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의 중심, 서울 중에서도 변두리인 개화동에 사는 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렇듯이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분주하게 생활해나가고 있다. 경제도 안 풀리고, 정치는 답이 없고... 인터넷 뉴스를 찾아보며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댓글 창에 한숨을 푹 내쉬고 곧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날이 되자 웬일인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찍 깼다. 아침에 기분이 좋을 일은 아마 이것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왠지 기분이가 좋아져서 오늘 따라 아침 산보를 하고 싶은 마음에 간단히 트레이닝복만 입고 집 현관문을 벌컥 여는 순간 당연히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시 국, 오슬러 시, 가헤와

 Isi, Osleu, gahewa


 오른손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밀어 상태 창을 확인하세요.


 '이게 뭐지 꿈인가? 가상현실인가?'

 나는 당연하겠지만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광경도 흔히 보던 집 앞 풍경이 아니다. 열어젖힌 문을 그대로 백마스킹이라도 하듯 그대로 닫았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것이 꿈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보편적인 방법인 볼 꼬집기를 하였지만 고통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른손을 휘둘러봤다. 갑자기 나타난 홀로그램 같은 화면에 놀라서 그대로 문 앞에 자빠질 뻔했다. 그리고 차근차근 읽어 보니 게임 상태창 같긴 한데 이상한 점이 있다.


 이세준 / 키네시스

Lv. 27 / 0§


HP : 106 / 10⁶

MP : 39 / 3⁹

At : 27²

Df : 27²


Special skill

- 염동력


 그리고 별안간 이 홀로그램 같은 창 밑에 부연 설명이 나타났다.


[ 스킬명을 클릭하여 스킬 설명을 확인하세요. ]


 혹시나 이것도 되나 하는 마음, 사실 까놓고 말하여 호기심에 반짝 거리는 염동력 글씨를 손가락으로 클릭하는 움직임을 취했다. 그러자 홀로그램 같은 창이 위에 또 겹쳐 나타났다.


염동력 Kinesis

사용자가 원하는 사물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들거나 움직이고, 잡아 늘리거나, 누를 수도 있다. 때로는 부숴버릴 수도 있다. 무게의 제한은 (사용자의 레벨) t 이다.


 그리고 설명을 읽고 있으니까 현관문에 이상한 장치가 생겼다. 옛날 집에 전등 켤 때 쓰는 레버 같이 생겼는데 위에는 '서울 개화' 라고 쓰여 있고 밑에는 '오슬러 가헤와' 라고 쓰여 있다. 레버는 윗쪽으로 올라가 있다. 나는 현관문을 열어봤다. 흔히 보는 집 앞 풍경이 보였다. 그대로 문을 닫고 레버를 내린 다음에 다시 현관문을 열어봤다. 아까 그 이상한 곳이었다. 나는 미쳐버릴 것 같은 호기심에 그대로 가헤와로 갔다. 근처에 지도가 보여 지도를 보러 갔다. 이시 국을 비롯한 제 2세계 지도였다.

 지도를 보니 여긴 오슬러 시의 끝자락이었고, 이시 국의 수도였다. 이시 국 근처에는 듕귁과 로쌰 같은 나라들도 있었다. 일단 갑자기 소환되었으니 시청이나 그런 관공서로 가서 도움말이라도 받기 위해 이 도시의 중심인 '조롱'으로 가기로 했다.


 걷다가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여기가 진짜로 이세계면 왜 한글이 적혀있는지, 행인들 말도 왜 한국어인지, 등등을.

 "아, 맞다, 염동력."

 걷다보니 문득 스탯 창의 Special Skill인 염동력이 생각났다. 마침 길거리에 돌덩이가 있길래 시험 삼아 해봤다. 시험 삼아 해 본 결과는 아직까지도 이 세계를 홀로그램 게임 베타 테스트 정도 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이건 진짜다라는 확신을 주게 했다. 이 게임 같은 세상에 감탄하고 있을 때 시장 쪽에서 외침이 들렸다. 다만 어딘가 발음이 조금 어색했다.

 "사,려주,세요!"

 외침이 들린 쪽으로 한달음에 가 보니 한 소녀로 보이는 여자가 살해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도와주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나의 능력을 실전에 사용해보기로 했다. 나는 칼을 뺏어 누그려트렸다. 그리고 협박을 하고 있던 사람을 멀리 쳐냈다. 당황한 그 사람은 멀리 도망갔다. 여자는 나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캄사합니다. 조 근데, 이르본어를 할 수 이서요?"

 "죄송해요, 저는 일본어 못해요."

 "아 구로면 잠칸만요."

 여자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뭔가를 입력하더니 화면을 나에게 보여줬다. 번역기였다.

 '내가 너한테 너무 고맙기 때문에 나는 지금 너를 나와 여동생의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자가 나를 그녀의 ㅂ집으로 인도했다.


 한 10분 걷다보니 집에 도착했다. 그 여자가 문을 여니 안에 있던 또다른 여자가 그 여자에게 1말했다.

 "왔어, 렘? 어? 뒤에는 누구?"

 나를 집으로 끌고 온 여자는 집에 있던 여자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얘기했다.

 "아 알겠어. 안녕하세요. 저는 '할'이에요. 그리고 당신을 집으로 데리고 온 여자는 제 여동생 '렘'이에요. 렘을 구해주셨다고 하셔서.. 정말 감사해요. 어떻게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정말 너무너무 감사해요. 근데 이름이 뭐에요?"

 "저는 이세준이요. 세준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세준 씨.오늘 내일 너무 감사해서 손님으로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어... 네."

 "그러면 저 방에 들어가계세요. 아, 그리고 렘은 이르본에서 살다 와서 이시 말을 잘 하지 못해요.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시면 제게 물어봐주세요."

 '아, 그래서 아까 그랬구나.'


 나는 게스트룸 같은 곳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한 10분 정도 창으로 밖을 지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까 할과 렘이 같이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요리 가져왔어ㅇ..."

 그 때 갑자기 밖에서 문을 쿵쿵 두드리며 소리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문 열어!"

 "잠깐만요.."

 할은 방에서 나가더니 밖의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렘은 어쩔 줄 몰라했다. 나는 창문으로 현관이 보이길래 힐끔 보았다. 얼굴이 생긴게 뭔가 어디서 지나가다 본 듯했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도 할과 그 남자는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극대노하고있는 그 남자와는 달리 할은 제법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아니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될 거 아니야!"

 "이번 주 까지라면서요."

 "그러면 월요일에 재깍재깍 갚아야 되는 거 아닌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이번 주가 아닌가요?"

 남자는 할 말이 없어졌는지 손을 휘두르려고 했다. 나는 놀라서 남자의 팔을 붙들었다.

 "뭐야 이거?"




2화는 다음 라운드에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