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수박 향이 난다


어젯밤은 비

파릇한 풀들의 향긋한 내음

촉촉해진 바람엔 초여름의 향기


계절은, 곧 5월

싱그러운 수박의 향이 마중을 나왔다

풀들이 수박의 흉내를 냈다

시원하고 싱그러운 아기 수박 흉내를 냈다


계절은, 곧 5월

고향의 투박한 텃밭에는 

수박이 새근새근 자라고 있겠지


어젯밤은 비

고향의 밭을 생각했다

고향의 과수원을 생각했다

고향의 가족을 생각했다

고향에서 농사짓던 어르신들께서

이제는 한분 한분 기나긴 일을 마치시고

깊은 잠에 드시고 계심을 생각했다

그런 연세란 걸 생각해도

사람을 보낸다는건 쉽지가 않았다


오늘 아침은 맑음

언젠가는 먹지 못할 고향의 수박을 생각했다

언젠가는 나 또한 깊이 잠들 날이 오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