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2차) 6-5. 수감 번호 FE40536 쿠죠 죠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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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죠린은 침대에 누워 계속 몸을 뒤척였으나 잠이 영 오지 않았다.


‘참이 오지 않아… 엄청 피곤 한데도… 전혀… 그 펜던트. 우리 아버지가 남긴… 그 기묘한 펜던트는 뭐지? 안에 들어 있던… 수수께끼의 작은 돌에 손가락을 베인 탓에 마음의 힘으로 조종할 수 있는 실이 나오게 됐어… 설마… 설마… 침대 아래층에서 자고 있는 게스란 수감자… 그 여자의 주머니에 있던 그 잉꼬는… 머리 부분이 벗겨지더니… 하지만, 어쩌면 잘못 본 걸지도…? 어쩌지? 생각할 일이 하나둘이 아니야… 워낙 별의별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바람에… 잠이 오지 않아… 잠도 오지 않고 왠지 쓸쓸해서 눈물이 다 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 까, 죠린은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눈을 뜬 게스가 그 특유의 짝눈으로 그녀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인기척에 잠에서 깬 죠린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뭔데에에!”


“미안… 어젯밤 일 때문에… 나, 용서 해줘…”


죠린은 아침이 되어 감방 문이 열려 있는 것을 알았다. 


“아침…”


게스는 그 펜던트를 건넸다.


“이거… 정말 미안. 나… 겁이 많거든… 처음 보는 사람한테 좀… 그래서 어젯밤에는 그만… 긴장해서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이거… 보고 싶지…? 봐도 돼. 줄 수는 없지만 그냥 보는 것뿐이라면… 하지만 안에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어. 너희 부모님 사진 같은 건… 게다가 누구한테 샀는지 그런 것도 묻지 말아줘… 금속을 소지하는 건 규칙 위반이니까. 발설할 수는 없어.”


죠린은 펜던트를 살폈다. 역시 안은 텅 비어있었다.


“저기… 그거 말고 또 뭔가 들어 있는 거 없었어? 그게… 예를 들면…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액막이’?”


“액막이? 정말 안은 텅 비어 있었다니까. 아무것도 없었어… 처음부터. 그보다 어제의 날 용서해줘…”


“응? 아, 용서고 뭐고, 잘못한 건 난데 뭘… 규칙 같은 것도 하나도 모르고.”


“죠린, 너 정말 착한 애구나!”


게스는 죠린의 손을 잡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 사이좋게 지내. 모르는 거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기다.”


“고… 고마워. 나야말로.”


“그나저나 아침 식사 시간이야. 먼저 가 있을게.


“앗, 잠깐, 나도 갈래!”


죠린은 바지를 입기 위해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벌써 아침이었네… 개방 점호 같은 건 없었나? 어쩐지 엄청 배가 고파.”


바지를 입으려 했던 죠린은 경악했다. 새면대의 물이 넘쳐 바지가 흠뻑 젖어 있던 것이다.


“뭐야아아아 물 쏟은 거야? 바지가 흠뻑 젖었어. 엄청 덤벙 대나 봐… 게스.”


몇 분 후, 죠린은 식당으로 내려와 한창 식사에 열중인 죄수들을 둘러보았다. 기본적으로 백인과 흑인이 가장 많았지만 히스패닉과 동양인도 섞여 있었다. 그리고 밥을 받으러 식판을 들었을 때, 죠린은 ‘SOLD OUT’이라 적힌 표지를 보고 덩치 큰 배식 담당 죄수에게 항의했다.


“잠깐만, SOLD OUT이라니 뭐예요? 난 아직 못 먹었는데! 내 몫은?”


“보다시피… 자는 것도 자기 자유. 늦게 오는 것도 자기 자유.”


“수… 숫자가 안 맞잖아요! 식사는 사람 수대로 있는 거 아니에요? 우유라든가 바나나라든가! 하나씩 아니냐고요?!”


배식 담당 죄수는 퉁명스럽게 다른 죄수에게 작은 상자 하나를 넘겼다.


“그렇지… 하지만 그게 또 교도소 7대 불가사의라니까.”


“방금 넘긴 저건 뭐죠?”


“점심 도시락. 작업 나가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아침에 나눠주게 되어 있어.”


“나도 그거 줘요!”


“그것도 7대 불가사의인 게… 방금 그걸로 SOLD OUT이지 뭐야.”


죠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라고요!”


그때, 게스가 자기가 먹은 잔반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 죠린. 어디 갔었어? 찾았는데… 아침은 다 먹었고? 뭐든지 물어봐. 난 이미 배 빵빵이다?”


“잠깐, 게스! 방금 먹다 남긴 우유랑 바나나! 두 개 아니었어?”


“두 개? 그럴 리가. 이상한 소릴 다 하네. 아… 맞아. 생각났다. 세면대 물을 쏟았어. 그거 내가 청소 할게.”


“이미 다 해놨어… 젖은 바지도 닦느라 시간 꽤 걸렸고…”


게스는 말없이 자리를 떴다. 죠린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쓰레기통을 바라보다 익숙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얼어붙었다. 그건 바로 그녀의 부모님 사진이었다. 이제야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게스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게스는 사람이 잘 오가지 않는 복도의 의자에 앉아 작게 중얼거렸다.


“뛰어봐. 자. 너라면 할 수 있어. 난 널 엄청 좋아하는데다… 너도 날 엄청 좋아하니까… 신뢰가 있으면 못할 일이 없을 거야.”


게스의 겉옷 주머니에서 잉꼬가 튀어나와 그녀의 어깨에 앉았다. 게스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양 손과 뺨을 잉꼬에게 신나게 비비며 소리쳤다.


“오오~ 옳지! 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 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 귀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삐짱! 잘했어! 뺨이 보들보들해! 어렸을 적에 금붕어나 고양이 같은 것도 키워봤지만 네가 제일 귀여워어어어! 삐짱! 점심 도시락 줄게에에!”


게스는 파스타 하나를 집었다. 놀랍게도, 잉꼬는 사람의 말을 했다.


“좋은 아침.”


그러자 게스는 파스타를 치웠다.


“아니야, 삐짱. ‘좋은 아침’이 아니지. ‘좋아해’잖아! 나한테 ‘좋아해’라고 하는 게 더 귀엽지 않냐고?”


“좋아해!”


게스는 더 크게 미소를 지으며 잉꼬에게 파스타를 줬다.


“오오오~ 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 잘했어, 삐짱!”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아냐! 아냐! 다음은 어깨에서 손가락으로 뛰어봐. 저 손가락으로 뿅 하고 뛰는 거야! 파스타 듬뿍 줄게! 할 수 있지?”


게스는 손가락을 펼쳤다. 하지만 잉꼬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래? 보란 듯이 해봐, 삐짱! 신뢰를 쌓으려면 모험은 절대적으로 필요해! 손가락 위에 올라서봐! 삐짱.”


그럼에도 잉꼬가 움직이지 않자 게스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함쳤다.


“뭐 해! 해보라니까!”


그제서야 잉꼬는 그녀의 어깨에서 뛰어 손가락 위에 아슬아슬하게 착지하며, ‘우오오’하고 말했다. 그러자 게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야! ‘우오오’?”


게스는 잔뜩 화가 나 잉꼬를 잡아 채며 으르렁거렸다.


“방금 뭐라고 했어?! 새가 ‘우오오’라고 하냐?! 야! 몇 번을 가르쳐야 알아먹어. 이게 진짜?!”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이것 봐라! 뭐야 그게! 이게 진짜 얼렁뚱땅 넘어가게? 뻥 치는 티가 폴폴 나거든. 신뢰 관계에서 뻔히 다 보이는 거짓말을 해야겠냐, 안 해야겠냐?! 응? 어떻게 생각하냐고? 너랑은 궁합이 안 맞는단 거 아니야? 더 이상 못 참겠어. 한계야. 너랑은 말이야~”


그때, 이상한 기분에 게스는 잉꼬를 감추며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뒤는 물론이고 복도 역시 아무도 없었다.


‘뭐였지, 방금 그건? 방금 등 뒤에서 뭔가 접근하는 것만 같은…’


그때, 그녀는 잉꼬가 있던 자리에 바나나 반조각이 있는 걸 알았다.


“바나나…?!”


게스의 시야 밖, 그녀의 머리 위로 잉꼬가 실에 감겨 날아가고 있었다. 그 실의 주인은 대화를 모두 듣고 있던 죠린이었다.


“대체… 뭐야? 이건?! 잉꼬가 아니야! 역시 그 펜던트 속 ‘작은 돌’이 저 여자한테 모종의 능력을 줬던 거야! 저기 당신?! 정체가 뭐야?! 저 여자랑 방금 뭘 하고 있었어?! 어젯밤 봤어… 그 머리 부분… 모자처럼 벗을 수 있는 거지? 정체가 뭐야 당신? 왜 새 사체를 뒤집어쓰고 있는 거지? 나와봐! 정체가 뭔지 나한테도 보여줘! 그럼 벗긴다!”


죠린이 새의 머리 부분을 벗기는 순간, 그 내부의 광경에 죠린은 경악했다.


‘뭐야… 이건… 손? 작은… 인간… 살해 당했어… 이미…’


내부에는 토막 난 시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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