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되는 논술은 안쓰고 이러고 있네요 ㅋㅋㅋㅋㅋ이거 쓰고 논술 작성하러 갑니다.


한국에서 가끔 그런 조언이 도는 것을 목격합니다.


함부로 수능치는 거 아니다.

함부로 공무원 시험, 임용고시 치는거 아니다.

함부로 고시(CPA, 세시, 미트, 피트) 치는거 아니다.


아무래도 저놈의 '시험'의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수험생의 눈물이 거의 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닌가 싶어요 ㅠㅠ

왜 그럴까? 왜 그러지? 솔직히 좀 궁금했습니다.

시험은 단순히 생각하면 그냥 시험일 뿐이고, 그것 때문에 인생이 망할 정도로 영향을 받게 되는 이유가 뭘까?

왜 노량진에는 그렇게 장수생이 많을까? 왜 공시본다 그러면 사람들이 엄청 말릴까?

왜 멀쩡히 고려대 공대 다니고 서울대 대학원 졸업하고 이런 사람들이 우리학교를 다시 올까? (지금은 아닌데 당시 저희학교는 공무원을 쉽게 될 수 있는 루트 중 하나였습니다.)

막 이런 생각을 자주 했는데, 임고 한번 폭망하고 나서 알았습니다 ㅋㅋㅋ



수능시험이나 공시, 전문직 시험 같은 것들은 시험 특성상 내재적 동기를 부여할 만한 조건 충족이 잘 되지 않아요.

시험 특성상 자율성도 없다시피 해서 재미를 못 느끼는 분들도 계시죠. 수능이나 전문직 시험은 괜찮은데, 공시 쪽이 심각한 것 같아요.


그리고 수능은 그나마 양반이지 공시나 전문직 시험은 친절한 피드백 주는 업체가 거의 없습니다.

"당신은 이런 부분에서 진보하고 있습니다." 라고 진정성있게 말해주는 강사는 정말 드뭅니다. 인강강사에게는 바랄 수도 없어요.

그냥 "이거 못하시면 님 직업이 달린 문젠데 큰일나죠..." 이런식으로 불안감 조성하는 업체가 대부분이에요. 저같이 관계 중심적인 사람들은 이런 시험 보면 무척 견디기 힘들어하십니다. 독립적인 분들은 그런거 썡까고 자기꺼만 하실 수가 있는데, 축복받으신 분들이죠.

공무원시험쪽에 전한길 강사가 무척 유명한데, 이 사람이 그런 포인트를 잘 붙잡고 들어간 강사입니다. 욕도 많이 하고 기행도 많이 저지르는데 강의 내내 진심어린 조언 같은 걸 많이 하거든요. 


사실 공시생들도 사람이고,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서 인간적인 강사에게 호감이 가고 배우고 싶어할 수밖에 없어요. 누구나 시험 준비생은 마찬가지일텐데, 성인이 되어서 인간적인 강사를 만나기란 하늘에 별따기에요. (그런 분들은 대부분 인강쪽으로 가면 스타강사가 되시거나, 강남 학원에 계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관계성. 

고시오패스라는 말도 있죠? 제가 지금 고시오패스인데 진짜 관계성이 충족이 안됩니다 ㅠㅠ 그리고 가만히 보면 오히려 그게 공부하는데 효율을 떨어뜨려요. 왜 독재보다는 학원재수가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관계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다른 사람들 보면서 심리적으로 충족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성인되서 보는 시험은 그런 학원에 의존도가 낮아가지고, 관계성 충족이 많이 힘듭니다. 

가끔 경쟁 엄청 치열한 분야 스터디에서는 '다들 어른이니까 유치하게 친목은 하지 말죠?' 이러는 분위기도 있는데 케바케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정도 관계성을 챙기고 들어가면 더 공부 잘되는 분들도 계셔서, 절대적인 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모든 악조건 속에서 견뎌내지 못한 수험생들이 장수생이 되고, 결국 자아 효능감을 계속 깎아먹다 못해 바닥이 되어서 일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 것 같아요. 최악의 경우는 신체적 병이나 정신병을 얻는 거구요 ㅜㅜ
애초에 전문직이나 공무원 티오가 적어서 모든 사람들이 들어갈 수는 없는 거니,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다른 일을 알아보면 되는 건데, 떨어진 걸 인생이 망한 거라고 생각하며 주저앉는 경우가 많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수능도 의대같이 최상위권 노리면 그렇게 되는 분들 계시잖아요. ㅠㅠ 

그러다가 진짜 자포자기하신 분들이 인터넷에 눌러붙으면서 비생산적인 행동 하시죠.
얼마전에 사회과 교육론 올리려고 사X채널 가봤는데 약간 그런 분위기 나는 분들 계셔가지고 돌아나왔습니다. 


저도 작년에 임고 보면서 너무 힘들었어가지고, 이런 일에 나름대로 해결책을 생각해 봤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서 시험을 안 볼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 시험을 본다는 가정 하에 해결책을 고민했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탈주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그냥 나 자신을 '길가의 풀때기' 같은 존재로 상정하고, 어떤 성공이나 실패를 겪더라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거였습니다.
내가 막 나를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다 보면 작은 실패에도 '씨발 이게 아닌데!'하면서 기분이 더러워집니다.

사실 작은 성공이나 실패는 누구나 겪는 거니, 내가 겪는다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 나 역시 '누구나'에 포함되니까요.

문제는 '딴 사람은 몰라도 나는 절대로 실패하면 안 돼.' 같은 인지도식인데, 이걸 버려야 마음 관리가 수월합니다.

자기 안에 깊숙이 숨은 나르시시즘을 찾아내고 송두리째 뽑아버리셔야 해요. 

그냥 나 자신은 '누구나 그렇듯이 고귀하기에 특별히 고귀하지는 않은, 걍 길가의 풀때기나 돌멩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실패하거나 성공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조금 더 확장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어쩌면 작년에 폭망했던 임용고시가 제 인생 가치관을 다시 써준 거나 다름 없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