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 먹은 통닭 한 마리 

그것의 보드라운 살결을 하나하나 찢어가며 찬찬히 음미했다

그것은 태생부터 고통이었겠지

희망과 꿈과 열정을 품은 채 세상에 나왔으나

기다리는 건 없었으랴 차라리 죽음이면 좋으리

형제고 부모고 제 눈앞에서 내뱉는 삶의 투쟁의 끔찍한 괴성을 들으며

그저 하루하루 날마다 가까워지는 절망부터 도망치려

괜한 사료만 아가리 속에다 우걱우걱 퍼넣는 그것은

이정표 따위 하나 없는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홀로 놓여

하늘이 내려준 강인한 날개와 다리의 존재조차 잊어버리고

그저 하루하루 기어 다닐 뿐인 그것은

그리고 끝내

모가지가 잡히고 비틀어질 때 자기가 내뱉는 괴성이

안도의, 공포의, 희망의, 두려움이 뒤섞인

달콤하고 아름다우며 한없이 추잡한 소리임을 깨닫고 떠난 것이다

그리고 끝내

가장 본연의 모습으로써 펄펄 끓는 기름에 뛰어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