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렇게 햇살을 맞고 있으으면 내가 살아있다는 착각을 한다. 추욱하고 몸을 늘어트리고 숨을 고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터무니 없는 착각을 한다.
그런데 이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의 영혼은 이미 죽어서 차디찬 주검이 되어있는데도 고작 햇빛 한줄기 맞았다고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 조차, 터무니 없는 착각이 쌓여가는 비극의 한장면이 아니겠는가.
누군가가 이 비참한 단막극의 막을 내리려고 하지 않는한 이 착각은 끝없이 쌓여갈 것이다. 그렇게 초침이 시간의 격류에 떠밀려 하나의 초가 시간으로 깎여나가게 되면, 그 퇴적의 끝에는 쌓여나가 그것이 꽤나 괜찮은 삶이었다는 거짓된 기억만이 화석이 되어 덩그러니 남아있게 되겠지.
그 화석을 보며 사람을 무어라 떠들어댈까? 사람은 참 괜찮았다고, 꽤나 괜찮은 삶이라고 박수라도 쳐주려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수백번 들여다보아도 이 화석이 언제 죽었는지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이미 그 화석은 묻히기도 전에 영혼이 죽었다는 것을 모를테니까.
영혼이 이미 다 빠져나가 빈 껍데기만이 남은 비루한 몸뚱아리가 그저 춤추듯 인생의 풍파 속에서 필사적으로 헤엄치다가 묻혔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 리가 없다. 숨만 간신히 쉬며, 가끔씩 암막의 틈에서 새어들어오는 햇살로 이루어낸 거짓된 광합성으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터무니 없는 착각을 간신히 만들어 내고 있었다는 사실도 그들은 영영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댈 것이다.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비루한 삶을 버티지도 못하고 영혼이 죽어가는 과정도 보지 못했고, 살아있다라는 착각 하나로 삐걱대면서 움직이던 차디찬 주검이 시간의 격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도 보지 못했고, 그 격류 속에서 자신이 살아있다고 증명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춤추며 연기하던 인생이라는 이름의 단막극의 막이 내려가는 것도 보지 못한 그들이. 그들이 그 착각으로 가득한 삶의 끝에 내가 겨우 하나 남겨놓은 흔적인 위조된 화석만을 보고 멋대로 떠들어대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 아니겠는가?
미래에 언젠가는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면 내 마음속에는 자연스레 분노가 차오른다. 하지만 이것 또한 그저 착각이리라.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핵융합 에너지로 간신히 이루어낸 광합성이 만들어낸 살아있다라는 착각이리라.
어차피 이 부질없는 착각이 시간의 격류에 휩쓸려가고 나면 그곳에는 완전히 파쇄되어 형체조차 알 수 없을 내 주검과, 삶이라는 하는 이름의 화석만이 역사라는 이름의 퇴적층에 끼어서 남게 되리라.
그렇게 되면 누군가 그 화석을 사라져가는 역사속에서 꺼내어보려고 할까? 확실한 것은 그런 비극이 영원히 일어나지 않기를 나의 주검은 강렬히 바라고 소망하고 있다.
그것만이 내 생애에 마지막으로 진실되게 소망하는 소원이다. 그 소원조차 내가 가끔씩 하는 살아있다는 착각일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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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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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살아있다는 착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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