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종이 울렸다. 아이들은 삼삼오오모여 하굣길을 걷는다. 모두들 무엇이 그리재밌는지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다.

하지만 그 속에도 명암은 존재하는 법. 모든 아이들의 표정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억지로 웃어야하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고 있을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방황하며 길을 해매는 시간일 수도 있다.


승연은 가방을 챙기며, 자신을 따라 하교준비를 하는 용준에게 말을 건넨다.


"너 오늘 시간있어?"

"나? 많지."


용준이 되물었다.


"왜?"


승연은 가방을 챙기며 용준에게 "나랑 놀러가게."라고 말한다. 용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계단을 따라 천천히 1층으로 내려온다. 창가에 비치는 따사로운 봄 햇볕에 기분이 좋아진 승연이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노래를 가만히 듣던 용준은 승연에게 노래 제목을 물었다.


"무슨 노래야? 좋다."

"이거? 카더가든의 나···."


승연은 말을 하다가 멈춘다. 그리고 용준에게 애니메이션 신곡이라며 얼버무린다.


"그래? 그동안 니가 부르던 거랑 많이 다르다."

"그치. 좀 다르지."

"근데 우리 어디로 놀러가는거야?"

"음, 서울."

"서울?"


승연의 대답에 용준은 살짝 놀란다. 그리고 지금 가기엔 너무 늦지 않았냐고 묻는다.

승연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다 방법이 있지."


승연은 1층에 도착하자 주변을 살펴본다. 복도에 아무도 없는 것이 확인되자 용준에게 빨리오라 손짓한다. 용준도 주변을 살피며 앞장서는 승연을 따라 주차장으로 나간다.


방과 후, 학교 주차장은 개미 한마리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승연은 주변을 한 번 더 살펴보곤 주머니에서 자동차 리모컨을 꺼낸다. 오픈버튼을 누르자 구석에 주차된 벤틀리GT가 소리를 내며 전조등을 한 번 깜빡인다. 용준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승연을 바라본다.


"자동차?"

"오늘 하루만 끌고 왔어."

"면허도 없잖아."


승연은 벤틀리GT 앞으로 다가가며 용준에게 말한다.


"이 차라면 누구도 중학생들이 몰고 있다고 생각조차 못할 걸."

"그래도···."


승연은 벤틀리GT 운전석의 차문을 열고 뒷좌석에 가방을 던져놓는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용준을 보며 말한다.


"이 차는 우리 교장도 못 사는 차야."


곧 운전석 문이 닫힌다. 그리고 벤틀리GT가 특유의 그르릉 거리는 배기음을 내면서 시동이 걸렸음을 알린다. 승연은 벤틀리GT를 용준의 앞까지 몰고 와 창문을 내리고 말한다.


"빨리 타. 괜히 서 있으면 걸리기만 한다니까."


용준은 난처한 표정으로 승연과 주변을 둘러보다가 "모르겠다." 중얼거리며 조수석에 탑승한다. 승연은 조수석 문이 닫히자 창문을 올리고 엑셀을 밟는다. 곧 벤틀리GT는 우렁찬 배기음 소리를 내며 학교를 벗어난다.


승연은 긴장한 용준을 바라보며 "노래 들을래?" 묻는다.


"좋지."


곧 차가 신호에 걸리자 승연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블루투스를 연결한다. 그리고 뮤직파일에서 순서대로 반복을 선택한다.

제일 먼저 나오는 노래는 '10cm - HELP'였다. 노래를 들으며 풍경을 감상하던 용준은 승연에게 또 노래를 묻는다.


"이것도 좋다. 누구 노래야?"

"10cm. 올 해 데뷔할거야. 아마도."

"노래 되게 잘부르는데. 잘됐으면 좋겠다."

"잘될거야."


'10cm - HELP'가 끝나고 다음 곡으로 '카더가든 - 나무'가 재생된다. 노래를 듣던 용준은 익숙하다며 승연에게 묻는다.


"아까 니가 불렀던 노래지."

"어, 기억하네."

"애니메이션 노래 아니었네."


승연은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후, 용준에게 자신의 폴더폰을 주며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선지 괜히 퉁명스럽게 말한다.


"그 내 핸드폰에 니 전화번호 있잖아. 저장명 좀 다시 적어줘라."

"어? 어, 알았어."


용준은 승연의 폴더폰을 열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찾는다. 그리고 '상무적동맹'이라고 적혀있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발견한다.


"뭐라고 바꾸면 돼?"


용준이 승연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승연은 "음···." 소리를 내며 고민에 빠지더니 곧 입을 연다.


"보통 이름으로 저장하잖아. 이름으로 하면되지."

"그럼, 이름으로 저장할게."


용준이 '상무적동맹'을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적으려 하는 순간, 승연이 그를 말리며 다른 제안을 한다.


"근데 난 이름으로 하는 건 별로야. 너무 정없잖아."

"그러면?"

"단짝이 좋겠다."

"단짝?"


용준은 '단짝'을 적어놓고 저장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단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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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의 진짜 과거는 무엇일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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