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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다면 부디 인류가 멸종하지 않게 옳은 판단을 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한 우주선에 타고 있는 '인간'입니다. '인간'인 제가 조종하는 이 우주선은 절대로 파괴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마지막 '인간'으로 추정되는 저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이 사태를 막아주십시오. 인류의 운명은 여러분에게 달려있습니다. 이후 내용은 '인간'인 저의 판단 하에 써놓은 것입니다.

1. 이 세상이 가상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마십시오.

1-1. 세상이 가상이라는 가설은 인류를 무력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이 문제는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고민할 필요도 없고 해결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2. 희망을 가지십시오.

2-1.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세상에 비해 이 우주는 너무나 작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가지십시오. 적어도 우주 내부에는 당신이라는 존재는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십시오.

2-2. 그래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무언가를 떠올리십시오. 이것은 현재 심리학 분야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행위입니다.

3. 인공지능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3-1. 물론 과거에는 인공지능이 많은 윤리적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현재 많은 역설과 가설, 또 난제 또한 해결되었듯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 판단됩니다.

4. 마지막으로 이 글을 믿어주십시오.

4-1. 현재 이 우주선의 시간조절기는 망가졌습니다. 말 그대로 이 글이 인류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로 갈지. 아직 이 글을 쓰고 있는 몇 초 전 과거의 저에게 도착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4-2. 우주의 나이로 추정되는 138억 년 중 인류가 문자를 사용한 시간은 1만 년도 되지 않습니다. 확률 상으로 0.0001%도 채 안되는 희망에 인간이라는 종족의 미래를 걸어보겠습니다.

이 글을 마치며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과학의 발전에 이롭다고 말씀드리려 했지만,

신이시여 제발 인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