천주실의가 들어오는 게 시초라고 여겨지는데, 후에 정조 때 가서야 조선 조정이 우려할 정도로 퍼지게 된다. 주로 한양의 남인들이 믿었는데 신해박해, 신유박해 등이 이에 해당된다.(당시 조선의 얘기가 궁금한 자들이 있으면 나중에 글을 따로 올리겠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과 달리, 천주교와 기독교의 침투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일본 인구 약 1억 3천만 명 중에서 기독교가 신자가 약 100만 명 안팎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지. 그럴 수 있었던 배경은 '신토', 즉 일본의 민간 신앙이 굳건했기에 그렇다. 조선도 유교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고 말이다. 정순왕후가 수렴청정할 때는 벽파들이 남인들을 숙청하기 위해 대대적인 천주교 박해를 일으키기도 했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본의 LGBT에 대한 우호적 인식은 이미 전근대 사회였을 때부터 뿌리깊었다는 거다. 뭐, 일본의 신토는 현대에 와서는 그 종교적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짱구네 집 한 켠에 색즉시공이라 써 있는 족자(도코노마) 취급을 받는 정도이기도 하고 말이다.


중세 일본에서의 동성애는 소위, '와카슈도'라고 불렸다. 이러한 문화는 일본의 상류 지배층들이 누리는 사치 풍습이었지. 일본 사료에도 이쁘장한 남자애들이 사무라이들을 위해 수청을 드는 얘기들이 발견된다. 이처럼, 지배층들부터 관대하니 시간이 지나 하위 계층으로 그 풍습이 천천히 퍼지기 시작했고, 아주 아주 간략히 말하면 이런 역사적 연유로 인해 일본의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오랜 시간동안 해소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내가 조사해 본 한국 측 문헌에서 동성애가 나오는 건 고려 목종 때가 유일하다. 교과서에는 개정 전시과 얘기만 나오고 끝나는데, 목종은 한국 역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게이 임금이었다.(강조가 과연 김치양과 천추태후의 불륜 때문에 목종을 내쳤을까?)


게이였던 고려 목종이 남자랑 섹스했다는 기록 - 좌표, 국사편찬위원회(고려사, 열전)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역사 얘기는 한도 끝도 없으니 이 정도만 하고. 일본의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말그대로 제1 야당이 LGBT 인권 증진 운동에 선봉에 서고 있고, 동성 결혼 합법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입헌민주당이 단순히 아베의 평화헌법 개헌을 막는 데에만 힘을 쓰고 있는 걸로만 알고 있는데,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꽤나 급진적인 정당인 셈이지. 내게 있어 입헌민주당은 평화헌법을 수호하고,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며, 환경 문제에 대한 대안을 강구하고, 성 평등까지 아우르는 이상적인 정당이다. 현재 일본의 2~30대 젊은 층 내에서는 자민당에 염증을 느끼고 입헌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그 수는 선거를 거듭할 때마다 비약적으로 늘고 있지. 작년 참의원 선거 때 레이와 신센구미와 일본공산당의 협력 태세도 돋보였고 말이다. 정말 작년 참의원 선거는 개꿀잼이었다.


입헌민주당 좌표


그런데 이 저급한 조선의 여당 사무총장이라는 자는 다음과 같은 개쌉소리를 늘어놓았다.


윤호중, 이념·성소수자 발언 논란에 대해 “사과할 일 아냐”


정말 부끄러운 작태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이 땅에서 완전히 소멸시켜야 한다.

(피곤한 상태에 써서 글이 좀 난잡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