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2차) 6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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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는 다시 죠린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뭐든지 이름이 있어. 성경에도 적혀 있잖아. 요한복음 1장 1~3절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그래서 난 널 작게 만든 이 ‘마음의 힘’에 이름을 붙였지. ‘구구 돌즈’. 그게 내 정신력의 이름이야. 어때? 죠린. 맘에 들어? 멋져?”


잠시 후, 게스는 죠린을 철창 밖으로 밀어 넣었다.


“들어가! 다음 훈련으로 넘어 가야지!”


죠린은 철창을 잡고 매달렸다. 게스는 복도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죠린에게 일렀다.


“다음은 실전 훈련을 할 거야. 지금부터 이 통로를 따라가면 나오는! 실제 전동 잠금장치의 ‘컨트롤 룸’까지 갔다 와봐. 탈옥 루트를 조사해 오는 거야. 이 교도소는 섬이야… 안전한 탈출 루트가 필요해… 실제 결행은 나중 이야기가 되겠지만 조사는 해둬야겠지? 네가 이 통로를 쭉 가서 모든 걸 기록해 와. 간수들 숫자라든가, 카메라 숫자라든가 말이야! 알았지?!”


“정말 탈옥 같은 게 가능할 것 같아?”


“헤이 헤이 헤이! 말 끝마다 찍찍 소리 붙이라고 했잖아!”


게스는 손가락으로 죠린을 꾹 눌렀다.


“조심해! 말할 거면 말끝마다 찍찍 소리 붙이라고. 이건 룰이잖아? 아까 정한 룰대로 찍찍 해, 찍찍! 왜?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 쥐답게 말해 보라고. 괜찮으니까 말해 보래도오오~ 우리한테는 신뢰가 있잖아! 얼르으으으은. 이미 시작이라니까!”


죠린은 하는 수 없이 불만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컨트롤 룸은 이 통로를 따라 어디로 가야 찍찍 나… 나오죠 찍찍?”


게스는 죠린을 들고 뺨을 마구 비볐다.


“귀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하지만 내가 알 게 뭐야! 그걸 조사하는 게 훈련 아니냐고! 저 문 너머가 어떤 구조인지 조사하는 게 말이야~ 잘 들어… 위를 봐. 감시 카메라가 있어. 하지만 이 ‘난간’ 아래는 카메라의 ‘사각’이야. 넌 쥐니까 찍히지 않고 전진할 수 있어. 머리를 뒤집어써. 이 난간 아래로 가는 거야.”


죠린은 하는 수 없이 난간 밑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어… 어쩌지? 이대로 가면 게스한테서도, 교도소 밖으로도 달아날 수 있을지도! 하지만… 그 다음엔 어쩌지? 지금… 여기서 달아난다고 해도 이렇게 작아진 채로는 뾰족한 수가 없어! 저 여자도 그걸 알고 나한테 명령하고 있는 거야! 젠장, 어떡하면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지? 설마 죽을 때까지 이 쥐를 뒤집어쓰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닐 테지? 지금은 저 여자를 따를 수밖에 없는 건가?!’


어느새 죠린은 복도 끝 철문에 도달했다. 철문에는 큼지막하게 그린 돌핀 스트리트 교도소의 이름으로 경고문이 써져 있었다.


WARNING

이 통로를 허가 없이 지나갈 경우

본 교도소는 경고 없이 사살할 권리가 있음

주립 그린 돌핀 스트리트 교도소


죠린이 살짝 망설이자 게스는 그녀를 재촉했다.


“가, 제대로 조사해 오지 않으면 저녁도 없을 줄 알아.”


그때, 문 안쪽에서 벼락 같은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봐, 너! 뭐 하고 있나! 거기 헤어밴드! 너 말이야!”


쥐 가죽을 완전히 뒤집어쓴 죠린은 그쪽을 바라보았다. 문 너머에서 간수 한 명이 게스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너한테 하는 말이야! 너! 이름과 수감번호를 대!”


“나? FE18081. 이름은 게스. 뭐 하고 있긴, 그냥 걷고 있는 건데.”


간수는 산탄총을 들고 고압적으로 소리쳤다.


“볼일 없으면 문에서 떨어져! 가던 길이나 계속 가라고!”


그 틈을 타 죠린은 문 너머로 침입했다. 게스도 그것을 보고는 문에서 떨어졌다.


“네 네~ 간수 님.”


죠린은 방 안의 책상 밑으로 숨어 들어가 책상 틈으로 방을 살폈다.


“철창문이 네 개 있어. 그 너머는 통로 같아. 컨트롤 룸은 어느 문으로 가야 할까? 게다가 이 방 카메라는… 한 대… 두 대…”


그때, 죠린은 무언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옷감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도 들려오더니 이내 머리가 짓눌리기 시작했다.


‘뭐… 뭐지?! 머리가? 걸렸어! 이 틈새에…’

“좁아졌잖아! 갑자기?!”


죠린이 가까스로 머리를 안에 집어넣는 순간, 입고 있던 쥐 가죽이 큰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그 위에 있던 간수들이 들을 정도로 크게. 방금 전까지 산탄총을 들고 게스에게 소리치던 간수가 말했다.


“뭐지, 방금 그 소리는! 가깝다! 누가 ‘찌익!’ 소리 안 냈어?”


수염을 기른 간수도 맞장구 쳤다.


“그래… 나도 들었어.”


죠린은 책상 밑에서 자신이 입고 있는 쥐 가죽이 찢어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


“커… 커지고 있는 거야! 내 몸이! 쥐보다!”


뚱뚱한 간수가 말했다.


“커피가 끓고 있어. 저 소리 아니야?”


“아니야…! 아니 었어. 방향도 거기서 들린 게 아니고 저런 소리도 아니 었어.”


‘서… 설마! 몸이 돌아오고 있는 거야?! 내 몸이 원래 크기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건 좋지만… 어째서?!’


죠린은 틈새로 복도 너머를 살폈다.


‘게스가 통로에서 멀리 가버렸어… 거리? 능력과 거리가 상관이 있는 건가? 멀어지면 능력도 약해지나?!’


그 순간, 쥐 가죽이 한 번 더 큰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그 소리를 이번에도 산탄총을 든 간수가 들었다.


“확실히 들었어! 근처에 뭔가 있어!”


“크… 큰일이다! 이런 곳에서! 점점 커져!”


급히 가죽을 벗던 죠린은 책상 기둥에 머리를 박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이제는 다른 간수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이봐! 그 아래야! 책상 아래에서 들려왔어!”


“확실히 뭔가 있어! 이봐, 거기 좀 비켜봐!”


절체절명의 위기, 산탄총을 든 간수가 그 앞에 앉은 뚱뚱한 간수에게 소리쳤다.


“비켜 보라니까! 자네 책상 아래야!”


간수가 죠린이 있는 곳을 보려는 그 순간, 죠린은 ‘실’을 뻗었다. 실은 반대편 탁자 위에 놓인 커피잔을 뚱뚱한 간수에게 쏟아부었다. 간수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뭐냐고! 앗 뜨거어어어!”


뒤늦게 산탄총을 든 간수가 책상 밑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뚱뚱한 간수는 외투를 들고 짜증을 냈다.


“그러니까 커피 끓는 소리라고 그랬잖아! 바지 여벌이 있던가? 화장실 가서 갈아입고 올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죠린은 간수의 외투에서 빠져나와 복도를 향해 달렸다.


‘아, 아직도 점점 커지고 있어! 중지야! 컨트롤 룸 조사는! 돌아가지 않았다간… 통로 문 철창 사이를 지나갈 수가 없게 돼!’

“감방으로 돌아가야 해! 어서! 저길 지나가야 해!”


그때, 죠린은 자신의 뒤로 무언가 달려들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보라색의 피부색을 가진 그것은 원기둥 모양 두상에 짧은 머리카락 같은 것이 붙어 있고 입은 사탄 마귀처럼 기괴하게 찢어져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 있는 흉측한 생김새 였으며 양 손에는 날카로운 손가락이 각각 세 개 씩 나 있었다. 그런 기괴한 ‘무언가’가 방금까지 죠린이 입고 있던 쥐 가죽을 입은 채 죠린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구- 구- 돌즈.”


‘뭐야아아아! 쥐… 쥐 가죽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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