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2차) 6-4. 돌로 만들어진 바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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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미용사가 앞선 죄수들의 머리를 조금 자르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다음”


그 다음 죄수도 머리 숱을 조금만 잘랐다.


“다음!”


뒤이어 죠린이 앉자, 미용사는 바리캉을 들어 거침없이 자르려 들었다. 놀란 죠린이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이, 이 자식! 지금 장난해?!”


미용사는 두꺼운 안경 너머로 죠린을 바라보더니 그녀의 동그랗게 만 머리카락을 잡으며 바리캉을 들이밀었다.


“규칙이다… 머리를 짧게 자르는 건…”


죠린은 다급히 소리쳤다.


“자, 잠깐 스토옵!! 그럼 뭐냐고! 좀 전에 줄 서 있던 쟤네는?!”


미용사는 일부러 헛기침을 크게 하며 지폐가 들어 있는 주머니를 보였다.


“혹시… 뭔가 내란 거야? 당신 한테?”


미용사는 더 크게 헛기침을 했다.


“까까머리는 무료. 5cm남길 거면 5달러. 10cm남길 거면 10달러. 하나도 안 자르는 건 30달러.”


“아… 알았어. 낼게… 30.”


죠린은 몸 어딘가에서 30달러를 꺼냈다.


잠시 후, 모든 신입 죄수가 모이자 교도소장이 그들 앞에 섰다. 간수 하나가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전체 차렷!!”


교도소장은 그들 앞에 서 자그마한 눈을 떴다. 160cm를 겨우 넘을 듯한 땅딸막한 키에 하체가 상체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짧았으며 두상은 마치 만두처럼 정수리 부분이 튀어나와 있는데 반해 머리카락은 거의 없었다. 교도소장이 순간 왕방울 안경을 끼고 있는 것만 같은 눈두덩이를 보이며 입을 열자 돼지 멱따는 소리를 기대한 죠린의 생각과 정 반대로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부드럽고 하늘하늘한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여러분. 제가 이곳 ‘그린 돌핀 스트리트 교도소’의 소장 로코 바 로코예요. 그리고오오오오”


로코 바 로코는 오른손에 낀 리본으로 장식한 악어 인형을 꺼냈다.


“제 옆에 있는 이 아가씨는 여러분과의 인사를 도와줄 어시스턴트 ‘샬럿’이에요. 어여쁜 소녀랍니다.”


“잘 부탁해요!”


로코 바 로코는 완벽한 복화술로 인형을 연기했다.


“샬럿. 새로 들어온 여러분에게 우리 교도소 생활의 ‘마음가짐’을 설명해줘요.”


“네! 우리 교도소는 이 나라의 기본 이념과 마찬가지로 ‘자유와 평등’을 중시합니다(죠린은 여기서 ‘자본주의 겠지’라고 생각했다.). 여러분을 몰아세우거나 인권을 무시한 규제로 칭칭 옭아맸다간 갱생은 커녕 마음이 뒤틀린 인간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 교도소에서는… 자유롭게 지정 부지 내를 거닐 수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답니다. 전화를 자유롭게 걸어도 상관없어요. 샤워나 독서도 자유. 자기 방에 TV를 반입할 특권을 지닌 수감자도 있는가하면, 일을 배우거나 공부를 해 대학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답니다.”


“네, 그렇군요. 지금까지의 설명과 관련해 무슨 질문 있는 사람은 없나요?”


죠린은 손을 들었지만 로코 바 로코는 그녀를 무시했다.


“네, 샬럿! 뭐죠?”


“하지만 소장님! 규칙은 당연히 있겠죠?”


“그야 그렇죠, 샬럿. 규칙은 사회생활의 기본, 먼저 손목에 있는 수감 번호가 적힌 ‘리스트 밴드’를 푸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요. 수감자끼리 ‘물건’을 빌리는 것도 금지. 금속류 소지도 금지. 펜도 이런 볼펜은 금속류이므로 ‘차입’은 허가할 수 없어요. 연필은 괜찮답니다.”


죠린은 손을 들고 말했다.


“귀에 피어스 해도 되나요?”


샬럿이 크게 소리쳤다.


“소장님 말씀하시는데 어디서 지껄여! 닥치고 있지 못해!”


“금지랍니다. FE40536 쿠죠 죠린. 허가할 수 있는 건 결혼반지 뿐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미혼이었죠? 다른 자잘한 사항은 간수들에게 물어보도록 해요. 자, 그럼 이만. 인사는 이 정도로 해두죠.”


간수가 소리쳤다.


“좋았어, 전원 좌향좌!! 지급품을 받고 통로를 쭉 따라가라! 지금부터 새 생활이 시작될 각자의 ‘감방’에 들어간다! 앞으로! 가!”


그리고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죠린이 ‘실’을 이용해 소장의 주머니에서 펜을 훔쳐 손목의 밴드 사이에 끼워 놓고 있는 것을. 감방으로 이동하며, 죠린은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교도소 부지는 상상 이상으로 넓었다.


“이 섬 전체가 교도소 부지라고 듣긴 했지만 엄청 넓다… 펜스 끝이 안 보여… 트랙터가 있는 저기 저 주변은 농지인가? 으악! 악어가 있잖아.”


잠시 후, 간수가 소리쳤다.


“2층 206호 감방! 여기가 네가 지낼 곳이다. 오늘 자유 활동 시간은 종료됐다. 감방 아침 개방 시간은 6시 반. 아침 식사는 7시 부터지만 몇 시까지 자든 그것도 여기선 개인의 자유다. 사이좋게 지내도록.”


죠린은 감방 안을 바라보았다. 감방 가장 안쪽에 왼쪽 눈 아래에 세 개의 점이 있는 여자 죄수가 의자에 앉아 크래커를 먹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가 말했다.


“잘 부탁해.”


곧이어 감방의 문이 닫히고, 죠린 역시 그녀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나야 말로 잘 부탁해. 내 이름은 죠린.”


“난 게스.”


게스는 크래커를 건냈다.


“먹을래?”


“고마워. 하지만 워낙 별의별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바람에 입맛이 없어…”


그 순간 갑자기 게스는 죠린에게 의자를 집어 던졌다. 죠린은 의자를 피했지만 균형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


“뭐… 뭐 하는 거야…!”


게스는 엄청난 속도로 죠린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멱살을 잡고 윽박질렀다.


“아래층은 내 침대야! 불만 있냐~? 이 돼지 같은 게!!”


게스는 자기 주머니에서 잉꼬가 나오자 그녀에게서 떨어져 침대 위칸의 자기 짐을 꺼냈다. 죠린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딱히 다툴 생각은 없어… 짐이 위에 놓여 있길레 위층을 더 선호하나 하고 착각했던 거야.”


그때, 죠린은 게스의 짐 사이로 익숙한 물건을 발견했다.


“잠깐, 그건! 왜 이게! 이 펜던트는!”


죠린이 펜던트를 잡는 순간, 게스는 죠린의 손등을 쳤다.


“뭐 하는 거야! 이 멍청아! 누가 남의 물건 건드리래!”


“왜… 왜 여기에! 그거 어디서 손에 넣었어? 저기, 부탁이야. 그것 좀 보여줘! 뚜껑을 열면 안에 작은 ‘돌’이랑 우리 부모님 사진이 들어 있을 거야. 내가 갖고 있던 걸지도 몰라.”


“며칠 전에 어떤 수감자한테서 2달러에 산 거야. 엄청 예뻐 보여서.”


“잔말 말고 보여줘!”


“뭐가 어째! 너 말조심해, 이 산골 촌년 같은 게!”


“아… 알았어, 살게! 그거! 나한테 팔아줘! 얼마면 돼? 4달러?”


“200달러.”


“뭐라고오오오오!!”


죠린은 경악했다. 200달러라니, 애초에 그 정도 돈은 없었을 뿐더러 자기가 산 값의 100배를 부르고 있었다. 허나 게스는 다시 의자에 걸터앉아 그 펜던트를 만졌다.


“못 들었니? 멍청아. 200이면 팔겠다고… 낼래?”


“이… 이게…”


그때, 죠린은 그녀의 주머니에 있던 잉꼬가 주머니 밖으로 몸을 내밀더니, 목이 뚜껑 열리듯 열리며 그 안에서 손이 나와 크래커를 채어 가는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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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