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25살이 넘어서도 동정이면 대마법사가 된단다.

 

15살 때 이 짤을 처음 본 나는, 비웃음부터 나왔다.

도대체 스물 다섯이 될 때까지 변변한 여자친구 하나 못 만든 사람들은 무엇이며, 저딴 짤이나 만들어서 자위질이나 하는 게 참 하찮고 어이없었다.

 

그게 사실이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내 25번째 생일선물로 산 노트북을 개봉하면서 동시에 태워버리기 전까지는.

 

“.....?????!!!!!!시발????!!!!!!!”

 

대략 두 시간쯤 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며 내 수강신청을 했어야 할 100만원 상당의 전자기기는 내 책상 위에서 영롱하게 빛나며 각종 화학물질들과 함께 재로 변해가고 있었다. 켜보지도 않은 제품이 갑자기 발화하다니, 이 상황이 뭔지 이해가진 않았지만 일단 급한 대로 옆에 있는 잔의 물을 부어서 불을 끄려고 해봤다.

 

물론 그 액체가 맥주였다는걸 다시 떠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들지 않았다.

 

화르르륵, 아까 전보다 더욱 세차게 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보며, 나는 반쯤 패닉 상태로 오피스텔의 문을 열고, 복도에 있는 소화기를 재빨리 집어들어, 미끄러지면서 내 방으로 들어온 뒤 소화기를 작동시켰다. 중간 과정에서 수전증과 다급한 마음으로 인해 두세 번 쿠당탕탕 넘어졌었던 버퍼링이 있었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 것이다.

 

몇 번의 심호흡 후 정신을 차리자, 내 책상은 널브러진 컵과 액체와 반쯤 타버린 노트북과 재의 불균일 혼합물의 휼륭한 샘플이 되어 있었다. 상황 파악을 하기에 앞서, 소화기를 다시 복도로 가져다놓기 위해서 오피스텔 문을 열었다.

 

양복을 입은 남자와 캐주얼 룩의 여자가 문 앞을 꽉 채우고 있었다.

 

, 왠일로 침착하게 대처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 처음 봤어.”

선배, 처음 보자마자 무례합니다. 인사는 해야죠.”

, 안녕하세요. 윤정화, 맞죠? 일단 우리가 누군지 소개해야 하려나?”

글쎄요, 지금까지 비명 안 지른 걸 보면 그냥 납치해도 별 말...”

 

끼야아아아아아악.

 

여자의 마지막 말은 오피스텔 건물이 떠나가라 지른 내 비명에 묻혀서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