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제국, 나의 나라.


강철과 기술의 제국, 비캄 제국.


때는 바야흐로 제국력 652년,

제국을 이끌던 성인(聖人) 쥬코프 5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의 외동아들이자 후계자인 쥬코프 6세가 즉위 함과 동시에

법과 기술의 균형이 무너지며 사람 살기 더럽게 힘들어진 세상.


힘 있는 남자들은 공장에 들어가 잘려나간 손가락, 으깨진 발가락을 

훈장처럼 자랑하며 술이나 퍼 마시고

어떤 놈들은 차라리 밥 잘나오고 잘 곳 있는 군대로 도망치듯 자원 입대하지.


몇몇 여자들은 '투박한' 남자들이 못할 '섬세한' 일을 해내기 위해 공장에 들어가지만 

그런 이들은 열 명중 한 두 명, 공장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농장에 가던, 잡일을 하건, 돈 좀 있다 하는 집의 가정부로 들어가던,

아님 몸매나 생긴 것에 자신이 있어 몸을 팔던.


제국의 서민들은 마치 버러지 마냥 아둥바둥 살아가는 ㅈ 같은 세상이다.


응?


그런 세상에서 아가리터는 나는 누구냐고?


크흠, 소개하도록 하지.


버러지 중의 상! 버러지!


르우제 도시의 갱들 중, 가장 강력한 실세!

'하얀 눈' 갱의 갱단원 '니콜라이 보르죠프님' 되시겠다~이 말이야!


....똑같은 버러지 아니냐고?


어허, 씁! 못할 소리를!


비록 말단 갱단원들을 이끄는 '작은 눈'이지만

내가 몸담은 하얀 눈 갱은 철저한 실력주의로.


때에 맞춰 확실히 보호비를 걷어 오고, 

우리 '가족들'을 위협하는 다른 갱 녀석들을 몰아내기만 하면

더욱 위를 노릴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집단이지.


....뭐?


'상 버러지'에서 '상'이 더 낫다는 뜻이 아니라고?


..그럼 뭔데?


......더 쌉버러지라는 뜻이라고?


.............


아가리 닥치도록 해.


오?


마침 나의 실력을 증명해 줄 먹잇감 한 마리가

우리의 덫으로 걸어 들어오는구나.


어디 한번 잘 보라고.


저 흑발의 남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말이야.


"막아."


먹잇감이 정해진 위치에 들어오는 순간

위치에 대기하고 있던 식구들에게 명령을 내려 나갈 길목을 틀어 막는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누구인지 먹잇감에게 확실히 각인 시키기 위해

하얀 눈 갱의 표식, 눈이 그려진 하얀 복면을 한껏 올려 쓰며 인상을 찌푸린다.


"어이~형씨.

 가진 것 좀 있나?"


천천히 먹잇감의 주위를 짜 놓은 각본대로 조여가....면

보통 겁을 먹어야 하는데?


이놈 이상하다.


공허한 눈으로 천천히 우리를 탐색하듯 훑어본다.


하지만 기세에 눌린 티를 내서는 안된다.


"어이! 씨ㅂ아!

 내 말 씹냐?!"


이런 놈에게는 품에서 날붙이를 꺼내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더욱 격하게 위협하면!


...어?


뭐야 이 새끼, 쫄기는 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


"..!"


"....!!"


날붙이를 들이밀자 순간 심장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며 몸이 굳었다.


나와 동시에 주위에 있던 내 식구들 역시 

잔뜩 놀란 표정을 지으며 순간적으로 얼어 붙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당황한 모습을 숨기고 우두머리로서 상황을 통제해야 하는 법.


"버보!"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억누르며 비장의 카드,

'하얀 곰 버보'를 불러 앞세운다.


"으음...버보~불렀나?"


제국 측정 값 기준, 2미터가 넘는 키!

평범한 제국 시민 팔 네 개는 겹쳐야 나오는 굵기의 팔뚝!

그에 나오는 어마무시한 괴력!


물론 애가 좀 멍청하긴 하지만....그래도 애가 착하니...


가끔 이렇게 쫄지 않는 놈들도 거대한 덩치의 버보를 보여주면 

지레 겁을 먹고 꼬리를 내밀고서 빤쓰까지 갖다 바친다.


.......


그래야 되는데?


뭐야 저 반응은.


마치 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뚫어지게 버보를 쳐다보기만 한다.


미친놈인가?


살다 살다 별 희한한 놈을 다 보네.


"버보."


미친놈한테는 매가 약이지.


"으응~?"


"저놈 정신 차리게 한대 때려 박아."


"저기....저 사람?"


"어, 그래 저놈."


"우응....그래."


<쿵, 쿵>


버보가 한걸음 걸어 갈 때 마다

골목에 쿵쿵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런데 버보한테 뭐라 또 말하려 했는데.....


"처음 보는 사이인데....미안해."


아차!


"버보, 죽이지..."


"너! 잘가!!"


아, 니ㅁ럴.


버보는 저게 문제야, 중간이 없어.


저 덩치에 철로 된 너클까지 끼고 풀 스윙으로 훅을 날리면

맞고 안 뒤질 놈이 세상 어디 있겠냐고.


죽이는 건 좀 그런...


<뻐걱!!>


"커억!!"


응?


무언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 그리고 버보의 짧은 비명과 함께

버보의 중심이 기울어지며 쓰러지려 했다.


버보와 한솥밥 먹는 식구로 지낸 지 2년, 

처음으로 보는 말도 안되는 모습에 나의 머리는 생각하는 것을 거부했다.


뭐지? 이게 무슨 일이야?


기울어 지는 버보 머리에서 흔들 거리는게....턱...인가?


'이런 씨ㅂ.'


머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며 

나의 이성에게 소리 지른다.


'저건 미친놈이다.'라고.


골목에 돌풍을 일으키는 훅의 간격 안으로 들어가 버보의 턱을 뽑은 것이다.


"버보!!"


"이 개새ㄲ가!"


"넌 뒤졌어!!"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식구에게 오는 위협은 곧 우리의 위협,

모두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끼며 놈을 향해 달려들....


<쿵!>


오오...그래! 이게 우리 버보지!!


순간적으로 의식이 날라간 것이지 기절한 건 아니었구나!


기울어지는 몸을 왼발로 지탱하며 버보가 

품 안으로 들어온 놈을 잡으려 팔을 움직...


<으직!>


"으어어!!"


어?


그 짧은 순간, 버보가 놈을 채 붙잡기도 전에 엄지로 버보의 눈을 파내듯 찌르며

버보의 안면을 부여잡으며 무릎으로 정확히 목을 가격했다.


"큽!!"


이번엔 진짜다.


버보의 거대한 몸이 뒤로 고꾸라진다.


<쿠웅!!>


"어어?" 


이런 씹, 놈이 먼저 움직인다.


<뻑! 우득!>


"으억!"


<쉭!>


<탁! 타닥!>


"씨이ㅂ...이런 씨ㅂ!!"


<쉬쉭!>


<타닥!>


<뻐걱!!>


"크아아악!!"


<우드득!>


"컥!"


....존나 빠르다...진짜 존나게 빠르다.


저게 나랑 같은 사람이 맞는건가 싶을 정도로 빠르다.


첫 번째 녀석은 반항도 못해보고 목이 꺾였고

두 번째 녀석은 발악하듯 칼을 휘두르다 손목이 먼저 꺾이고 목을 꺾였다.


이런 씹.....이쪽으로 온다.


괴물이 온다!!


"으아아!!!"


비명과 함께 허리 춤에 차고 있던 레이피어를 재빠르게 뽑아 들며

오른발을 앞으로 오른손을 앞으로, 내려 밴다.


<쉭!>


<탁! 사악-!>


"쓰으..."


그러나 맞지 않는다.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미친듯이 빠르다.


그래도 검을 피하려고 한 탓에 놈의 중심이 한쪽으로 잔뜩 기울어져 있다.


재빠르게 뒷발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닥을 쓸듯 움직이며 힘에 방향에 맞게 레이피어를 짧게, 횡으로 휘두르고 


<쉬익-!!>


<훅-! 타닥! 타닥!>


다시 몸에 붙인다.


<샥!>


비록 스치지도 않았지만 놈이 크게 뒤로 물러선다.


"후우..."

 

형님들 어깨 너머로 배운 걸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오오!!"


"여...역시 니콜라이 형님!"


"형님! 죽여버려요!!


이 버러지같은 새ㄲ들, 이게 고작이라고!


놈은 스치지도 않았단 말이다!!


"......"


....놈이 쓰러진 식구들에게서 손바닥보다 조금 더 긴

단도 하나를 집어 역수로 쥔다.


씨ㅂ.


비무장 대 무장으로 싸웠는데도 이렇게 격차가 느껴지는데 놈이 무기를 들었다고?


니ㅁ 씨ㅂ.


난 오늘 여기서 죽는구나.


"후우우..."


안돼....


안 돼지, 안돼....난 여기서 죽을 수 없어.


<쉭!>


날 노예로 팔아먹으려 했던 빌어먹을 내 부모새ㄲ에게

승리의 미소를 지어줘야 한단 말이다!!


"흡!"


"쓰읏-!"


.....이게 말이나 되는 건가.


가슴을 노린 내 최속의 찌르기를 옷깃이 스칠 간격으로 피하며 

순식간에 나의 눈앞에 주먹을 내지른다.


<뻐억!!>


"크으읍!!"


본능적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코가 부러지는 대참사는 면했다.


그러나 광대뼈를 맞은 충격,

그 충격 하나면 충분했다.


<쿠당탕!>


<챙그랑!!>


세상이 돈다.


몸은 땅으로 고꾸라지고 손은 칼을 놓아 버린다.


아....난 뒤졌구나.


"어이!! 거기!!"


"니들 뭐야!! 거기 꼼짝마!!"


....?


뭐야? 


경비대놈들?!


<타닥! 탁, 탁, 탁!!>


저놈은 또 뭔....미친 거미 새ㄲ도 아니고

벽과 벽을 차면서 지붕을 향해 올라간다.


"아니..이게 뭔?!"


"이야~말도 안되게 빠른데요?!"


잠시 벙찐 채 놈이 지나간 하늘을 쳐다보던 경비대 놈들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어어~거기 가만히들 있어."


"너희들 하얀 눈 갱 놈들이지?!

 딱 걸렸어 이새ㄲ들아."


아...안돼! 


나는 몸이 안 움직인다 쳐도 내 애들은!!


<털썩!>


<쿵!>


<털푸덕!>


"...?"


"얼래? 이것들이 단체로 뭐 하는 짓거리여."


아...니들도 느꼈구나...죽는다는 그 느낌.


"에라 모르겠다. 

 일단 이놈들 묶어!"


"어...선배님? 여기 이놈들은 죽은 것 같은데요??"


"....뭐?"


살았다....나는 오늘도 살았어.


하하, 씨ㅂ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