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천장에 보이는 형체.

희미한 달빛과

바스라진 이름모를 풀이 만든

누군가의 그림자.


누구일지 몰라 몸을 일으켜도

쓸모없이 움직인 탓에

다시 숨이 찰 뿐.

얼마나 당신이 멀리 있는지도.


하필 만월의 가을밤이야.

당신이 위로 목을 펴며 하던 말.

하늘을 사랑하는 얼굴을 한 당신을 보며

미련하게 저 먼 달에게 질투를 했던.


자꾸 고개 숙이며 소리를 죽여 울어도

머릿칼은 부끄러운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


하필 당신을 생각하며 우는 밤에

밝은 달빛을 알게 하고

우는 얼굴 가리지도 못하게

작고 초라한 머리핀 하나로

자꾸 생각나 곁에 있는지.


그래서 또 무감각해질 수밖에

잊으라 강요한 그때의 밤과 오늘이

당신의 목소리와 선선히 부는 바람소리가

그때로 돌아간 듯 아프다.


언젠가 전하려 준비한 말과

당신의 시선이 되고파 준비한 선물도

책상 한 켠에 남아 마르는 중이다.

낙엽처럼, 겨울을 겪는 내 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